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에 닥칠 ‘고령화 쇼크’…예금은 늘고, 대출은 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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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급격한 고령화가 은행의 전통적인 대출 사업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고령층이 늘면서 가계의 대출 수요는 줄고 예금 선호는 강해져 은행의 자금이 대출에서 다른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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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구 1% 포인트 늘면 예대율 5.2% 포인트 ↓

한국의 급격한 고령화가 은행의 전통적인 대출 사업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고령층이 늘면서 가계의 대출 수요는 줄고 예금 선호는 강해져 은행의 자금이 대출에서 다른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 IMF가 공개한 ‘고령화하는 아시아: 고령화가 은행산업을 어떻게 재편하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한국을 일본·중국과 함께 이미 ‘인구배당 이후 단계’에 진입한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0%에서 2050년 40%로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IMF 연구진은 1989∼2023년 56개국, 4256개 은행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1% 포인트 높아질 때 은행의 예대율은 평균 5.2% 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산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4%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은행의 전체 조달액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포인트 상승했다.
예대율은 은행이 확보한 예금 가운데 얼마를 대출로 운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예대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은행에 예금은 들어오지만 이를 대출로 내보내는 비율은 떨어진다는 뜻이다.
고령화에 따른 가계의 금융 행동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은퇴 이후에는 빚을 새로 내거나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보다 기존 부채를 줄이고 현금·예금처럼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금 수요 역시 인구 감소와 경제활동 둔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연구진이 유엔 인구 전망과 과거 은행 자료의 관계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 한국 은행권의 예대율은 2023년 96%에서 2050년 23%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자산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70%에서 46%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2050년 수치는 고령인구 비중과 은행 지표 사이의 과거 관계가 앞으로도 각국에서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한 예시적 추정치다. 연구진도 구체적인 수치 자체보다는 은행 자산이 대출에서 다른 부문으로 이동하는 방향과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영업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 수요가 줄고 예대마진이 얇아지면 은행들은 채권·유가증권 같은 비대출 자산과 자산관리, 퇴직연금 등 수수료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고령 고객의 은퇴자산을 관리하는 사업의 중요성도 커질 수 있다.
해외 금융회사들이 고령화한 국가에서 자산을 빼 젊은 국가로 옮길 가능성도 제기됐다. 진출국의 고령인구 비중이 1% 포인트 높아질 때 해당 국가 자회사가 보유한 자산 비중은 모회사 전체 자산 대비 평균 0.85%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출 수요와 성장성이 낮은 고령 국가보다 젊고 성장률이 높은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을 배분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대출이 줄어든다고 은행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가증권 운용이나 자산관리 사업을 늘리면 금리와 시장가격 변동, 수수료 수입의 불안정성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화로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은행의 핵심 수익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라며 “자산관리와 퇴직연금 등 비이자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가증권 투자 확대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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