‘도박장’ 코스피…외국인 놀이터 된다 [편집장 레터]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young.soonyoung@mk.co.kr) 2026. 7. 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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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7월 29일 한 발언 말입니다.

“지난 2~3개월간 큰 변동성이 나타난 시장은 한국만이 아니다. 레버리지 ETF만이 원인은 아니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팩트 체크’에 나서보면 틀렸습니다. 7월 한 달간(30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34% 빠졌습니다. 한국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렸던 외환위기(1997년 10월 기준 -27%)를 뛰어넘는 역대 최악의 하락률입니다.

한 번만 등장해도 가슴 졸이는 서킷브레이커, 이젠 일상이 됐습니다. 주가가 8% 이상 급락할 때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이 제도는 1998년 처음 도입했습니다. 이후 지난해까지 28년간 총 6차례 발동됐는데요. 올 들어서만 9차례 발동됐습니다. 7월에만 4번 벨이 울렸고요.

6~7월 개장일 절반이 3% 넘게 주가가 널뛰기를 했습니다. 급기야 31일에는 코스피가 1000포인트가 뛰는 전례 없는 급등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증시는 단 하루도 이런 날이 없었죠. 도박판 같은 황당한 변동성을 두고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니요.

IMF 때보다 심한 급락장에도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정부의 안일한 시장 인식…불안 잠재우긴커녕 더 부추겨
지난 7월 30일 저희와 제휴를 맺은 대만 유력 매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따른 변동성’에 대해 설명해줄 전문가를 소개받고 싶다면서요. 마침 대만 증시가 흔들린다고 했습니다. 한국 때문에 영향 받았다는 뉘앙스입니다. 뭔가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그동안 정부는 상승세를 탄 증시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했습니까. 김 실장은 불과 한 달 전, “2~3년 내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글로벌 시가총액 3위에 오를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사회자에게 내기까지 하자면서요. 한때 5위까지 올랐던 시가총액 국가 순위는 쭉쭉 밀리고 있습니다.

7월1일부터 30일까지 30% 넘게 빠진 코스피는 31일 하루에만 1000포인트가 넘게 급반등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유례없는 변동폭에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정책이 의도한대로 들어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큰 실책이 아니었으면 좋았겠습니다만. 이번엔 심각합니다. 이 지경이라면 정책 수장은 사과부터 하는 게 옳습니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는 투자자의 분노를 일으킬 뿐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부를 두둔합니다. 정책이 아니라 한국인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문제라고요. 맞기도, 틀리기도 한 주장입니다. 정책당국자가 한국 투자자 성향을 모르고 정책을 세웠다는 얘기니까요. 투자자 특징을 파악하고 안전책을 마련하는 게 정석입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8000을 넘었을 때 위험한 상품을 내놓은 정부 판단은 백번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저 역시 코스피 5000을 넘어서부터는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정부는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이후’의 증시를 고민하고, 속도보다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요. 개인 투자자는 변동성에 베팅하는 ‘단타’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죠. 각종 투자방에서는 곡소리가 납니다. ‘살려고 대출받아 주식했는데 희망이 없다’ ‘강제 청산당하고 인생 망했다는 부장이 있다’ ‘피 같은 중도금 3억원을 날렸다’ 등. 심지어 정부가 ‘국민 거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웃픈 밈이 떠돕니다.

7월 초, 편집장 레터를 통해 ‘코스피 5000을 다시 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랐지만 순식간에 그대로 됐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루만에 1000포인트가 오르는 ‘도박장’ 같은 한국 증시입니다. 외국인이 ‘국장’을 ‘단기투자의 놀이터’로 우습게 보지 않을지,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힘든 요즘입니다.

[명순영 편집장·경영학 박사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1호(2026.08.05~08.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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