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직장 동료가 바뀌었다"…사무실에 '또각또각' 소리만 나더니[실험노트]

윤슬기 2026. 7. 2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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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74% "동료 대신 AI에 질문"
효율 높였지만 고립감 우려도
편집자주
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챗GPT야, 이 오류는 어떻게 해결해야 해?"

예전 같으면 옆자리 선배나 동료를 찾았을 직장인들이 이제는 프롬프트(질문 내용)를 입력합니다. "챗GPT, 이 문장 좀 다듬어줘", "이 엑셀 함수가 뭐가 문제야?" 같은 질문이 사람 대신 AI로 향하면서 사무실에는 대화 대신 키보드를 두드리는 '또각또각' 소리만 울려 퍼집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업무의 조력자를 넘어 동료의 역할까지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직장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AI 생성 이미지
직장인 74%는 AI와 업무 논의 중

최근 미국 자기계발 플랫폼 마이아이큐(MyIQ)가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성인 약 2만25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직장인의 74%는 예전에는 동료에게 하던 질문을 이제는 AI에 묻는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48%는 직장 내 즉흥적인 대화가 줄었다고 했고, 53%는 AI를 사용한 이후 업무가 이전보다 더 '거래적(transactional)'으로 변했다고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 기회는 줄고 용건만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또 신입 직원의 38%는 반복적인 질문이 AI로 향하면서 동료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기회가 줄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언스플래시
업무 편하게 바뀌었지만…'고립감' 문제도

2022년 챗GPT를 시작으로 제미나이, 클로드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직장인의 업무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고 반복 업무를 줄여주는 등 장점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AI 사용이 직장 내 고립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6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생성형 AI 사용이 직장 내 외로움을 높이고, 이는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AI 사용으로 개인 중심의 업무가 늘면서 동료와의 사회적 연결이 약해지는 '사회적 대체 효과(social substitution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AI가 인간 동료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독일 연구진의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하면서 한 그룹은 사람 동료의 도움을, 다른 그룹은 챗GPT의 도움을 받도록 했습니다. 

연구 결과, AI와 협업한 참가자들은 사람과 협업한 참가자보다 조직의 지원을 덜 느끼고 직무 만족도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AI가 업무는 도와줄 수 있지만, 인간 동료가 제공하는 신뢰와 소속감, 사회적 지지는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얼마 전 무선이어폰이 익숙한 아이들이 "잃어버리기 쉬우니 줄을 단 이어폰을 발명해야 한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기술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도 작은 빈틈은 남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직장인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사람과 얼마나 잘 소통하고 협업하느냐가 더 중요한 능력이 될지도 모릅니다. AI가 일을 대신해줄 수는 있어도 신뢰와 공감, 관계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동료와 대화하고, 질문하고, 함께 고민하는 소통 연습만큼은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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