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AI모델 제재 검토…그 사이에 낀 한국기업 셈법 복잡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여전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셈법은 복잡하다. 중국에 대한 규제 완화 요구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수혜가 될 거란 기대와, 장기적으로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미국을 대표하는 20여 개 기업·기관은 공개서한을 내고 “오픈웨이트 AI 모델을 성급하게 규제하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해외로 밀어낼 수 있다”며 정부의 제재 움직임을 반대·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인 오픈웨이트는 AI의 ‘머릿속’에 해당하는 학습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활용·수정할 수 있게 한 개방형 모델이다. 중국 문샷AI가 이달 공개한 오픈웨이트 ‘키미 K3’는 일부 성능 평가에서 미국 주요 AI를 위협하는 성적을 거두며, 중국 딥시크에 이어 ‘키미 쇼크’를 일으켰다.
이에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미국 AI 모델 기술을 ‘무단으로 베꼈다’고 보고, 중국산 AI 모델을 제재하고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중국의 문샷AI가 키미 K3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앤트로픽의 AI 모델을 증류(이미 학습 완료된 AI 모델의 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엔비디아 등 공개서한에 참여한 기업들은 중국 기업의 무단 증류 의혹을 이유로 오픈웨이트 전반을 규제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불법적인 정보 취득과 정상적인 증류를 구분해야 하며, 오픈웨이트는 AI 도입 비용을 낮추고 이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타트업과 대학, 일반 기업도 고가의 최첨단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AI를 구축·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 옛 트위터) 개설 후 처음 올린 게시물에서 “세계에는 최첨단 폐쇄형 모델과 개방형 모델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황 CEO는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중국의 기술 경쟁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여기에 애플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이에 반발하는 등 중국산 AI와 반도체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업계는 오픈웨이트의 확산으로 AI 개발과 이용이 늘어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나 서버용 메모리 수요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중국 CXMT와 YMTC는 국내 소부장 기업의 ‘큰손’ 고객이기도 하다. 애플이 중국 반도체를 사용할 경우 일시적으로 국내 소부장 업계에 더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는 저렴한 오픈웨이트 모델의 확산이 AI 이용과 메모리 수요를 늘릴 수 있어 유리하다. 정부 조달과 핵심 인프라에서는 배제하되 민간 활용은 허용하는 방식이 한국 메모리 산업에 가장 유리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악재가 될 것이란 위기감도 크다. 중국이 AI 모델을 고도화하며 화웨이(AI 가속기), CXMT(D램), YMTC(낸드플래시) 등 자국 업계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생산이 늘고 매출이 늘면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 기술도 더 발전하기 마련”이라며 “중국의 국산화율이 빠르게 높아지며 한국의 시장을 점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경·김경미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전 37만·SK하닉 298만원…전고점, 이 날짜에 회복한다” | 중앙일보
- “부적 3장, 월 1000만원 번다” 사주대가 된 前공무원 비밀 | 중앙일보
- “코스피 상승? 이 시점에 끝”…34억 파이어족이 쟁인 3가지 | 중앙일보
- 의사·교사도 연예인·유튜버도 아니다…초등생 희망직업 ‘뜻밖 1위’ | 중앙일보
- 13세 아동 임신하자 “내 애 맞냐”…‘성학대 후 살해’ 가수 충격 문자 | 중앙일보
- 입대 전 미성년자와 성관계한 군인…“성적 만족 위해 관계” 결국 | 중앙일보
- 마지막으로 자기 시신 내주었다…해부학 원로가 남긴 가르침 | 중앙일보
- 경찰에 현관문 안 열어준 노부부…전재산 15억 날릴 뻔, 무슨 일 | 중앙일보
- “살려주세요” 호텔 화장실서 비명…‘코드0’ 출동한 경찰, 무슨 일 | 중앙일보
- 돌연 자퇴한 외국인 유학생들…기밀 외장하드 들고 한국 떴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