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에 멈춘 재건축, 보증에 막힌 빌라…공급 물줄기 말랐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돈줄과 땅.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세제와 함께 논의된 두 축이다. 이 대통령은 금융을 반쯤 공적인 영역으로 규정했다. 공급에 대해선 서울에서 택지를 찾기 어렵다며 직접 헬기를 타고 수도권을 둘러보겠다고 했다.
"대출은 반쯤 공적인 돈"
전세대출부터 뜨거웠다. 금융 발제자인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은 오늘 바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빵이 아니다"며 오늘의 공급은 3년 전 계획의 결과이므로 단기적으론 금융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세대출은 실수요 요건을 엄격히 해 점진적으로 줄이고, 대출을 과도하게 쓰는 차주에게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물리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갔다. 서민 지원을 명목으로 전세대출을 거의 무제한 공급한 것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고, 집값의 100%에 이르는 전세에 100% 보증까지 얹은 결과가 전세사기라고 했다. "꼭 필요한" 청년 신혼부부 생애 최초는 지원하되 "일반적으로는 좀 낮추어야 한다. 이게 정답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유주택자에 대해선 "이미 유주택자인데 딴 데 전세 얻는 거에 대해서 굳이 대출을 해줘야 하나"라며 즉석 거수까지 물었다. 반응은 예상과 달랐고, 대통령은 이를 "이미 추가 규제가 필요 없을 정도다"로 읽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 공급 확대는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으로 야기된다. 런던 사례에서 실증적으로 증명이 되었다"며 신중론을 폈다.
청년 대출은 결이 달랐다. 김영도 연구위원은 "청년도 나이가 아니라 청년들이 가진 배경에 의해 출발선이 다르다"며 임차 수요와 매매 수요를 분리한 재설계를 제안했다. 다만 "목마르다고 소금물, 바닷물을 마실 수 없다"며 선별을 강조했다.
신혼부부 2년 차 신승주씨(신협중앙회)는 "미래 제 능력에 대한 미래를 사와서 주택에 들어가고 싶다"며 정액 규제 완화를 호소했다. 2년 전 분양받았는데 은행 한도 소진으로 잔금 대출을 못 받는다는 황모씨에게 이 대통령은 "있는 제도에 맞춰 계획했는데 정책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만들면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했다.
박선영 교수는 우선순위를 따졌다. "최저 주거기준 미달 청년 가구 비율이 8.2%이고 고시원·판잣집에 사는 청년이 5.3%라며 "금융 지원의 정책 순위가 이 통계 속의 청년들에게 먼저 가 닿아야 한다"고 했다.
채상욱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아파트를 담보로 주면 사업자 대출은 규모 제한 없이 나간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취득 대출이 막힌 주택이 다른 명목의 담보로 인정되면 우회가 가능하다며 "담보 가치를 인정해 주는 거는 재고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규제가 신규 대출자에게만 적용된다"며 기대출자를 포함한 대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비아파트 임대인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보증 가입 문제"라며 전액 아니면 거절인 구조를 부분 보증으로 바꾸자고 했다.
이주비에 발목 잡힌 정비사업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강남권 단지의 관리처분 인가부터 준공까지가 5~7년에서 8~10년으로 늘었다며 공사비와 이주비 대출을 원인으로 꼽았다. 김제경 투미TV 소장은 "너는 다주택자이기 때문에 이주를 못 주라는 문제가 발생하면 이주가 진행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공사 신용공여로 받는 추가 이주비 금리는 6~8%로 일반 대출 4%보다 높기 때문에 이주·철거 2년에 공사 3~4년을 합치면 조합원당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로, 조합 단위로는 수백억원이 붙는다고 했다. 용적률이 아니라 이주비만 완화해도 정비사업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종전 주택 대신 신축 주택을 담보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해권 프레스룸 기자는 20년간 민생 물가는 60%, 건축 물가는 120% 올랐는데 재건축·재개발 물가는 380~400% 올랐다며 공사비가 아니라 마감재 가격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주택조합 공사비를 조사해 조정했더니 수백억원씩 낮추더라"고 했다.
방향은 갈렸다. 이광수 대표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이렇게 하면 집값은 폭등할 것이다"며 "서울에 연 2만 가구 총량을 정하고 분양가가 낮은 곳부터 하자"고 했다. 김제경 소장은 "주택 보급률은 100%가 넘어간다"며 문제는 신축 아파트라는 유효 공급이라고 맞섰다.
비아파트와 공급 물줄기
비아파트는 가장 많은 발언자가 입을 모은 쟁점이다. 공급 발제자인 진미윤 명지대 교수는 "2022년부터 인허가와 착공이 동시에 감소했다"며 공급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채상욱 대표는 정부의 어느 대책에도 민간 임대를 몇 호, 어디에 지을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 PF는 분양으로 상환하는 구조라 임대 사업자는 조달이 안 되고, 전세금으로 공사비를 조달해온 체계가 2022년 이후 와해했다는 것이다.

김희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하남시지회장은 "다세대나 오피스텔을 가진 민간 임대 사업자에게 다주택자라는 프레임이 쓰이다 보니 공급이 위축된다"며 서울에 싱크대 옆에 변기가 있는 방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라고 전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빌라가 3억원이 안 되는데도 진입 수요가 없다며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 때문이라고 봤다. 조강태MGRV 대표는 "수요도 토지도 자본도 충분하다"며 "제도·세제·금융만 고치면 3년 안에 2만 호 착공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비아파트에 대해서는 거의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는 오히려 권장하는 상태"라면서도 민간 건설임대엔 회의적이었다. "부지를 가진 민간 업자 입장에서 왜 임대를 하겠느냐. 분양하지"라며 본질은 부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반문했다.
이광수 대표는 "왜 어떤 지역은 규제 지역이라고 해서 안 되느냐"며 규제지역을 없애고 전국 어디든 투기 목적 매입이면 똑같이 규제하자고 했다.

정부 구상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발표된 지역의 착공까지 60여 개월 걸리는 행정 절차를 절반 이하로 줄이려 검토 중이라고 했다. 공공임대는 8평, 12평에서 벗어나 "국민주택 규모 한 25평이든지 30평이든지 고품질로 역세권에 지어 중산층도 살게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현명한 부모여야"
집값 잡기는 손으로 바람을 잡는 격이다. 정책이 할 일은 변동 폭을 줄이고 부담 가능한 주택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집값 집착부터 줄여야 한다.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매매 회전율이 연간 3%대다. 주간으로 환산하면 0.1%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현명한 부모여야 한다. 야성적 충동을 관리하되 너무 조여도, 너무 풀어놔도 안 된다. 공정한 심판이기도 해야 한다. 경기가 재미없다고 공격에 가담하고 점수가 많이 난다고 수비에 나서면 경기가 망가진다. 과한 개입은 효과만큼 반발을 부르고 정권이 바뀌면 제도가 또 바뀐다. 예측 가능한 일관성, 부동산 정책의 첫째 덕목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친구 살해한 정재환…“롤렉스는?” 모친의 기막힌 전화 | 중앙일보
- 뇌 쌩쌩한 96세 할머니…“손만 움직인다” 놀라운 뇌 단련법 | 중앙일보
- “단백질 20g? 이 숫자에 속지 마라” 보충제 치명적 함정 | 중앙일보
- 입대 전 미성년자와 성관계한 군인…“성적 만족 위해 관계” 결국 | 중앙일보
- “성적 수치심 느꼈다” 여자 프로배구 회식 악몽…전 코치 결국 | 중앙일보
- “남편은 지루, 내연남은 조루” 바람난 아내가 몰랐던 1가지 | 중앙일보
- 남녀 3명과 숨졌다…“오빠야~♥” 포르쉐 사준 아내 충격 유서 | 중앙일보
- 노무현은 감싸고 이재명은 때렸다…유시민의 이중잣대 왜? | 중앙일보
- ‘이적료 671억’ 이강인 “많은 고민 했다”…PSG 떠나며 올린 인사 | 중앙일보
- 속옷이야 겉옷이야? 요즘 길거리 점령한 ‘아찔 패션’의 정체 [더 하이엔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