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맥주 한잔 사라진다...영국의 상징 '펍' 하루에 2곳씩 폐업
펍 살리기 나선 정부…업계 “근본 대책 필요”
영국의 여가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인 펍(pub)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펍의 폐업이 이어지자 영국 정부는 세금 감면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최근 영국 BBC와 가디언, 미국 CNN 등은 영국의 펍 산업이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임대료, 지방세 부담이 동시에 커진 데다 음주 문화 변화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맥주·펍협회(BBPA)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161개 펍이 문을 닫아 하루 평균 약 2곳이 사라졌다.
영국에서 펍은 단순한 주점이 아니라 오랜 기간 영국 사회의 상징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지역 주민들은 저녁마다 펍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스포츠 경기를 함께 보며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운영 비용 증가와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최대 펍 체인 가운데 하나인 JD 웨더스푼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실적 전망을 낮췄으며 식재료와 에너지, 인건비, 세금 부담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고 밝혔다. 일부 대형 외식·펍 브랜드들은 수십 곳의 매장을 폐쇄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등 업계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인의 생활 방식 변화도 펍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높은 물가 속에서 술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슈퍼마켓에서 주류를 구입해 집에서 마시는 이른바 '홈 드링킹(Home Drinking)' 문화가 확산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강을 중시하며 음주 자체를 줄이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퇴근 후 자연스럽게 펍에 들르던 직장인들도 크게 감소했다.
위기감이 커지자 영국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최근 정부는 잉글랜드 지역의 펍과 클럽, 라이브 음악 공연장 등을 대상으로 사업세를 20%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펍 한 곳당 연 평균 약 1100 파운드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 3만2000여개 업장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영국 호텔·외식업계는 세금 감면이나 지원금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인력난이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세제 지원만으로는 폐업 행렬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국 펍의 위기가 단순한 외식업 침체를 넘어 사회 구조 변화의 결과라고 본다. 제조업 중심 사회에서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경제가 재편되고, 음주 문화와 여가 방식까지 달라지면서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했던 전통적인 펍의 입지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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