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슬쩍 내리고 밀착…헌팅포차 된 한강수영장 ‘충격 현장’

전자음악(EDM)에 맞춰 물놀이를 즐기는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을 보고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 수영장을 찾은 20대 여성 A씨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그는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수영장 한가운데서 강강술래를 하고 있어 함께했는데, 주변을 남성들이 둘러싸고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며 “뒤에 있던 한 남성이 갑자기 내 배를 잡고 몸을 밀착했다. 사람이 너무 많고 물보라까지 일어 제대로 대응할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건 A씨만이 아니다. 가까스로 풀장을 빠져나온 A씨는 울면서 지인과 통화하는 한 여성을 목격했다. A씨는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모르는 남성이 비키니 상의를 실수인 척 내렸다’고 해서 나 말고도 피해자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모르는 이성에게 물장구를 치다가 전화번호를 따는 등 분위기가 ‘헌팅포차’를 방불케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성인 기준 5000원의 입장료로 운영 중인 한강 수영장이 이른바 ‘가성비 워터밤’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2030세대가 몰리고 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에 따르면, 개장일인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26일까지 38일간 한강 수영장과 물놀이장을 다녀간 이용객은 26만243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젊은 층이 집중되는 시간대는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의 야간 운영 시간이다. 여의도 한강 수영장에서는 금·토·일 저녁 디제잉 파티가 열려 이용객들이 싸이·빅뱅 노래를 ‘떼창’ 하기도 한다. 물 반, 사람 반으로 광란의 풀 파티가 진행되는 모습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확산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불법촬영에 흡연·음주 민폐도
이용객이 몰리며 성추행·불법촬영 등 사건·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7일 여의도 한강 수영장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를 받는 남성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금연·금주 구역인 수영장에서 흡연하거나 맥주를 마시는 사례도 나오면서 어린이 이용객이 많은 한강 수영장의 특성상 가족 단위 이용객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불법촬영 단속 현수막 설치, 경찰과의 합동 점검, 안전요원 증원 등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한강 수영장을 찾은 이용객 B씨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물 위에 이물질이 둥둥 떠다니고, 물속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등 수질 문제도 있었다”며 “지난해 가족들과 한강 수영장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쾌적한 분위기가 그립다”고 말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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