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이러다간 집값 안정·투기 차단 다 놓칩니다
[남기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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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
| ⓒ 연합뉴스 |
올 1월 말부터 대통령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반드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벗어나야 하며 이 탈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직 주권자 국민만을 믿고 나아간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피력하셨습니다. 저는 대통령님의 그 발언에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릅니다.
'문재인 시즌 2'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
그러나 그날 토론회에서 목격한 대통령님의 표정과 발언에서는 그러한 결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던 다짐과 달리 다른 부분을 염두에 두는 것처럼 느껴졌고, 오랫동안 부동산 욕망에 익숙해진 국민의 저항 때문에 개혁이 어렵다는 취지의 말씀에서는 국민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은 우려가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문재인 시즌 2'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암울한 생각이 저의 마음을 뒤덮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괴로웠습니다.
이런 걱정이 저를 엄습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예상되는 경제적 상황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알고 계시듯 올 하반기와 내년 초에 걸쳐 은행 대출과는 무관한 전례 없는 유동성의 파도가 나라 전체에 밀려들 예정입니다. 반도체의 기록적인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과 수출 호황에 따른 외화 유입이 원화로 환전되면서 앞으로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거대한 유동성의 파도를 막아낼 댐의 높이가 턱없이 낮다는 점입니다. 부동산으로 쏠리는 유동성을 제어할 가장 중요한 방파제는 보유세의 보편적 강화이지만, 현장에서 대통령께서는 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불가능한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 그 말은 거대한 유동성의 파도를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댐의 높이를 올리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차등 과세'는 '새로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불러올 뿐
대통령께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어렵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차등 과세를 준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유세를 어느 정도 강화하되 거주·서민과 중산층 주택에는 부담을 덜어주는 반면, 다주택·초고가·비거주 주택에는 부담을 더 지우는 '차등 과세'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부동산 세제를 설계하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막을 수 없습니다. 거주용 1주택 감면 및 우대라는 예외를 터주는 순간 시중에 넘쳐나는 거대한 유동성은 이제는 '거주용' 똘똘한 한 채라는 구멍으로 일제히 쏠려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문제는 단순 1주택이 아니라 '거주' 1주택이기에 집주인이 들어와 살아야 하고, 그 결과 임대차 시장의 전월세 공급도 줄어들어 전월세 상승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서울·수도권으로의 인구 과밀 현상마저 가중시킬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부동산 세제는 '주택'에만 집중하고 있어 대통령께서 여러 번 지적하셨던 기업의 부동산 투기, 즉 비업무용 토지 보유나 농지의 50% 이상을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투기 현상은 전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주택이 아닌 상가·빌딩·토지 등 다른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갈 위험이 매우 큽니다. 한마디로 지금 대통령께서 구상하시는 세제는 집값 안정도, 일반 부동산 투기 차단도 모두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통령님, 그래서 저는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거주/비거주, 1주택/다주택, 개인/기업, 주택/비주택 구분 없이 합산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보편적으로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1/3~1/5 수준밖에 안 되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10년 장기 목표로 꾸준히 강화하여 유동성의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높은 댐을 세우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종부세에 이어 재산세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지방화 시대의 부동산 투기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 빌딩과 토지에도 보유세를 강화해야 기업이 생산적 경제활동에 더 매진하게 되고 농지도 진짜 농민이 보유하게 되어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에서의 탈출이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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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이날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재건축·재개발의 주택 공급 효과를 놓고 참석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2026.7.23 |
| ⓒ 연합뉴스 |
강력한 조세 저항이 현실화하면 입법부의 다수를 차지한 여당 의원들부터 크게 흔들릴 것이고 결국 집권 초기의 소중한 국정 동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와대 참모들 역시 같은 정치적 부담감을 안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면 돌파를 위한 확실한 극복 방안은 이미 존재합니다.
첫 번째 방안은 보유세 순증분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무주택자들은 추가 부담 없이 확고한 혜택을 누리게 되므로 보유세 강화의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돌아설 것입니다. 과거에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유세 강화 논의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반대까지 했던 무주택자들이 개혁의 적극적 지지자로 변화하는 것은 실로 놀라운 반전이 될 것입니다.
또한 토지+자유연구소의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시가 약 15억 원 후반대에 이르는 1주택 가구조차 보유세 증가액보다 받는 혜택이 더 커 실질적 수혜층에 포함됩니다. 요약하자면 무주택자를 포함한 전체 가구의 90~95%가 이 정책의 순수혜자가 되는 셈입니다. 이처럼 압도적인 수혜 구도는 어떠한 정치적 조세 저항도 넉넉히 극복할 수 있는 견고한 지지 기반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방안은 늘어난 보유세 세수를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전면 투입하는 것입니다.
청년과 신혼부부는 집값 폭등의 피해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당사자들입니다. 보유세 순증분을 이들의 주거 안정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보유세 강화가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살리는 생산적 투자'라는 확실한 명분을 갖추게 됩니다. 이는 2030 미래 세대에게 실질적 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 자녀의 주거 불안을 염려하는 5060 부모 세대의 수용성까지 끌어올려 조세 저항을 넘어서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 보유세 순증분만큼 부가가치세를 인하하여 국민의 체감 물가 부담을 즉시 덜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는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일상 소비에서 부담하는 대표적인 간접세이자 역진적인 세금입니다. 그런데 보유세 순증분만큼 부가가치세를 낮추면 서민과 다수 국민은 생필품 및 물가 인하 효과를 즉각 체감하게 됩니다. 이는 보유세 강화가 정부의 세수를 늘리기 위한 '징벌적 과세'나 '세수 확보용 증세'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막고 서민의 생활비 부담은 대폭 줄여주는 '큰 틀의 조세 개혁'임을 온 국민에게 입증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조세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부디 대한민국의 부동산을 대전환할 수 있는 '큰 기술'을 쓰십시오. 주권자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셔야 합니다. 저는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정책의 일관성과 결연한 국정 운영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한계는 이렇게 극복
'국민대토론회'에서 대통령님은 고가 분양주택의 대안으로 제시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해서 두 가지 강한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첫째는 저렴하게 공급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이 결국 사후에 '로또 아파트'로 변질되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011~2012년 강남·서초에 2억 원대에 분양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이 현재 12억 5천만 원 안팎으로 올라 주변 일반주택 가격의 75~80% 수준에 육박했습니다. 둘째는 40년 재건축 시점이 도래하거나 집단적 정치 압력이 가해질 경우, 결국 공공이 토지를 주택 소유자들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제도의 본질적 결함이 아니라 '토지임대료 책정 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완 가능합니다.
첫째, '로또화'의 근본 원인은 턱없이 낮은 토지임대료에 있습니다. 실제 강남·서초 토지임대부 주택의 토지임대료는 시장 임대료의 20~25% 수준에 불과하게 책정되었습니다. 토지임대료를 과도하게 할인해 줌으로써 75~80%를 소유자가 사적으로 누리게 만든 구조가 로또화의 진짜 원인이었습니다. 만약 토지임대료를 시장 임대료의 60~80% 수준으로 정기적으로 현실화하도록 제도를 설계한다면 로또화는 차단되며 '저렴한 주택'이라는 본래의 주거 안정 기능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토지임대료를 현실화하면 외면받을 것이라고 염려할 수 있지만, 전세와 주거 비용을 비교해보면 토지임대부 주택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거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임대료를 제대로 설계하면 초기 건물 분양가는 안전하게 보호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토지임대부 주택이 꾸준히 공급되면 전세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 전세가 안정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됩니다.
둘째, '재건축 시 토지 매각'은 입법을 통해서 해결하면 됩니다.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더라도 토지 매각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계약을 갱신·연장하는 방식으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주택법 등 관련 법안을 개정하면 됩니다.
물론 법을 개정하고 토지임대료를 현실화하더라도 정치적 압력이나 집단적 요구(일명 '떼법')가 거세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보유세 강화를 비롯한 모든 개혁적인 제도가 직면하는 공통의 과제입니다. 참여정부가 다져놓은 보유세 강화를 이명박 정부가 와해시켰다고 해서 보유세 강화 자체를 포기할 수 없듯이 저항이 두려워 가장 강력한 주거 안정 수단 중 하나인 토지임대부 주택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보유세를 보편적으로 충분히 강화하면 일반 민간 주택 시장 전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불로소득인 매매차익 자체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렇게 되면 토지임대부 주택 소유자들 역시 토지 소유권을 요구하며 집단적 압력을 행사할 유인이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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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2026.7.23 |
| ⓒ 연합뉴스 |
대통령님, 거듭 말씀을 드리지만 '거주용' 1주택 감면하고 초고가·다주택·비거주 주택은 부담을 늘리는 차등 과세는 새로운 부작용만 낳을 뿐입니다. 전세 서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전세대출을 확대한 것이 주택가격 폭등의 불씨가 되었고, '1주택 보호'라는 명분으로 오래 보유할수록 보유세와 양도세를 깎아주고 다주택자만 징벌적으로 중과했더니 '똘똘한 한 채' 현상이 폭발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십수 년 동안 똑똑히 목도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미세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전혀 아닙니다. 미세 조정은 근본적인 제도적 토대가 튼튼히 구축된 이후에나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점을 깊이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마저 부동산 대전환에 실패하면
대통령님, 눈앞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오직 나라의 미래만을 바라보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통령께서는 충분히 그 결단을 내리실 수 있는 분이라 믿습니다. 부디 그 용기와 결기를 다시 한 번 내어주십시오. 주권자 국민을 믿고 당당히 개혁의 길을 가시길 바랍니다.
만약 대통령님마저도 부동산 대전환에 실패하면 나라의 앞날은 참으로 어둡습니다. 참여정부는 훌륭한 정책을 입법화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부동산에 실패하여 이명박 정부에게 정권이 넘어갔고, 문재인 정부는 계통과 체계 없이 부동산 정책을 남발하다가 집값이 폭등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에게 정권이 넘어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고생을 했습니까. 그런데 이재명 정부마저 부동산 대전환에 또다시 실패한다면 그 뒤에 찾아올 국가적 재앙과 국민의 고통은 감당하기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대통령님, 부디 부동산 대전환에 성공하는 첫 대통령이 되어주십시오. 국민주권정부인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전환 성공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입니다. 민생의 근간인 부동산에서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내는 것, 이 나라를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건져내어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을 크게 줄이고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주거 불안으로부터의 자유를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진짜 대한민국'의 가장 핵심적인 알맹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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