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 급등, AI 산업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임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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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최대 유동성 공급으로 지수 방어에 나선 중국 인민은행. |
| ⓒ 자료사진 |
월가는 이를 '매파적 동결'이라 규정했습니다. 연준 의장 케빈 워시는 금리 유예가 정책 과정의 시작이지 종점이 아니라고 못박았습니다. 인플레이션 목표 2%에는 어떠한 탄력성도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5.2%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어서 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요르단 주둔 미군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중대한 타격을 예고했습니다. WTI는 7% 가까이, 브렌트는 6% 이상 폭등했습니다. 매파적 동결과 지정학 리스크가 중첩되자 뉴욕 증시는 장 막판 절벽처럼 낙하했습니다. 다우지수는 1,153포인트(2.19%) 폭락하며 2025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나스닥100은 6월 고점 대비 11% 이상 하락해 공식적으로 조정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AI 수요의 진위, 미국의 뒤늦은 의심
이번 폭락의 진앙은 실적이 아니라 AI 투자 구조를 향한 근본적 불신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7월 27일, ChatGPT를 만든 오픈AI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 보증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장중 4.5%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의 CDS(신용부도스와프)는 7월 27일 급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엔비디아의 5년물 CDS는 7월 27일 82bp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25년 11월 이 계약이 본격 거래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이었습니다. CDS 스프레드가 넓어진다는 것은 시장이 그 기업의 부도 위험을 이전보다 높게 본다는 뜻입니다
오하이오 남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금융 보증을, 오픈AI의 자사 칩 구매에 3,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의 성격입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기업이 바로 그 자금으로 엔비디아 GPU를 되사는 구조는 GPU 수요가 부풀려지고 손실이 확대될 위험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시장이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이라 부르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오픈AI에 300억 달러, 작년에는 앤트로픽(Anthropic)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자사 기반 컴퓨팅을 임대하는 다수의 클라우드 업체에도 자금을 댔습니다. 구글 역시 오픈AI의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데이터센터 임대료를 보증하며 사실상 35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성사시켰습니다. 돈을 대는 자와 칩을 사는 자, 그 칩으로 다시 서비스를 파는 자가 한 몸으로 얽혀버린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이 제기됩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여전히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현금을 쓸어 담는 엔비디아가 자신의 재무 여력으로, 막대한 현금을 태우는 고객들을 떠받치는 구조입니다. CNBC의 짐 크레이머는 이 순환성이 1990년대 말 통신장비 업체들이 고객의 대규모 구매를 대신 조달해주던 닷컴 버블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수요를 자금으로 떠받치는 구조라는 의심입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존 인물인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도 엔비디아의 대규모 금융 보증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뒤, X에 "돌고 돌고 또 돈다(Around and around we go)"고 적으며 AI 투자가 순환금융 구조에 극도로 의존하게 되었음을 비판했습니다.
이 의심 위로 7월 30일 새벽의 매파적 동결과 이란 발언이 겹쳤습니다. 7월 29일 이미 조정 국면에 들어서 있던 엔비디아는 새벽 충격에 3.55% 추가 하락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1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33% 급락했습니다. 미국 시장은 이제 오늘 얼마를 팔았는가가 아니라, 그 수요가 진짜인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정반대로 가는 중국 창신메모리 급등, 키미 문샷의 최대 투자 확보
7월 29일 KOSPI는 5.98% 폭락했고, 장중 12% 이상 급락하며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습니다. 연내 아홉 번째였습니다. 한국이 이토록 취약했던 이유는 구조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KOSPI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AI 열풍에 그만큼 폭등했지만, 한 번 꺾이면 지수를 받쳐줄 다른 기둥이 없습니다.
같은 시각 상하이와 홍콩의 시장은 전혀 다른 눈으로 AI를 평가합니다.
자국산 D램 대장주 창신테크(長鑫科技, CXMT, 688825.SH)는 과창판 상장 3일차에 12.66% 급등해 52.95위안을 기록했습니다. 시총 3.5조 위안을 돌파하며 A주 1위를 지켰습니다. 2025년 4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 7.67%로 세계 4위·중국 1위, 2026년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719% 증가한 247억 위안이었습니다. 삼성·SK·마이크론 3강 체제를 깨뜨린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에 MSCI가 창신테크를 중국 전종목 지수에 편입한다는 발표(8월 10일 정식 발효)가 다시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AI 모델 기업 Moonshot·Kimi의 F라운드는 7월 29일 예상보다 일찍 진행되어 35억 달러를 초과 조달하며 조기 마감되었고, Pre-IPO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로 치솟았습니다. 7월 16일 공개된 Kimi K3는 총 파라미터 2.8조 개의 세계 최초 3조급 오픈소스 모델로, Hugging Face 트렌드 1위에 올랐습니다. 미국이 AI 수요의 진위를 의심하던 그 시각 중국의 AI 생태계는 사상 최대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네 겹의 방어선, 중국의 시장 사수
7월 29일 A주는 장 초반 하락했다가 후반에 반등해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습니다. 이면에는 조직적 방어가 있었습니다. 인민은행은 순공개 7305억 위안, 단일 일자 기준 역대 최대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7월 주식형 ETF 순유입은 4300억 위안을 넘었고, 중국성퉁·중국궈신 등 국유자본이 잇달아 매수에 나섰습니다. 250여 개 상장사가 891억 위안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습니다. 미국이 패닉에 빠질 때, 중국은 정부-중앙은행-국유자본-민간기업으로 이어지는 네 겹의 방어선을 조직적으로 준비하여 세운 것입니다.
7월 29일 A주 상승을 이끈 것은 방어 자금만이 아니었습니다. 식음료·유제품·교육·소매 등 대소비 섹터가 전면 폭발했고, 미디어 섹터는 3% 이상 상승했습니다. 배경에는 국무원이 시의 적절하게 비준한 <소비 확대 15·5 규획>이 있었습니다. 소비 분야 최초의 국가급 정책 방침으로, 2030년까지 사회소비품 소매 총액 60조 위안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AI 반도체 버블 붕괴를 우려할 때, 중국은 내수라는 또 하나의 축을 꺼낸 것입니다. 'AI 반도체를 팔고 중국 소비주를 산다'는 구도가 하루 만에 완성되었습니다.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월가의 자금 대이동
2026년 들어 외국인 자금은 한국 증시에서 1000억 달러 이상 순유출되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7월 9일 보고서 <중국 AI 가치사슬 롱포지션, Go Long the China AI Value Chain>에서 중국 AI 섹터가 자신들의 레이더에 포착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 AI 기업의 시총은 4조 달러로 글로벌 AI 매출의 16%를 담당하지만, 글로벌 펀드의 배분 비율은 겨우 1.2%에 그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괴리를 '기회'로 정의하며, 한국 AI 주식에서 중국 AI 주식으로 자금을 옮길 것을 권고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UBS도 중국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세 시장을 가른 것은 같은 AI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입니다. 미국은 수요의 진위를 의심했고, 한국은 그 의심의 충격을 구조적으로 증폭시켰으며, 중국은 AI를 아직 값이 매겨지지 않은 굳건한 자산으로 방어하고 흔들림 없이 오히려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이 시선의 차이는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대만, 반도체 수출 통제, 금융 제재라는 굴곡을 지나며 중국이 수년간 쌓아온 탈 미국 전략이며 AI기반 테크노 파이낸스 시스템을 완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미국이라는 창으로 글로벌 경제를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새벽의 세 시장은 그 창이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러줍니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을 균형있게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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