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일교포 간첩’ 피해자 유족, 재심 청구… “불법구금 확인”
영장 없이 48시간 넘게 구금 정황
“무공훈장 애국자 간첩 몰아” 주장

1980년대 ‘재일교포 간첩’ 사건으로 10년간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유족이 재심을 청구했다. 3차례 정보공개 청구와 2차례 정보공개 청구 소송 끝에 확보한 공식 수사 기록에서 영장 없이 불법 구금이 계속된 기록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30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고(故) 신상봉씨의 아들은 서울고법이 1986년 3월 선고한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사건에 대한 재심을 지난 23일 청구했다. 고인은 59세이던 1985년 친북 단체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포섭돼 약 10년간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검거됐다. 이후 모두 10년6개월의 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1995년 가석방됐고, 2011년 세상을 떠났다.
이번 재심 청구는 유족이 1년8개월간 3차례 정보공개 청구와 2차례 소송을 거쳐 검찰로부터 확보한 검거보고서와 수사보고서에서 불법 구금 정황을 확인하면서 이뤄졌다. 기록에 따르면 경찰이 신씨를 검거한 일시는 1985년 5월 26일 오전 10시였고, 검사의 구속영장이 집행된 때는 같은 달 28일 오후 6시51분이었다. 유족은 당시 경찰에 신씨를 긴급구속할 사유가 없었고, 설령 긴급구속이 적법했다 하더라도 사후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48시간을 넘기고도 석방하지 않은 것은 당시 형사소송법상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유족은 또 실제 불법 구금 기간이 한 달 이상이고 수사 과정에서 강요와 협박으로 신씨가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한다. 신씨가 실종된 시점이 그해 4월이었고, 신씨 본인이 항소이유서에 연행 시점을 4월 23일로 적었다는 것이 근거다. 유족을 대리하는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자백을 받아놓고 기록을 뒤늦게 짜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씨는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과 협박을 당했다고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재심을 통해 신씨가 간첩이 아니라 애국자였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다고 밝혔다. 신씨는 한국전쟁 당시 재일학도의용군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았다. 검거 당시 작성된 수사기관 보고서에도 학도병 참전 이력과 1960년 북한의 재일교포 북송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공작요원 활동 경력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 신씨는 “일본에 있던 동생이 조총련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이를 막겠다며 동생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간첩 사건으로 집안이 풍비박산났는데 이제라도 아버지의 명예가 회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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