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실적시 명예훼손’ 손질 나선 與…사생활 중대 비밀 공개만 처벌

이찬희 2026. 7. 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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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덕 의원 등 與 의원 12명, 형법 개정안 발의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진실을 표현했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하는 현행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사실적시로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공개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완화해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민주당 의원 12명과 함께 공동 발의했다.

현행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신문·잡지·라디오 등 출판물을 이용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하도록 한다.

개정안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적용 대상을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으나, 권력자의 비리나 유명인의 부도덕한 행위 등 공익을 위한 정당한 폭로마저 위축시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밝혔다.

또 2021년 헌법재판소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판단하면서도 재판관 4명이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점도 입법 근거로 제시했다. 같은 해 국가인권위원회도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을 이유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한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입법례로 꼽힌다. 영국은 2010년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했고, 미국은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명예훼손 문제를 주로 민사적 구제의 영역에서만 다루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명예훼손 처벌에 있어 적시된 내용이 사실이면 처벌을 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개정 과정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규정을 둘러싸고 제기된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사실적시 명예훼손 규정을 손질하는 방안이 정통망법 개정과 함께 논의됐지만, 정작 정통망법 처리 과정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규정이 유지됐다.

이에 언론계 등에서 정통망법 개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형법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적용 범위가 달라질 경우 이런 논란을 일부 불식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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