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버전 있었다”…홍경표 촬영감독 밝힌 ‘호프’ 비하인드
영화 혹평한 美매체도 "촬영 천재적"
'곡성' '호프' 찍은 홍경표 촬영감독
"한국영화 살아있다, 말하고 싶어.
쪽팔리지 않는 영화 만들고 싶었죠"
영화 ‘호프’가 개봉 11일째인 25일 낮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군체’보다는 하루 늦고, ‘왕과 사는 남자’보다는 사흘 빠른 속도다. 26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까지 ‘호프’ 누적 관객수는 312만명으로 집계됐다.
‘호프’를 둘러싼 호불호 논쟁이 거세지만, 역동적인 액션 촬영만큼은 감탄이 나온다. 성기(조인성)가 질주하는 말에서 자동차로 옮겨 타는 위험천만한 장면들은 컴퓨터그래픽(CG) 사용을 최소화하고 실제 말과 차의 속도를 맞춰 달리며 찍었다.
지난 5월 칸영화제 최초 상영 땐 ‘호프’를 혹평한 미국 연예지 버라이어티조차 홍경표(64) 촬영감독을 ‘천재’라 극찬했다.

홍 촬영감독은 ‘남행열차’ 가수 김수희의 감독 데뷔작 ‘애수의 하모니카’(1994)로 촬영감독 일을 시작했다. 이후 30여편 필모그래피에는 임상수의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김지운의 ‘반칙왕’(2000),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2003), 강제규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 이명세의 ‘M’(2007), 봉준호의 ‘마더’(2009),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 이창동의 ‘버닝’(2018) 등이 있다. 한국 영화사의 변곡점이 된 거장들의 대표작들이다.
‘곡성’(2016) 때 그와 처음 작업한 나홍진 감독은 이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호프’ 시놉시스를 누구보다 먼저 홍 촬영감독에게 건넸다.

송강호·구교환 주연 코미디 ‘정원사들’을 촬영 중인 홍 촬영감독을 지난 17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나홍진 감독과 같이 관객들한테 진짜 ‘한국영화 살아있다’고, 전세계 어디 나가도 쪽팔리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호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Q : -언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나.
“‘곡성’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그때 버전은 좀 달랐다. 초반 시퀀스나 끌고 가는 흐름은 비슷한데, 촬영지가 외국이었다.”
Q : -주인공이 원래 한국인이 아니었나?
“외국 사람들. 초기에 그런 게 좀 있었다. 몇 년 간 계속 바뀌면서 나온 한국 버전 시나리오가 제대로 완결형처럼 느껴졌다. 최종본은 촬영(2023년) 2~3년 전 받았다.”

Q : -이창동 감독에게 “‘미친 영화’(호프)를 찍고 있다”고 했다고.
“말 뒤에 조인성이 올라타는 장면, 차로 건너가는 장면. 이런 것들은 얼마나 위험한지 아니까. 과연 될까, 의문을 안고 수많은 테스트를 했고 결국 마지막에 실현시켜서 쾌감이 있었다.”
Q : -‘곡성’과 ‘호프’를 비교하면.
“‘곡성’이 느린 화면 속에 공간이 주는 이상한 기운을 잡으려고 했다면, ‘호프’는 빠르게 공간을 돌파하는 힘을 포착해야 했다. ‘곡성’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찍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그는 전작 ‘하얼빈’(2024)에서 독립투사 안중근의 고독한 내면심리를 광활한 풍광에 은유적으로 담아, 촬영감독으론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받았다.
2023년 3월 ‘하얼빈’ 촬영 종료 사흘 만에 ‘호프’ 현장으로 넘어갔다. ‘호프’는 밤장면이 하나도 없는 대신 숲의 어둠이 있었다. 루마니아의 해발 1300m 레테자트 국립공원의 울창한 숲 속에서 ‘호프’는 모두가 죽자 사자 달린다.

홍 촬영감독이 택한 카메라는 ‘기생충’ ‘하얼빈’에도 쓴 ARRI 알렉사 65. ‘조커’(2019), ‘듄: 파트2’(2024) 등 할리우드에서도 영상미로 손꼽는 카메라다. ‘미션 임파서블’과 ‘007’ 시리즈에 이어 ‘하얼빈’에 참여한 특수촬영팀 XM2도 ‘호프’에 합류, 오토바이·와이어·드론 등에 카메라를 부착해 찍었다.
Q :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스턴트하고 연계된 모든 장면들이 너무 위험해서 한번에 끝내야 하는 숏들이었다. 진짜 가슴 떨면서 찍었다. 교대용 스텔라 차량이 7대, 말도 10여 마리가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Q : -촬영 칭찬이 많다.
“나홍진 감독의 스토리보드에 어느 정도 구상이 나와있었다. 이번 작품은 외계인이 움직이는 컷마다 다 돈이기도 하고, 정확하지 않으면 모든 게 틀어지기 때문에 그 괴물(외계인)의 컷 수를 정해놓고 촬영도 스케줄에 맞게 정확하게 100회 만에 끝냈다.”
Q : -외계인 VFX(시각특수효과)를 덧입힐 장면들은 어떻게 촬영했나.
“괴물 크기의 작대기를 만들어놓고 테스트를 한 뒤 빈 공간을 카메라가 찍어 나갔다. 마베이요는 현장에서 머리 모형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들고 다니기도 했다.”
Q : -완성된 ‘호프’를 본 소감은.
“한마디로 한국 영화사의 미친 영화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가장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 나홍진 영화의 특징은 그 안에 기운을 담아내는 어떤 힘, 패기가 있다.”

Q : -봉준호 감독과 나홍진 감독의 현장을 비교하면.
“‘봉테일(봉준호+디테일)’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점은 ‘리스펙’한다.”
Q : -개인적으로 ‘호프’의 명장면은.
“‘호프’ 시나리오가 해 뜨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끝난다. 해가 떠서 차 안에 빛이 비춰 들어가는 도입부의 원 신 원 테이크(끊지 않고 한번에 촬영) 장면은 스케줄상 그날 못 찍으면 안 됐는데 한번에 찍혔다. 10분 남짓한 일출이 아주 느낌 있게 잘 찍혀서 앞으로 이 영화가 잘 무사히 가겠구나, 생각했다.”

Q : -차기작으로 애니메이션에 도전한다.
“봉준호 감독의 ‘앨리’다. 후반작업에서 영화 전체 색감을 미세조정하는 작업을 맡기로 했다. 오는 30일 봉 감독과 만나 스케줄 정리를 할 예정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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