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도 없는데 연일 주가 폭락, 누가 책임져야 하나
당국은 뒷북 조치에 책임 회피 빈축
증시 체질 강화와 책임 추궁 있어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주식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28~29일 발동됐다.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황이 1분간 지속될 때의 조치인 서킷브레이커가 양 시장에서 이틀 연속 나오기는 사상 처음이다. 중국 반도체 급성장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예전 같으면 몇몇 반도체 종목의 약세로 그칠 일이었다. 경제 위기도 아니고 반도체 초호황, 경제성장률 급등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주가가 연일 무너진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 가까이 급락했다. 장중 11% 넘게 폭락하다 막판 기관 매수로 반등했지만 하루 낙폭은 1000포인트가량이나 됐다. 선물 매매가 일시 중단되는 사이드카도 이날을 포함해 이달 들어서만 20거래일중 14일이나 발동됐다. 이 같은 ‘롤러코스피’ 장세는 금융당국이 5월 말 출시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영향이 컸다. 가뜩이나 이들 종목으로의 쏠림이 강한 터에 2배 등락률 상품의 등장이 주식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급등락이 반복돼 수급이 약해지자 사소한 악재에도 시장은 과민반응을 보인다. 같은 반도체 수혜, 같은 악재를 맞이한 미국, 일본, 대만 증시보다 하락폭이 2~3배 이상 큰 이유다.
당국은 뒤늦게 보완 조치를 내놓고 있다. 개인별 투자 비율을 투자상품 전체의 20%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한 데 이어 어제는 신규매수를 전문투자자로 제한할 방침도 내비쳤다. 투자자 원성에 사후약방문식 조치를 쏟아내는 것 자체가 정책 부실을 자인한 것이다. 게다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증시 변동성이 단일종목 ETF 때문만이 아닌 “개인 투자자의 역동성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를 도박판으로 이끌고선 개미 성향 탓을 하고 있으니 전형적인 책임 회피다.
지금 증시는 기업의 자금 조달, 국민의 건전한 자산 증식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투자자의 막대한 손실을 야기한 최근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응급 조치는 필요하되 장기 투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증시 체질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반도체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산업 다변화 조치도 시급한 과제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지수가 4000포인트가량 빠지는 패닉을 부른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도 당연히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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