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직통’ 스틸 입국…한국말로 “서울서 태어났습니다”

윤지원 2026. 7. 3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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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첫 주한 미국대사에 부임한 미셸 스틸 대사가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스틸 대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왼쪽은 남편 숀 스틸 변호사. [공항사진기자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대사인 미셸 스틸(71·한국명 박은주) 대사가 30일 한국 땅을 밟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해 한·미 동맹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지 약 1년6개월 만인 이날 주한 미국대사 공백이 메워진 것이다.

스틸 대사의 부임 첫 일정은 짧은 성명 발표였다. 검정 원피스 차림의 그는 성명문을 손에 들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 프레스룸에 들어섰다. 스틸 대사는 취재진을 향해 먼저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길고 좁은 사각테 안경을 쓴 뒤 낭독한 성명문의 첫마디도 한국어였다. 스틸 대사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 다시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입을 열었다.

본론에 들어가면서는 영어로 말을 바꿨다. 그는 “오늘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라며 “(우리 동맹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운 이들의 피로 지켜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두 정상이 동맹의 새 장을 연 계기로 평가하면서 “우리의 철통같은 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핵심축으로 남도록 한국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 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안전하며, 번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낭독 마지막엔 “다시 이 땅에 서게 돼 대단히 감사하다”고 한국어로 힘줘 말했다.

스틸 대사는 1955년 서울에서 실향민 부모의 딸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고, 197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과 오렌지카운티 행정책임자를 거쳐 2020년 공화당의 불모지 캘리포니아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재선까지 지냈다. 성 김 전 대사(2011~2014년)에 이은 두 번째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이자, 한국계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외교가가 주목하는 건 스틸 부부와 트럼프 진영의 접점이다. 남편 숀 스틸 변호사는 캘리포니아 공화당 의장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을 지냈고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의 캘리포니아 조직과 정치자금 모금에 관여한 핵심 우군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2024년 스틸 대사의 하원 3선 도전 때 “가장 강력한 여성 하원의원”이라며 지지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도 중앙일보에 스틸 대사를 “트럼프와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대사”로 평가했다. 외교가 안팎에서 쿠팡, 대미 투자, 안보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백악관에 한국의 입장을 직접 전달할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스틸 대사의 대북·대중 강경 노선 등 보수 색채를 향한 진보 진영의 반발은 부임 첫날부터 불거졌다. 스틸 대사가 성명을 낭독하던 시각, 입국장 주차장에선 진보 단체들이 ‘극우선동 미셸 스틸 나가라’는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를 벌였다. 앞서 여권에선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같은 분이 주한 미국대사로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송영길 민주당 의원, 지난달 페이스북), “반한(反韓) 5적”(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지난해 국회 외통위)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왔다.

인천=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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