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닉 레버리지 상장 폐지하라”…국회 앞 분노의 근조화환

코스피 지수가 이틀 연속 폭락하며 29일 6000선 아래로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여권 지지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정부에 우호적이던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서조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증시 충격에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친명(친이재명) 커뮤니티인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이합갤)’의 한 이용자는 “급한 불 끌 생각도 없고 불난 집에 부채질만 하는 김용범, 이억원 두 경제 관료는 알아서 나가줬으면 좋겠다”며 “대통령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여 성향 커뮤니티 ‘뽐뿌’에선 “시장이 망가져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이 정부는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사과도 없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친문(친문재인)·친청(친정청래) 성향인 딴지 게시판에서는 두 관료의 사퇴를 넘어 “이재명 대통령도 책임 있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불만이 다수 제기됐다.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국회 근조화환 시위로 이어졌다. 이날 국회 정문 앞 인도에는 개인투자자 단체인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 보낸 약 40개의 근조화환이 줄지어 늘어섰다. 화환에는 ‘개미도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폐지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성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번 사태 원인을 거시적 요인으로 돌렸다. 김 실장은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레버리지 ETF로 이런(변동성) 현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일 수는 있고, 상당히 많은 문제가 다 그것 하나로 귀결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가) 반도체와 AI 주식 전체의 향배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 이어지는 점에서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AI의 성능과 별도로 투자액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 등에 대해 갸우뚱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레버리지 ETF 참사 주범’ 김용범 실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보여준 말장난식 궤변은 국민들은 아연실색케 한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김용범 정책실장을 즉각 경질하고, 경제 라인을 전면 교체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식시장 혼란을 초래한 정부 책임을 겸허히 수용하고 주가 폭락으로 큰 피해를 본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여당 내부에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주식이 급락하거나 급등할 때 사이드카가 발동하고 거래가 중지되지 않냐”며 “광수네 복덕방 이광수 대표도 거래 중지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 당국에서 참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K-자본시장특위 위원장 오기형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ETF가 가진 분산투자 특성을 몰각한 ‘몰빵 위험 상품’”이라며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에 ETF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품 설계가 적당했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했다.
오 의원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기본예탁금 상향(1000만원→3000만원) 조치에 대해서도 “이러한 방안 등으로 변동성을 충분히 줄일 수 있을지 단정할 수 없고, 현재 이런 대책이 충분하다고 평가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 조정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자본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지속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성국·류효림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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