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 배제' 접더니…반도체특별법 시행령, '비수도권 우대'가 '우선 고려'로

세종=강나훔 2026. 7. 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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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 달 시행되는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역 지원 원칙을 다시 한번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수도권을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던 정부는 용인 국가산업단지와 인천 등의 반발로 이를 철회한 데 이어, 입법예고안에 담았던 '비수도권 우대' 원칙도 법제처 심사를 거치며 '우선 고려'로 완화했다. 수도권 반발에 한 차례 수정법제처 심사서 다시 손질30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산업통상부 입법예고안과 법제처 심사본을 비교한 결과,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기준이 '비수도권을 우대하여야 한다'에서 '수도권 외의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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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입법예고안·법제처 심사본 비교해보니
클러스터 지정 원칙 또 변경
비수도권 우대 대신 '우선 고려'…균형발전 취지 후퇴 지적

정부가 다음 달 시행되는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역 지원 원칙을 다시 한번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수도권을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던 정부는 용인 국가산업단지와 인천 등의 반발로 이를 철회한 데 이어, 입법예고안에 담았던 '비수도권 우대' 원칙도 법제처 심사를 거치며 '우선 고려'로 완화했다. 비수도권 지원 원칙이 잇따라 완화되면서 특별법에 담긴 국가균형발전 취지가 다소 후퇴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반발에 한 차례 수정…법제처 심사서 다시 손질

30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산업통상부 입법예고안과 법제처 심사본을 비교한 결과,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기준이 '비수도권을 우대하여야 한다'에서 '수도권 외의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로 변경됐다.

'우대'는 클러스터 지정이나 지원 과정에서 비수도권에 가점이나 차등 지원을 부여하도록 하는 의미가 강한 반면, '우선 고려'는 여러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로 비수도권을 먼저 검토하라는 취지에 가깝다. 법률상 모두 의무 규정이지만 정책적 강도는 '우대'가 더 크다는 것이 법조계와 행정부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수도권을 지정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했던 초안과 비교하면, 입법예고 단계에서는 수도권을 포함하되 비수도권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조정됐고, 법제처 심사에서는 그마저도 행정청의 재량을 넓히는 방향으로 한층 완화된 셈이다.

법안 제정을 자주 담당해온 한 산업부 관계자는 "'우선 고려' 역시 법적 의무이지만 '우대'보다 행정청의 재량 범위가 넓다"며 "'우대'가 비수도권 지원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지방 "균형발전 취지 퇴색"…반도체 유치 경쟁 영향 우려

이번 시행령은 제정 과정부터 지역 갈등의 중심에 섰다. 정부는 반도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하위법령 마련에 착수하면서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요건을 구체화했다.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마련된 초기 초안에는 클러스터 지정 대상을 사실상 수도권 밖으로 한정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 중인 용인과 반도체 후공정·소부장 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인천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법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라는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경기도는 용인·평택·화성·이천 등 국내 반도체 생산기지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한 현실을 거론하며 "수도권 배제는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정부에 시행령 수정을 요구했다. 인천시 역시 경제자유구역과 송도 바이오·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등을 감안할 때 수도권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수도권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절충안을 선택했다. 클러스터 지정과 지원 과정에서 '비수도권을 우대한다'는 원칙을 신설한 것이다. 수도권도 지정 대상에 포함하되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에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번 법제처 심사를 거치면서 우대 원칙마저 '우선 고려'로 완화 조정되면서 정부가 특별법에 담았던 국가균형발전 취지가 다소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도권과 경쟁하는 지방 입장에서는 특별법의 가장 큰 정책적 유인이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비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 유치는 지방의 미래 산업 기반과 직결되는 만큼 비수도권 우대 조항은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우선 고려로 완화되면서 향후 클러스터 지정이나 정부 지원 과정에서 지방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성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정위 국가유산청장 추가·기반시설 규정도 대폭 손질

법제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심사 과정에서 '비수도권 우대'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하다고 판단해 산업부와 협의를 거쳤다"며 "산업부도 해당 문구의 실질적인 의미는 수도권 외 지역을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대상으로 우선 고려한다는 취지라는 점을 확인했고, 이를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문언을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표현은 모두 수도권 외 지역을 우선 지정하겠다는 동일한 입법 취지를 담고 있으며, 행정청의 재량을 넓히거나 규정을 완화하기 위해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법제처 심사에서는 지역 지원 원칙 외에도 시행령 전반이 상당 부분 손질됐다. 산업부 원안의 46개 조문은 41개 조문으로 재편됐고, 반도체산업조정위원회에는 국가유산청장이 새롭게 당연직 위원으로 추가됐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정에서 문화유산 조사·보존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기반시설 지원 규모와 지원 비율은 산업부 장관이 관할 시·도지사의 의견을 들은 뒤 기획예산처 장관과 협의하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기반시설 이중화 규정도 바뀌었다. 입법예고안은 전력망과 용수망 외에 폐수처리계통, 가스·화학물질 공급망, 정보통신망 등을 직접 열거했지만 법제처 심사본은 도로를 새롭게 포함하는 대신 나머지 시설은 산업부 장관이 고시하는 시설로 정리했다. 세부 시설을 시행령에 고정하기보다 정책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법제처 심사를 마친 시행령안을 조만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시행령은 대통령 재가와 공포 절차를 거쳐 반도체특별법 시행일인 다음 달 11일부터 함께 시행될 전망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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