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의료사고 이력 공개하자”는 의원에 비판 폭주…의협 “누가 환자 보겠나”

채혜선 2026. 7. 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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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환자가 진료나 수술을 받기 전 담당 의사의 의료사고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사고 이력을 낙인처럼 공개하면 의료진은 환자의 필요보다 자신의 기록을 먼저 걱정하게 된다”며 “응급·중증 환자 등을 기피하는 방어 진료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29일)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에서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의 도입이 논의된 데 따른 반발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한 낙인식 공개제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향후 있을 토론회에도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토론회를 앞두고 자신의 SNS를 통해 “15세 때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갖게 됐다. 수술을 마친 뒤 수술한 의사가 한 달 전에 의료사고를 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다. 환자나 보호자가 의사의 의료사고 이력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만큼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고(故) 신해철씨의 빈소가 2014년 10월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토론회에서는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는 의료사고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업무상 과실치사·과실치상 형사처벌 확정판결 ▶마취 상태 환자에 대한 의도적 성범죄 형사처벌 확정판결 ▶의료과실에 따른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확정판결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를 무면허자에게 하게 하거나 의료인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시행한 경우 ▶대리수술 등이 포함됐다.

토론회에서는 2014년 의료과실로 숨진 가수 고(故) 신해철씨, 2016년 성형외과 수술 중 과다출혈로 숨진 고(故) 권대희씨 사망 사건이 대표 사례로 언급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 같은 중대한 의료 사고가 발생해도 환자가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의료사고 이력공개 추진…의협 “방어진료 확대”


의료계는 의사의 의료사고 이력 공개가 필수의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토론회에는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병원협회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이 의원은 토론회를 마친 뒤 SNS에 “반대하더라도 공론장에 나오라. 의료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응급실 절반은 문을 닫을 것”, “개인적인 복수심으로 제도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 등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댓글이 잇따랐다.

보건복지부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사고 문제로 기피과 현상이 심한 상황에서 이런 제도까지 생기면 필수의료를 하려는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중과실과 경과실을 구분하지 않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의 이력을 공개면 의료진이 고위험 환자를 기피하게 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3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뉴스1

반면 환자단체들은 제한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의사의 징계 이력이나 일정 범위의 형사처벌 관련 정보 등을 환자가 조회할 수 있다. 영국도 일반의학위원회(GMC)를 통해 의사의 면허 제재 등 과거 징계 이력을 공개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인 이력 공개는 모든 의료사고를 공개하거나 의료인을 추가로 처벌하자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제도의 구체적인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소희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의사의 모든 이력을 공개하자는 것이 아니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중대 과실 의사의 이력의 공개하자는 것”이라며 “공개 범위를 명확하게 해 법안을 세밀하게 다듬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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