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치고 와” 김원형 감독 농담에 연장 결승포로 응답한 박준순…두산 4위 도약
“홈런 하나만 치고 와라.”
감독의 농담 섞인 주문에 쑥스럽게 웃던 20세 내야수는 초구부터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타구는 총알 같은 속도로 125m를 날아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를 4위 자리에 올려놓는 한 방이었다.

두산은 28일 SSG 랜더스와의 인천 원정 경기에서 연장 10회초 터진 박준순의 결승 솔로포를 앞세워 2-1로 이겼다. 이와 함께 올 시즌 49승 3무 44패(승률 0.5269)를 기록하게 돼 이날 삼성 라이온즈에 패한 KIA 타이거즈(50승 2무 45패·승률 0.5263)를 승률 6모 차로 밀어내고 4위로 한 계단 도약했다. SSG는 4연승을 마감했다.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양 팀 외국인 선발의 역투가 눈부셨다. SSG 페드로 아빌라는 6이닝을 5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16일 KIA전(6이닝 무실점)과 22일 롯데 자이언츠전(6이닝 3실점)에 이어 이날까지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3경기 평균자책점이 1.50이다.
두산 선발 웨스 벤자민 역시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면서 4피안타 1실점(비자책점)으로 맞섰다. 유일한 실점도 채 몸이 풀리기 전인 1회말 야수 실책으로 나왔다. 2사 1·2루에서 SSG 전의산의 땅볼 타구를 2루수 박준순이 잡지 못하고 놓쳐 2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벤자민은 다음 타자 조형우를 4구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이 실책 하나가 박준순의 마음에 짐으로 남았다. 박준순은 “팀에게도 미안하고, 특히 잘 던지고 있던 벤자민에게 가장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다행히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왔다. 두산이 0-1로 뒤진 7회초 2사 1루에서 두산 외국인 타자 유니오 세베리노가 우중간을 가르는 동점 적시 2루타를 터트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1로 시작된 연장 10회초 두산의 선두타자는 박준순이었다. 그가 타석으로 향하기 전, 김원형 두산 감독은 “홈런 하나만 치고 오라”고 격려 섞인 주문을 건넸다. 경기 초반 소극적으로 타격했던 박준순은 SSG 바뀐 투수 문승원의 초구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그대로 왼쪽 담장 밖으로 보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는 대형 아치.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그는 “홈런 쳤으면 됐다”며 하이파이브하는 벤자민을 향해 비로소 활짝 웃었다.

벌써 올 시즌 14번째 홈런이다. 박준순은 “아무래도 그냥 타석에 들어설 때보다 중요한 상황일 때 더 도파민이 나와서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며 “지난해 홈런 수가 4개였는데, 올해도 그와 비슷할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나도 나 자신에게 놀라는 중”이라고 쑥스러워했다.
김원형 감독은 “박준순이 자신의 장점인 적극성을 살려 초구부터 과감히 방망이를 내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흡족해했다. 이어 “선발 벤자민이 일주일의 첫 경기에서 거의 완벽한 투구를 해줬다. 마무리 이영하가 혼신의 투구로 2이닝을 책임져 준 것도 승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칭찬했다.
인천=배영은 기자
인천=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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