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묶인 자산 역대 최대…"장부상 수익률보다 현금"[PE는 지금]
실제 현금 환원 중요성 커져
연기금도 '수익률' 중심 기조 전환
"저희는 원칙하에 회수를 추진하며 펀드 투자자들에게 170억유로에 가까운 현금을 돌려드렸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 운용사 EQT의 페르 프란젠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서 힘주어 내세운 성과 중 하나는 운용자산(AUM)도, 투자수익률도 아니었다. 투자자(LP)에게 얼마나 많은 현금을 돌려줬는지였다. PE 운용사들이 투자자들 앞에서 높은 내부수익률(IRR)을 앞세우던 시대를 떠올리면 다소 낯선 장면이다.
EQT가 수익률 대신 현금 분배를 앞세운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PE 시장의 변화가 있다. 고금리와 기업가치(멀티플) 하락, IPO 시장 침체로 엑시트(Exit·투자 회수)가 예전처럼 쉽지 않아졌다. LP 입장에서는 장부상 평가이익보다 현금이 언제, 얼마나 돌아오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고, 운용사도 자산가치를 키우는 능력 못지않게 안정적으로 현금을 회수해 분배하는 능력을 경쟁력으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7일 글로벌 금융데이터 플랫폼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 바이아웃 펀드 가운데 설정 후 10년 이상 지난 펀드에 남아 있는 순자산(NAV)은 2025년 말 3485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7년 이상 된 펀드의 잔존 자산도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늘었다. 고금리와 매도자·매수자 간 가격 눈높이 차이로 엑시트가 지연되면서 오래된 펀드에 미매각 자산이 쌓인 결과다.
이런 환경은 기존 펀드 자산을 새로운 펀드로 옮겨 보유 기간을 연장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증가와도 맞물린다. 기존 LP에 현금 회수 기회를 제공하고 GP엔 매각 시점을 늦출 수 있는 대안이다. 그만큼 LP들이 현금 회수와 분배를 더욱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LP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이유는 단순히 엑시트 지연만이 아니다. 과거처럼 상장주식을 크게 웃도는 초과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장기간 자금을 묶어둘 유인도 약해졌다. PE가 상장주식 대비 보여주던 '초과성과(알파)'도 예전만큼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켄지앤드컴퍼니가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아웃 펀드는 2025년까지 3년 연속 미국 및 글로벌 상장주식 수익률을 밑돌았다. 2025년 바이아웃 펀드 수익률은 약 7%에 그쳐 S&P500(18%)과 MSCI 월드(22%) 수익률에 크게 못 미쳤고, 이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같은 대형주를 제외해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는 "PE는 상장주식보다 높은 수익을 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그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매켄지는 "자산가치 상승은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며 "LP의 우선순위는 유동성 쪽으로 확실히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LP의 54%는 실제 회수 현금 배수(DPI)를 '핵심적' 또는 '가장 핵심적인' 성과지표로 꼽았다"는 자체 설문 결과를 덧붙였다. LP들이 운용사의 투자 역량뿐 아니라 실제 회수 성과와 현금 분배 능력을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국내 PE 시장 역시 현금이 더 귀해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신왕건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장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3년간 PE 시장의 변화로 레버리지 축소, 멀티플 하락, 엑시트 지연, IPO 엑시트 감소, 컨티뉴에이션 펀드 증가 등을 꼽았다. 앞서 살핀 글로벌 시장과 유사한 조건이다.
국내 최대 LP인 국민연금은 GP(운용사)를 바라보는 평가 기준을 바꾸고 있다. 국민연금은 사모투자를 포함한 대체투자 자산을 평가할 때 '이 돈을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자산에 넣었다면 얼마를 벌었을까'라는 기준선(벤치마크)을 세워두고, 실제 운용사가 그보다 얼마나 더 벌었는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성과를 판단한다. 이는 국민연금이 2025년부터 도입한 TPA(Total Portfolio Approach) 체계의 일환이다. 자산군별로 목표 비중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운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금 전체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보고 어떤 자산·전략이 더 나은 성과를 내는지를 비교해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신 센터장은 "국민연금은 국내 사모투자에서도 기회비용 벤치마크(BM)를 기준으로 부가가치 창출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며, 단순 자산배분에서 전략 선택과 알파(초과수익) 중심의 운용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회비용을 중시하는 평가 체계에서는 장부상 평가이익보다 실제로 회수한 현금의 의미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신 센터장은 "국민연금은 수익률 중심 조직"이라면서 "단순 IRR이 아니라 실제 엑시트 성과와 실제 회수 DPI가 상당히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바라보는 GP 평가 요소로써 수익률 중심 평가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급락에 던졌는데 어쩌나"…삼전닉스 55만원·420만원, 팔 때 아닌 살 때?[주末머니]
- "선생님한테 수학 배워볼래?" 정체에 발칵…8500만원 AI 교사 결국 퇴짜
- "하룻밤에 100만원 썼어요" 후회 막심…등골 휜다는 '요즘 집들이'
- '이 한모금'에 한국인들 4시간 줄 세운다…93년생 회장님의 인생 역전[인터뷰]
- "사람이 반쪽 됐다" SNS 발칵…이틀 만에 4㎏ 빠진다는 中 음료 정체
- '붐붐붐' 가사 맞춰 폭탄 펑펑펑…케이티 페리, 백악관 영상에 "깊은 분노"
- 우리 부장님은 손도 크지…'김부장' 식구들에 금 쏜 소지섭 "어려울때 보태라"
- "태풍 몰아치니 조심" 경고에도…주섬주섬 우산 챙겨 출근한 K직장인 40%
- "잠 좀 자게 해달라"…7년간 이웃들 괴롭힌 '80데시벨' 소음 정체
- "감자튀김이 너무 뜨겁잖아"…맥도날드에 소송 낸 美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