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가고 보라맛이 점령했다…쫓아가기 버거운 ‘디저트 유행’

중소 식품업계에 다니는 장모(33)씨는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유행을 쫓아가기가 버겁다. 28일 만난 장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바이가 인기라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었더니 바로 유행이 죽어버렸다”며 “상반기에만 두바이, 황치즈, 우베 등 몇 개가 지나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트렌드가 꺾여 재료가 남으면 비용 부담이 커서 작은 업체는 유행을 따라가기 힘들고, 대기업도 일단 출시하고 나서 제품을 조금씩 수정해 나갈 정도”라고 전했다.
점점 짧아지는 한국의 디저트 유행 주기에 식품·유통업계가 진땀을 빼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대세이던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가 석 달을 채 못 가 꺾이고 그 자리를 필리핀이 원산지인자색 식재료인 ‘우베’가 채웠다. 우베 열풍에 식품회사들은 앞다퉈 제품마다 보랏빛 포장지를 씌우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우베를 활용한 크런키·찰떡파이·나뚜루를 이달 출시했다. 해태제과의 오예스,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 등 스테디셀러들도 우베맛을 입혀 새로 나왔다. 매일유업, 연세유업 등 유제품 기업들도 하나같이 ‘우베라떼’를 내놓고 있다.

유행 주기가 짧아지면서, 식품회사보다 유통회사의 입김이 강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유통업계가 인기 디저트를 주제로 꾸린 매대에 하루라도 빨리 진열돼 한 철 장사를 하는 게 매출 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큰 마트가 ‘이번에 우베를 할 테니 당장 제품을 내놓으라’고 하면 시간표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한 유통업계가 특정 상품을 독점하기도 한다. 일례로 오리온 ‘황치즈집 쿠키’는 이마트·SSG닷컴 등 신세계 관련 채널에서만 단독 판매했다.
자체 상품도 만들고 판매 채널도 가진 편의점은 이런 ‘한철 장사’의 강자다. 3사 편의점은 유행이 하나 나올 때마다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수없이 변주하며 관련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CU는 두바이 상품 26종, 우베 상품 10종, 황치즈 상품 19종 등 관련 제품을 출시했고 GS25는 두바이 18종, 우베 5종, 황치즈 9종 등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두바이 5종, 우베 10종, 황치즈 2종을 판매 중이다.

이런 전략은 그대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GS25는 유행에 맞춰 내놓은 상품의 매출증가율이 지난 7월 한 달 기준 전월 동기 대비 11.2% 늘어났다. 세븐일레븐도 올해 1~7월 디저트 상품 매출증가율이 1년 전보다 54% 뛰었고, CU는 1~6월 기준 매출증가율이 전년 대비 64.4%나 늘었다. CU의 두바이 관련 상품은 누적 판매량이 1500만 개 이상이고, 우베 상품은 70만 개가 넘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짝퉁 제품도 매출 자체는 엄청나기 때문에 유행에 절대 뒤처지면 안 된다”고 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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