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란 상선 때렸다…얽혀버린 ‘2개의 전쟁’ 확전 비상

이승호 2026. 7. 27. 16: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전시된 이란 샤헤드 드론을 한 우크라이나 주민이 만져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같은 시간,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던 ‘2개의 전쟁’이 직접 얽히기 시작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이란 선박을 향해 드론 공격을 가하면서다. 전장은 이란과 러시아가 국경을 맞댄 내해(內海) 카스피해다.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카스피해에 있던 이란 상선에 폭발이 일어나 선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란 외무부는 무력 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 제2조를 위반한 침략행위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과도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란 경고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26일 X(옛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며 “키이우 무임승차자의 만행에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시 기간 대선을 치르지 않고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무임승차자로 비난한 것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차단하기 위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X에 “카스피해에서 러시아 군함과 이란 관련 군사화물 운송에 사용되는 선박을 타격했다”고 적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피해 선박이 러시아 남부 아스트라한에서 이란으로 향하는 중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러시아 군수품을 실었는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각각 러시아, 미국과 전쟁을 치르는 데 온 힘을 쏟는 우크라이나와 이란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사이가 틀어진 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서다. 우크라이나는 이란이 러시아에 제공한 샤헤드 드론 수만 대가 자국 영토를 공격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산 드론 ‘게란-2’도 이란의 부품 지원을 받아 2023년부터 자체 생산한 러시아판 샤헤드다.

지난 2024년 11월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가 공격에 사용한 샤헤드 드론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이란 전쟁이 시작한 뒤론 러시아의 이란 지원설을 적극적으로 제기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7월 초부터 러시아가 걸프 지역 미군 시설을 위성으로 촬영했다”며 “이란의 이 지역 미사일 공격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3월엔 이란이 러시아산 드론을 중동 내 미군기지 공격에 사용 중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대러 경계심을 높여 우크라이나에 시큰둥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고, 이란의 공격을 받는 걸프 국가 지지도 받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미 중앙정보국(CIA) 시설 등을 드론 공격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도움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이란의 물자 통로인 카스피해를 직접 타격한 것이다.

지난 2023년 11월 이란 카스피해의 반다르 안잘리 항구에 한 이란 군인이 이란의 새 군함 '데이라만' 진수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도 우크라이나가 눈엣가시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맞서 지난 4월 ‘역봉쇄’에 나서면서 이란은 페르시아만을 통한 물자 수급이 어려워졌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카스피해다. 뉴욕타임스는 “흑해를 통해 매년 이란으로 수출되던 러시아산 밀 200만t이 이제 카스피해를 통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이란에 들어오는 중국산 물자의 통로도 카스피해다.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1500㎞ 이상의 장거리 드론으로 카스피해를 지속해서 타격할 경우 이란엔 치명적일 수 있다. 알자지라는 “카스피해까지 공격받으면 이란으로선 전쟁을 유지할 여력이 부족해진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가 사우디·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방위 협정을 맺은 것도 불편하다. 사우디 등은 우크라이나의 기술을 통해 이란의 드론 공격에 대비 중이다.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왕궁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이 “침묵하지 않겠다”며 보복을 시사했지만, 가능한 수단은 많지 않다. 탄도미사일로 타격하려 해도 아제르바이잔·조지아 등 제3국이나, 협력국인 러시아 영공을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다. 미국과의 전쟁 중에 전선을 넓힐 여력도 부족하다. 중동 내 우크라이나 드론 자산 등을 타격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이란은 지난 3월 UAE 내 우크라이나 드론 체계 시설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