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락 ‘80%’ 차지한 반도체株…삼전·닉스 성적표로 반등할까

최근 코스피의 하락장과 급격한 변동장의 중심에 서 있는 반도체 종목 투자심리를 좌우할 운명의 갈림길이 다가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실적을 통해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실적 발표가 매수세 강화를 비롯한 호재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말 265만원에 거래를 마친 뒤 이날 종가 기준 155만원으로 41.50% 급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도 33만4000원에서 22만원으로 34.13% 급락했다. 이같은 주가 급락에 유가증권시장에서 55%를 웃돌던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도 50%대 미만으로 축소됐다.
특히 이날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1단계)가 발동되면서 ‘검은 화요일’ 장세가 연출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하루 만에 전 거래일 대비 13.39%, 14.65% 떨어진 22만원, 155만원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지난 4월과 5월초에 기록한 주가 수준으로 회귀했다. 코스피가 지난 5월6일 종가 기준 7384.56을 달성해 사상 처음으로 7천피를 넘긴 뒤 6월19일 사상 최고점인 9385.59에 올라서기까지 함께 시현했던 수익률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이같은 반도체 대형주 폭락은 증시 전반의 하락장을 견인한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시가총액 비중이 컸던 주도주였던 만큼, 이들 종목의 하락세는 지수 전체를 끌어 내리는 촉매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염승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고점 달성 이후 2358.8포인트(p)까지 하락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업종이 1892.0p로 전체 낙폭의 80.2%를 차지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강세장과 고변동성이 병존하는 이례적 국면이 이어졌다.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200 내 합산 시총 비중이 60.7%까지 확대되면서 종목 분산효과가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40만전자, 300만닉스 기대감을 키우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자들의 원성을 살 만큼 급락한 배경에는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게 꼽힌다.
여기에 더해 이날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낙폭이 더 확대됐다. 창신메모리(CMXT) 등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중국산 DUV를 도입하면, 장비 조달 병목 완화와 증설 능력 증가, 범용 D램 공급 확대로 이어져 글로벌 메모리 경쟁이 심화돼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엔비디아가 자금 지원과 대출 보증을 통해 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한다는 순환거래 논란도 재점화되면서 향후 AI 사업의 실질 수익화가 지연될 경우, 메모리 밸류체인 전반에 과잉 투자 리스크가 전일될 수 있다는 시장 경계감마저 수면 위에 떠오른 상황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가 반도체 노이즈에 따른 단기 변동성 부각을 우려하면서도 다가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가 위축된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를 개선할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달 29일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다음날인 30일 삼성전자도 2분기 확정실적을 공개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반도체주가 급격한 조정을 겪으면서 투자심리가 취약해지다 보니, 중국 DUV 장비 생산 뉴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쟁과 엔비디아 순환투자 논란 등 이슈로 인해 변동성이 높아질 소지가 있다. 다만 국내 반도체 및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업체 실적을 통해 상황 반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증권사들이 추산한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604.94% 급증한 49조3192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2조5827억원, 63조1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1.46%, 585.49%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업황 개선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확정실적 발표에서는 하반기 HBM 공급 계획, 고객사 수요, AI 투자 전망 등 경영진의 가이던스, 주주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악화된 투자심리와 수급 압박으로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하지만 악재는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된 상태”라며 “향후 코스피는 작은 호재에도 상승 추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재명 정부의 샌프란시스코 AI 선언과 한·미 주요 빅테크 간 협력 구도는 AI 산업 성장의 중심에 한국 기업이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산업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업황과 실적 개선 기대가 다시 유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업종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과 마이크론의 대규모 투자, 창신메모리의 상장 이후 자본지출 확대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공급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최근 급격한 하락에 따른 단기 반발 매수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과거와 같은 반도체 업종 중심의 강한 상승보다는 조정을 거치며 시장 순환매가 타 업종으로 확산하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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