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여성 극작가 김자림을 아시나요?

장지영 2026. 7. 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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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탄생 100주년… 제11회 여성연극제 특별공연으로 대표작 ‘이민선’ 선보여
올해는 한국 최초 여성 극작가로 평가받는 김자림(왼쪽)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제11회 여성연극제는 특별공연으로 김자림의 대표작 ‘이민선’을 선보인다. 국민일보DB

김자림(1926~1994, 본명 김정숙)은 한국 최초의 여성 극작가로 평가받는다. 일제강점기 김명순, 박화성, 장덕조 등 여성 작가들이 문예지에 희곡을 발표한 적 있지만, 이들은 소설가였기에 발표작이 매우 적었고 무대화되지 못해 연극사에 의미 있는 영향을 남기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 김자림은 전문 여성 극작가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평양사범대 국문과 졸업 후 교편을 잡았던 그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했다. 그리고 가곡 ‘명태’의 시를 쓴 양명문 시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잡지사 기자와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했다. 이어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단막극 ‘돌개바람’이 입선하며 극작가로 본격 등단했다.

‘돌개바람’은 봉건적 정조관념을 고수하며 재혼을 반대하는 어머니, 할머니와 주체적인 삶을 살려는 딸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60년 4월 소극장 연극 운동을 이끌던 제작극회에서 제8회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김자림은 1960년 ‘인공낙원’(국립극장·서울신문 입선)과 ‘가보’(조선일보 입선), 1961년 ‘유산’(조선일보 당선)으로 공모전에서 잇따라 선정되며 연극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올해 11회째인 여성연극제 포스터.

1960년 제작극회 무대에는 김자림의 ‘돌개바람’(차범석 연출)과 함께 또 다른 여성 극작가의 작품이 올려졌다. 바로 박현숙(1926~2020)의 ‘사랑을 찾아서’(오사량 연출)다. 제작극회는 차범석, 김경옥, 최창봉, 이두현, 허규 등 훗날 문화예술계 거장이 된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신극과 실험극 운동을 펼친 동인제 극단이다. 제작극회 멤버였던 박현숙은 1950년 수필가로 먼저 등단한 뒤, 1960년부터 1962년까지 3년 연속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항변’(입선), ‘사랑을 찾아서’(입선), ‘땅 위에 서다’(당선)를 올리며 극작가로 입지를 다졌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김자림과 박현숙은 남성 중심이었던 연극계에서 여성 전문 극작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한 두 축이다. 이전까지 한국 연극 속 여성은 주로 신파극의 수동적 희생자나 남성 주인공의 보조적 존재에 머물렀으나, 두 사람은 여성의 주체성과 사회적 갈등, 일상 속 깊은 심리를 무대로 끌어올렸다. 이들의 활약은 이후 다양한 여성 극작가들이 연극계에 등장하고 뿌리내리는 발판이 되었다. 다만 김자림은 경제적인 이유로 방송 드라마 작가 활동을 병행했다. 그는 라디오 드라마 ‘여반장’ ‘비련의 신부’와 TV 드라마 ‘물망초’ ‘행복의 조건’ 등 다수의 인기작을 집필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제11회 여성연극제가 특별공연으로 김자림의 대표작 ‘이민선’을 선보인다. 사진은 1세대 여성 연출가 류근혜가 연출하는 ‘이민선’에 출연하는 배우들. (c)한국여성연극협회

사단법인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지난해 11월 두 선구자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업적을 조명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어 오는 8월 6일부터 9월 13일까지 열리는 제11회 여성연극제의 특별기획공연으로 김자림의 대표작 ‘이민선’(8월 6~9일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2020)을 선보인다. 1966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민선’은 정부가 인구 문제 해결책으로 브라질 이민을 장려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는 이들의 욕망과 내면적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시대의 모순과 개인의 불안을 예리하게 포착한 이 작품은 국립극단이 여성 극작가의 희곡을 처음 무대화한 기록으로도 남아 있다.

6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민선’의 연출은 1세대 여성 연출가 류근혜가 맡았다. 1980년 극단 광장 연출부로 시작해 섬세한 시선과 무대 언어를 구축해온 류 연출가는 “김자림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동시에, 한국 연극사의 중요한 순간을 오늘날의 관객과 함께 돌아보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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