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움직임 아냐”…개미들 ‘항복 매도’ 코스피 폭락 키웠다

코스피가 장중 5200선까지 밀리며 이틀 연속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29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장 초반 상승 출발했지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두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전체 거래 20분간 중단)가 동반 발동했다. 양 시장에서 연이틀 서킷브레이커가 함께 발동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코스피는 전일보다 7%가량 내린 5600선에서 거래됐다. 장중 한때 11% 넘게 급락하며 5262.77까지 밀렸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같은 시간 기관이 2조70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1조9000억원)과 외국인(8400억원)의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10시 55분(코스피)과 10시 56분(코스닥)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를 두 시장에 각각 발동했다. 이어 낮 12시 19분 코스닥, 12시 32분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를 가동했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역대 15번째(올해 9번째), 코스닥은 역대 14번째(올해 4번째)다.
이날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장중 17% 넘게 급락하며 130만원 아래로 밀렸다. 삼성전자도 11% 하락하며 20만원선을 밑돌았다. 간밤 미국 시장에서도 마이크론(-8.85%), 샌디스크(-14.25%), SK하이닉스 ADR(-8.98%) 등 메모리 반도체주가 동반 급락한 점도 매도세를 자극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 정책 등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졌다”며 “미·이란 협상 불확실성과 (현지시간 3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심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나 일본 증시 대비 국내 증시 급락은 정상적인 시장 움직임으로 보기 어렵다”며 “전날 급락 이후 반등 기대가 꺾이면서 손실을 확정하는 ‘항복 매도(패닉 셀링)’ 물량이 대거 출회한 것이 이번 폭락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코스피 밸류에이션은 역사적으로도 낮은 수준인 만큼 미국 빅테크 실적과 FOMC, 미·이란 협상 등 반등 계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토로의 아시아 태평양 및 중동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인 조시 길버트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CAPEX)를 40조원 후반대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주주환원 정책과 장기 공급계약의 가격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며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의 비중이 큰 만큼, 두 회사가 함께 무너질 경우 숨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사이드카가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는 현재 시장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투매와 쏠림을 제어할 수 있는 증권시장안정펀드나 공매도 한시 금지 등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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