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장르였던 히가시노 게이고, 68세로 사망…총 106권 썼다

윤성민 2026. 7. 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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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난 23일 대장암으로 별세했다고 27일 일본 출판사 고단샤가 밝혔다. 연합뉴스


추리소설 작가로 불렸지만 그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였다. 심장을 쫄깃하게 했던 그의 이야기는 이제 멈추게 됐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난 23일 대장암으로 별세했다고 27일 일본 출판사 고단샤가 밝혔다. 향년 68세.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오사카부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소설을 썼다. 1985년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등단한 뒤 전업 작가가 됐다. 등단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었다. 이후 나온 소설은 중쇄도 찍기 힘들었다. 전환점은 만 40세였던 1998년에 출간된 『비밀』이었다. 이 작품으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백야행』(1999), 나오키상을 수상한 『용의자 X의 헌신』(2005), 그리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까지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소설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내 그의 작품의 총 판매 부수는 1억900만부에 달한다. 특히 1998년에 첫 작품이 나온 ‘갈릴레오’ 시리즈는 천재 물리학자가 자신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로,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그의 작품은 다수 영상화돼서도 성공을 거뒀다.

용의자 X의 헌신 표지

히가시노는 초반 본격 추리소설로 출발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사회파 추리소설을 썼다. 본격·사회파 추리소설은 일본 미스터리 문학사에서 오랫동안 경쟁해온 두 축이다. 본격 추리소설이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 자체가 목적인 데 반해 사회파 추리소설은 범죄를 낳는 사회구조와 범죄 동기에 더 초점을 맞춘다. 즉, 히가시노의 관심은 ‘어떻게’에서 ‘왜’로 옮겨갔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기원을 만든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히가시노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높았다. 2019년 1월 교보문고가 2009년 1월부터 10년간 소설 누적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히가시노가 127만부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작가는 물론이고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제친 결과다. 그의 소설은 한국에서도 영화로 제작돼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 ‘용의자X’(2012), ‘방황하는 칼날’(2014)이란 이름으로 개봉했다.

히가시노는 생전 1년에 2~3권씩 꾸준히 썼다. 성실한 작가였다. 고단샤는 히가시노 사망 소식을 전하며 “장례식은 가족장 형태로 치러졌다”며 “송구스럽지만 조의금, 조화 및 조의 전보는 사양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히가시노는 독자를 위해 한 권을 더 남겨놨다. 다음 달 5일 일본에선 새 추리소설 『영원의 기억』이 나온다. 히가시노는 106권을 쓰고 떠났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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