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로드'가 오지에서 부족민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이유
[박정우 기자]
유튜브에 수많은 여행 채널이 있다. 대부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현지 음식과 여행자의 체험을 전한다. 그러나 <역마살로드>는 그런 채널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인들과 함께 먹고 자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카메라는 독특한 풍습을 구경거리로 소비하기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를 오래 들여다본다.
방송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장준호 PD와 서경석 촬영감독이 빚어내는 영상은 일단 '때깔'이 다르다. 여기에 10개 국어를 구사하는 존이 합류하면서 언어의 장벽을 넘어 현지인들의 이야기에 더욱 깊숙이 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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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 <역마살로드> 왼쪽부터 서경석 감독, 장준호 PD, 존 그랜지 |
| ⓒ 장준호 |
"평가와는 별개로 마음속에는 계속 답답함이 있었다. 내가 실제로 보고 싶은 것과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나는 다큐멘터리의 재미가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단서를 따라갔다가 전혀 다른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그런 순간들... 그런데 방송에서는 처음에 '쥐꼬리'를 찍기로 했다면, 현장에서 코끼리 꼬리를 발견하더라도 결국 다시 쥐꼬리 이야기로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싫었다.
어느 순간 남이 만든 틀 안에서 안전하게 일하기보다 실패를 하든, 책임을 지든, 내 이름을 걸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을 나온 뒤 대출까지 받아 아마존으로 떠난 것은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긴 첫걸음이었다."
- <역마살로드>는 여행지의 풍경이나 진행자의 체험을 중심에 두는 여타 여행 유튜브와는 결이 다르다. PD님이 생각하는 <역마살로드>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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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폰과 독화살> 표지 이미지 |
| ⓒ 장준호 |
"<역마살로드>가 그동안 보고 듣고 경험하며 생각한 것들을 한 권에 담은 책이다. 그렇다고 영상을 그대로 글로 옮긴 것은 아니다. 영상의 시간과 흐름 때문에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와 카메라가 꺼진 뒤의 모습까지 함께 기록했다. 책에는 아마존 원주민과 탄자니아 하드자족, 인도네시아 토라자 사람들, 침보라소의 마지막 얼음 장수부터 캄보디아와 이스라엘, 후쿠시마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서로 다른 장소와 삶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질문은 같다. '이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가. 이들의 삶은 왜 사라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변화를 결정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결국 이 책은 낯선 문화와 사람들을 소개하는 여행기이면서, 우리가 발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누군가의 삶에는 어떤 희생을 요구해 왔는지를 묻는 기록이기도 하다."
- 이 책에 등장하는 공동체들은 말 그대로 사라져 가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자연 소멸이라기보다 석유 개발, 토지 수탈, 기후 위기, 관광 산업, 국가 정책으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 PD님이 직접 목격한 가장 심각한 위협은 무엇이었나?
"가장 근본적인 위협은 땅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휴대폰과 독화살이 공존하는 모습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사냥터와 숲, 물을 잃으면 그들이 이어온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온 땅과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아마존에서는 정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송유관과 석유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불꽃이 밤낮없이 타오르는 모습을 봤다.
기업들은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고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하지만, 개발로 얻은 이익은 대부분 외부로 빠져나간다. 반면 오염된 물과 훼손된 숲, 무너진 생활은 현지인들에게 고스란히 남는다. 이들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빼앗기는 일이다. <휴대폰과 독화살>을 통해 그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 말씀대로 이 책에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장면은 무엇인가?
"한 사람을 꼽는다면 에콰도르 침보라소의 마지막 얼음 장수였던 발타사르 우쉬카 씨다. 여든이 된 작은 체구의 노인이 해발 5,000미터가 넘는 산에 올라 빙하를 캤다. 우리는 단 한 번 따라갔다가 며칠 동안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분은 평생 그 일을 해왔다. 냉장고와 공장에서 만든 얼음이 보급된 뒤에는 그 노동의 경제적 가치도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도 왜 계속하느냐고 묻자, 자신이 그만두면 이 일을 누가 보여주겠느냐고 말했다. 그 말에는 평생 이어온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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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발타사르 우쉬카 님과 당나귀. 얼음을 캐러 올라가는 길 |
| ⓒ 장준호 |
"대사관이 준비한 일정은 주로 관광지와 유적, 식당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물론 그것도 이스라엘의 한 모습이다. 하지만 전쟁이 이어지는 나라를 그런 장면만으로 보여준다면 정작 중요한 현실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에 깊이 각인된 곳은 국경지대에 마련된 노바 음악 축제 희생자 추모 현장이었다. 희생자들의 사진과 유품이 놓여 있었고, 살아남은 한 사람은 숨진 친구의 사진 앞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멀리서는 폭발음이 계속 들려왔지만, 사람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평화를 바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사건과 정치적 입장만을 전달하지만, 현장에서는 친구를 잃은 사람과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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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국경에서 찍은 팔레스타인. 폭격으로 인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 ⓒ 장준호 |
"그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병원과 학교가 부족하고,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가난과 불편함을 아름답게 포장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자신이 왜 일하는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드자의 한 사냥꾼은 사냥한 고기를 들고 마을로 돌아갈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식량을 구해 가져오면 모두가 반겨주고,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훨씬 편리하고 풍족한 환경에서 살지만, 열심히 일하면서도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이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더 많이 가지고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그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들을 보면서 많이 가지는 것만큼이나 내가 왜 일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휴대폰과 독화살>은 낯선 사람, 낯선 풍경, 낯선 문화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현대 문명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으로 읽힌다. 이 책과 역마살로드를 통해 PD님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전기와 수도가 없고 학교에 다니지 못하면 뒤처진 삶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혹은 전통적인 생활방식은 모두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미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의 삶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독화살로 사냥하면서 휴대폰을 사용하고, 전통을 지키고 싶어 하면서도 자녀만큼은 도시에서 공부하기를 바란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느냐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느냐이다. 다음 세대가 자연스럽게 다른 삶을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개발과 관광 산업, 국가 정책으로 인해 살던 곳에서 밀려난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것은 사라지는 문화 자체라기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 사실 '역마살로드'는 정말 가성비가 안 나오는 채널로 유명하다. 아마존 같은 경우는 6천만 원을 들여서 갔는데 영상 6개를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팬들의 '걱정 댓글'이 특히 많은 것 같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역마살로드가 가성비가 좋지 않은 채널인 건 사실이다.(웃음) 구독자가 50만 명이 넘은 지금도 우리는 비행기표를 살 때마다 이번 촬영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계산한다. 게다가 오지 촬영은 이동과 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어렵게 찾아갔는데 만나려던 사람이 이미 떠났을 수도 있고, 날씨 때문에 촬영을 전혀 못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렇다고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잠깐 들어가 자극적인 장면만 찍고 나오는 방식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돈이 될 수 있지만, 역마살로드를 만든 이유가 사라진다.
물론 채널을 오래 운영하려면 열정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책이 좀 팔려서 촬영비를 벌 수 있으면 좋겠다.(웃음) 현재 우리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서 감독과 존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역마살로드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가고 싶은 곳이 많다. 언젠가는 돈이 부족해서 꼭 기록해야 할 장소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까지 가고 싶다. 영상을 많이 만드는 채널보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남는 기록을 꾸준히 만드는 채널이 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역마살로드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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