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최대 난제 풀었다…선택소자 없는 초저전력 뉴로모픽 구현[과학을읽다]
GIST·서울대·USC 공동연구…고집적 AI 반도체 상용화 앞당길 기반 마련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집적도와 공정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가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은 메모리 기능과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자기 정류(Self-rectifying) 기능을 하나의 소자에 구현, 기존에 필요했던 별도의 선택소자(selector) 없이도 안정적인 정보 저장과 연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이상한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장호원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 조슈아 양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메모리 기능과 자기 정류(Self-rectifying) 기능을 하나의 소자에 구현한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사람의 뇌처럼 정보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차세대 AI 반도체다. 메모리 소자를 격자 형태로 연결한 크로스바 어레이(Crossbar Array) 구조를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병렬 처리할 수 있어 초저전력 AI 구현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 뉴로모픽 반도체는 같은 전기 자극을 반복해도 정보가 일정하게 저장되지 않는 '비선형성'과 인접 소자로 전류가 새는 '누설 전류'가 대표적인 기술적 한계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소자마다 별도의 선택소자를 추가해야 했고, 그 결과 소자 구조가 복잡해지고 집적도와 공정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메모리·선택소자 기능 하나로 구현
연구진은 전기 신호를 기억하는 강유전체 소재인 비스무트 철 산화물(BiFeO₃)에 바륨(Ba)을 첨가해 산소 공공(oxygen vacancy)의 이동을 정밀하게 제어했다. 이를 통해 반복적인 전기 자극에도 정보가 일정한 폭으로 저장되는 선형적 정보 저장 특성을 구현하는 동시에,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자기 정류 기능을 소자 자체에 구현했다.
이 기술은 별도의 선택소자 없이도 누설 전류를 효과적으로 차단해 회로를 단순화하면서도 안정적인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 선택소자를 제거할 수 있어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고 제조 공정도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성능 검증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개발한 소자는 1000만회 이상의 반복 쓰기·지우기 동작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했으며, 11×11 크로스바 어레이(121개 메모리 셀)를 구현해 텍스트와 이미지 패턴 저장·소거 실험에서도 별도의 선택소자 없이 안정적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누설 전류를 억제하는 정류비는 100만배 이상 향상됐다.
이상한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뉴로모픽 반도체의 핵심 난제였던 정보 축적의 비선형성과 누설 전류 문제를 하나의 소자에서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산업적 의미가 크다"며 "고효율 뉴로모픽 컴퓨팅은 물론 고성능·초저전력 AI 반도체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월 온라인 게재됐으며, 교정을 마친 최종본이 이달 공개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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