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데 짜릿한 ‘스파이더맨4’…정체성 마주한 히어로의 새 챕터 [쿡리뷰]

심언경 2026. 7.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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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 소니 픽처스 제공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돌아왔다. 5년 만이다. 다만 여전히 친절한 ‘이웃’이라기엔 철저히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경찰을 도우며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도 그 누구 앞에서도 가면을 벗지 않는다. 피터(톰 홀랜드)를 잊은 MJ(젠데이아)와 네드(제이콥 배덜런)가 MIT에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 그의 루틴은 달라질 줄 모른다. 현장에 출동해 사람들을 구하고 매번 다른 꽃을 골라 메이(마리사 토메이)의 묘를 찾는다. 그런 그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면서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이하 ‘스파이더맨4’) 이야기다.

‘스파이더맨4’는 이 같은 서사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을 굉장히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세련된 비트의 사운드트랙에 리듬감 있는 전개가 더해지니 몰입도는 삽시간에 치솟는다. 그리고 알맞은 타이밍에 사건이 발생한다. 스파이더맨은 누군가 탱크를 탈취해 대미지 컨트롤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입수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내면에 침투해 이들을 조종하는 빌런을 마주한다. 악당 소탕이라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그 방식이 스파이더맨과 상반되는 프랭크(존 번탈)도 이때 합류한다. 이 가운데 스파이더맨의 전매특허 웹 스윙과 눈을 뗄 수 없는 활강 액션이 펼쳐진다. 관객 입장에서는 길었던 공백을 단숨에 잊는 순간이다.

이번 시즌 역시 스파이더맨의 성장을 다룬다. 그 중심에는 피터가 상실과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이 자리한다. 피터는 이제 MJ의 남자친구도 네드의 절친도 아니다. 다신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 동시에 체내 거미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손목에 거미줄 생성기관이 생긴다. 극심한 두통은 계속되고 거미줄 조절마저 맘처럼 되지 않는다. 죄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드월프는 당신답지 않다며 “정신 차려(You need to fix it)”라고 다그친다. 피터는 자신을 고치려 든다. 이어 브루스(마크 러팔로)를 찾아가 제어기의 작동 메커니즘을 재확인하고 거미 호르몬을 억제하는 장치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반대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 소니 픽처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 소니 픽처스 제공

피터는 “둘 다 나야”라며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고 나서야 히어로로서 각성한다. 진정 고쳐야 할 것은 과거와 신체가 아닌, 현재 마음가짐이었다는 이야기다. 피터를 기억하지 못하는 MJ가 그를 “변화를 겪고 있는 좋은 사람”으로 바라본 것도, 브루스가 제어기를 설명하던 중 “발현돼야 하는 걸 막는 거라면”이라고 되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반부까지 빌런처럼 묘사됐던 텔레파시 능력자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 역시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다. 초능력으로 인해 부모에게도 버림받았던 그는 피터의 머릿속에서 메이를 만나 존재 자체로 온전히 사랑받는 경험을 한다. 그렇게 피터는 진을 구원하고 세상은 평화를 되찾는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모두를 돕는 일이다’라는 메이의 묘비명대로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흐름이다. 메시지도 굉장히 명확하다. 피터, 프랭크, 브루스, 진 모두 가족 혹은 자신을 잃은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의도는 더욱 뚜렷해 보인다. 그러나 지루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풍성한 볼거리가 진부함을 상쇄한 덕분이다. 화면을 꽉 채우는 뉴욕의 스카이라인과 야경, 시리즈 특유의 신선한 액션 디테일, 마스크 아래 톰 홀랜드의 눈빛 연기까지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간 영화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암살자 집단 핸드의 등장도 반갑다. 스파이더맨이 허공을 가르며 프랭크를 거미줄로 끌어당기고, 속도를 이기지 못해 반대로 내달리는 헐크를 프랭크가 총격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스크린은 크면 클수록 시각적 쾌감이 배가되겠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최초 ‘샷 포 스크린X’ 적용 작품인 만큼 특수관 관람을 추천한다. 스크린X를 택한 관객은 3면에 걸친 270도 파노라마 화면으로 핵심 시퀀스를 감상할 수 있다. 아이맥스 역시 최적화 포맷은 아니지만 영화적 체험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45분, 쿠키영상 있음.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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