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돈은 휴지조각, 살아남을 코인 찍어드립니다"…가격은 95만원[음모론 비즈니스]
멤버십이 된 음모론
편집자주
미확인 비행물체(UFO), 빌 게이츠 인류 통제설, 사탄의 명령을 받는 아이돌.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은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존재했다. 사회의 불안과 불신을 먹고 자라며, 그 시대의 기술 환경에 맞춰 모습을 바꿔왔다. 인터넷의 등장은 음모론의 확산 속도를 크게 높이면서 국경의 경계도 허물었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마저 흐려지고 있다. 음모론은 더이상 비합리적인 미신이나 인터넷 괴담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회 수와 후원, 유료 커뮤니티, 상품 판매 등을 거쳐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한미일 3국의 사례를 통해 '음모론 비즈니스'에 대해 집중 조명해봤다.
약 2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국내 음모론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최근 시청자들에게 이같은 공지를 올렸다. 그는 "원래 본업이 따로 있었고 유튜브는 병행하고 있었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하다 보니 유튜브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며 "본업을 쉬고 영상 제작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조회 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멤버십을 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개설된 이 채널은 1년여 만에 급성장했다. 원래는 '한국 아이돌 대다수가 사탄과 연계돼 있다' 등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지난해 말 부정선거 의혹 등 정치 관련 음모론 콘텐츠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알려졌다. 멤버십을 연 시기도 이와 비슷하다. 회원등급은 월 5000원 안팎의 기본회원부터 5만 원 이상을 내는 최고 등급까지 4단계로 나뉜다. 가입자들은 일반 시청자에게 공개되지 않는 전용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멤버십 전용 콘텐츠에서는 기후변화가 조작됐다는 주장, 빌 게이츠가 백신을 이용해 인류를 통제하려고 한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나온 음모론, 기성 언론이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종 메시지를 주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다뤄진다. 이 유튜버는 "영상 특성상 조회 수가 높아도 광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회원 가입을 독려했다. 음모론 콘텐츠가 조회 수로 연결되는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넷플릭스나 온라인 강의 플랫폼처럼 월정액 구독경제 모델로 전환된 셈이다.
유튜브로 입문…유료 커뮤니티·콘텐츠 구매로 유도하는 日아니다. 일본에서는 음모론 콘텐츠가 유튜브를 넘어 아예 커뮤니티 사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일본의 유명 음모론 유튜버 M씨는 반(反)백신 운동과 일본 특유의 점성술을 합친 주장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지구는 원래 반원 형태고 세상이 뒤집혀있는데 전 세계 정부가 이를 숨기고 있다거나, 달의 뒷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커뮤니티인 '진리탐구살롱'을 운영하며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를 확보한 뒤,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하는 이들을 유료 커뮤니티로 유도한다.
유료 커뮤니티는 월 1000엔(95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입할 수 있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강연료를 받는 오프라인 모임도 갖는다. 이는 사실상 커뮤니티의 관문과도 같다. 더 고급 정보는 추가로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한다. M씨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유행에 맞춰 또 다른 유료 콘텐츠를 내놓기도 했다. 가격은 9만9900엔(95만원) 수준이다.

해당 글에서 그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일본의 주민등록번호인 '마이 넘버 제도', 성경 요한계시록 등 기존 곳곳에 있던 음모론을 하나로 엮었다. 현행 화폐 제도가 붕괴하고 CBDC 중심의 세계 통합 디지털화폐 체제가 올 것이며, 그 과정에서 특정 암호화폐만 살아남을 것이고 본인은 이를 이미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M씨는 이 정보를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분석'이라고 소개하며 90만원이 넘는 가격은 그에 상응하는 정보이용료라고 홍보하고 있다. 동시에 '언제까지나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면책성 문구도 붙였다. 음모론적 세계관이 불안을 자극하고, 그 불안이 유료 커뮤니티와 고가 정보상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美에선 불안감 조성해 개인 사업으로 유도…1400억원 매출 올리기도이런 '음모론 비즈니스'가 가장 발전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의 극우 방송인 알렉스 존스는 음모론을 거대한 산업으로 만든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정부와 의료기관이 팬데믹을 이용해 시민을 통제하려 하며, 백신이나 의료체계보다 본인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면역력 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은 성분이 들어간 치약부터 각종 건강보조제, 면역력 강화 제품을 본인의 온라인 사이트 '인포워스'에 판매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제품들이 오히려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했다. 음모론 콘텐츠를 통해 불안을 조성하고, 이를 상품 판매로 이어지게 해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그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포워스는 수년간 1억달러(1400억원)가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뉴욕주 검찰은 "시민들의 불안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고 비판하며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해당 제품들이 코로나19를 예방·치료할 수 있다는 허위 주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이 더 이상 일부가 신봉하는 괴담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적 수익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불안을 모으고, 신뢰를 만들고, 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미국 조지타운대와 뉴욕대 연구진이 2022년 발표한 '음모론 중개자(Conspiracy Brokers)' 논문에 따르면 음모론 유튜브 채널은 일반 채널보다 유료 강연, 커뮤니티 등 외부 수익화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6000개 이상의 광고주와 18만건 이상의 광고 노출을 분석한 결과,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음모론 채널의 53%가 후원 사이트나 유료 커뮤니티 등 제삼자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쿄대 연구팀이 2024년 일본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연구한 결과, 음모론 성향 콘텐츠를 강화하는 채널일수록 이용자 반응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음모론 채널들이 이러한 관심을 후원과 유료 커뮤니티 가입 등 수익 창출로 연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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