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에 檢 택한 김앤장 출신 검사들…“보완수사 폐지, 국민에 직격탄”
박형중 검사, “서류 넘어 실체 파악이 검사의 역할”
“보완수사권 없으면 무죄율 상승·억울한 법정 증가 예상”

“지방에서 근무해야 하고, 월급도 줄어드는데 왜 검사를 하나.”
잘 나가는 변호사였던 두 사람이 업계 1위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떠나 검사가 되겠다고 하자 지인들은 하나같이 뜯어말렸다. 안정적인 근무지와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국내 굴지의 로펌을 마다한 대신 선택한 곳이 ‘개혁 대상’으로 전락한 검찰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의아한 시선을 뿌리친 이들은 검사실에 밀려드는 사건과 사투를 벌이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기보(사법연수원 47기) 평택지청 검사는 4년, 박형중(변호사시험 7회) 전주지검 검사는 2년째 검찰청으로 출근 중이다.
두 사람의 새로운 일터가 된 검찰청은 오는 10월 2일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으로 대체된다. 이들은 정치권이 논의 중인 검찰개혁에 대해 “세밀한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건 핑퐁’과 범행 규명 실패라는 직격탄을 국민이 정면으로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형 로펌 변호사에서 검사로 전직한 이유는.
강=일하면서 교묘한 편법의 사각지대를 목격했다. 사각지대를 틈타 발생하는 범죄가 갈수록 고도화되는 것을 느끼고 법 집행의 최전선에 있는 검사로 전직하기로 결심했다.
박=군검사 시절 종이 기록 뒤에 숨겨진 실체를 밝힌 적이 있다. 후임 간부가 선임 간부의 차를 끌고 음주운전을 한 사건이었는데 추가 조사를 해보니 선임이 음주운전을 했고, 동승자였던 후임이 선임 무리의 강요로 허위자백을 한 것이다. 당시의 보람찬 경험을 검찰에서 다시 느끼고 싶었다.
-실제로 경험한 검사라는 직업은.
강=검찰은 국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기소 여부에 따라 무고한 범죄 혐의를 받던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피해자가 사법적 구제의 첫걸음을 딛게 될 수도 있다. 검사는 결코 국민과 멀리 있지 않다.
박=서류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직접 확인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송치된 그대로가 아닌 그 실체에 맞게 처리하는 것이 검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장윤기 사건’과 ‘경찰의 자수자 유인 긴급체포 사건’은 검사가 서류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강=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현장에서는 사건 지연으로 인한 과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된다면 형사사법 시스템은 감당하기 어려운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부실한 상태로 기소되면서 무죄율이 높아지고, 시민들이 억울하게 법정에 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박=변호사와 검사로 일하며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동료의 검토를 통해 내가 놓쳤던 쟁점이 드러나기도 하고,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검찰에서 보일 때도 있다. 두 기관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현 제도의 장점인데, 충분한 보완책 없이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데에는 우려가 크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강=운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옆자리에서 조종사 노릇을 하라는 것과 같다. 수사를 해보지 않은 검사는 제대로 된 보완수사 요구조차 할 수 없다. 경찰에 적절한 보완수사를 요구하려면 검사가 직접 신문해보고, 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 경험이 필수적이다. 보완수사요구권만 남으면 앞으로는 수사 경험이 없는 검사들이 늘어나고, 현장과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모호한 보완수사요구로 경찰에게 혼선만 줄 것이다. 결국 사건의 무한 ‘핑퐁’과 지연, 범행 전모 규명 실패라는 직격탄을 국민이 맞게 될 것이다.
박=경찰, 검찰이라는 2단계의 검증을 통해 발견될 수 있었던 사건이 1단계의 검증만 거치면서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어렵게 될 것이다. 불송치 결정 사건의 경우 기존 경찰의 의견대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구속사건의 경우 검찰 단계에서 10일 내에 사건을 처리(최대 20일)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보완수사가 불가능하다면 구속 사건임에도 불기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 적이 있나.
강=구속 송치된 사건을 보완수사해 피의자의 구속을 취소하고 석방한 사례가 있다. 검찰 단계에서 외국인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며 경찰에서 한 진술과 실제 사실관계 사이의 불일치를 확인했다. 법리 검토 결과 범죄 성립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만약 보완수사 없이 공소제기했다면, 해당 피의자는 장기간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박=사기 사건이 경찰에서 불송치된 뒤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장기간 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피해자를 조사하고 추가 증거를 확보한 결과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었다. 피해자는 ‘오랜 시간 동안 사건이 해결될 기미가 없었는데, 검사님이 직접 노력해주시니 답답함이 풀렸다.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감사 편지를 주셨다.

-어떤 검사가 되고 싶은지.
강=범죄가 날로 지능화되는 만큼 전문성 있는 검사가 되겠다. 검사는 단순한 법률 지식을 넘어서 디지털 포렌식 분석, 금융 흐름 추적, 복잡한 민사 계약 검토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조직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무고한 시민은 만들지 않고, 법망을 피하려는 범죄자는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다.
박=잘 설명하는 검사가 되겠다. 검사의 업무 특성상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건 관계인, 함께 일하는 동료, 경찰·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게 제가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을 때, 그분들이 납득을 하고 결국 답답함이 풀리는 경험을 해왔다. 잘 설명하는 검사가 돼서 추가적인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검찰이 권한 유지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쥐려 하고 권력에만 관심 있는 집단으로 묘사되는 데, 제가 실제로 경험한 내부 사정과 거리가 멀다. 사법 제도 개편의 본질은 국민의 권익 보호다. 국가가 그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양성한 검찰의 실무적 전문성을 잃어버리지 말고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 제도적 변화 속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으로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며 본연의 역할에만 집중하겠다.
박=검찰청에는 검사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수사관, 실무관 등 수많은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검찰청 사람들이 멀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범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안타까운 피해에 대해서는 연민하는 평범한 존재다. 특검 파견 등으로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는 저희를 따뜻한 시각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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