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강’ 들겠다는 한국…바로 앞줄에 네덜란드 버틴다

김기환 2026. 7.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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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 셋째)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팻말에 성장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수출 4강' 문구.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최근 ‘수출 4강’을 새 성장 목표로 제시했다. 한국은 지난해 수출액 기준 세계 6위다. 올해 1분기에는 일본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앞줄에 선 국가는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뿐이다. 중국과 미국·독일은 세계적인 제조·수출 강국으로 익숙하다. 하지만 네덜란드가?

한국이 따라잡아야 할 수출 4위 국가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의 40% 수준이다. 인구도 1800만 명 가량에 불과하다. 작은 덩치에도 수출 강국인 이유는 네덜란드가 유럽의 ‘물류 허브’라서다. 네덜란드는 유럽을 오가는 물류의 50%를 처리한다.

유럽 최대 항만으로 꼽히는 로테르담 항이 상징적인 수출 관문이다. 아시아·미주에서 들어온 화물이 이곳을 거쳐 독일·프랑스·벨기에 등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네덜란드 수출 통계에는 이런 ‘재수출(re-export)’ 물량이 대거 포함된다. 해외에서 들여온 제품을 네덜란드에서 보관하거나 단순 포장·분류 등을 거쳐 다시 다른 유럽 국가로 보내도 수출 통계에 잡힌다.

예를 들어 K 푸드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인 김치를 유럽으로 보낼 때도 네덜란드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는 김치를 수입하되 국내에 반입하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원형 그대로 직접 제3국으로 수출하거나 가공 후 재수출한다.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액을 이익으로 가져가는 ‘중계무역’의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히 중개수수료만 취하는 ‘중개무역’과 구분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물론 네덜란드 스스로도 수출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대표적이다. ASML은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회사다. ASML 덕분에 과거 ‘풍차의 나라’에서 최근에는 ‘반도체의 나라’로 불릴 정도다. 세계적인 농업 강국답게 꽃과 원예작물, 채소 종자, 유제품 수출도 활발하다. 의약품·화학제품·석유제품·기계류도 유명하다.

네덜란드의 경쟁력은 단순히 항만 인프라 때문만은 아니다. 유럽 주요 시장을 하루 내 연결할 수 있는 도로·철도망과 세계 최고 수준의 통관 시스템, 자유무역에 특화한 제도까지 갖추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유럽 본부가 네덜란드에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도 네덜란드에 유럽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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