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AI 패권을 위해 사 모으는 것은?

임선영 2026. 7. 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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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AI미래지도] GPU도 메모리도 아닌 이것

[임선영 기자]

2026년 7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값이 1월 사상 최고치에서 약 27% 하락해 온스당 41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러한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민은행이 20개월 연속 금을 사들이며 6월 말 기준 약 2346톤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금리 정책이 금값을 눌러 내리고 중국은 그 틈을 타 매입을 가속하는 자본시장의 구조적 조정이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금값을 눌러 내리다
 지난 7월 7일 홍콩 금 중앙결제시스템 시범 운영 및 상하이-홍콩 금 시장 협력 출범. 홍콩은 중국 정부 주도로 1000톤, 장기적으로 2000톤 규모의 금 보관 창고를 구축할 계획이다.
ⓒ 자료사진
연준은 2026년 6월 17일 기준금리를 3.50~3.75%로 4회 연속 동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현재의 금리'보다 '미래의 금리'에 더 민감합니다. 6월 FOMC 점도표는 2026년 말 금리 중앙값을 3.8%로 제시하며 3월의 3.4%에서 크게 상향했고, 18명 위원 중 9명이 연내 금리 인상을 전망한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신임 의장 케빈 워시는 7월 초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며 인하 신호를 거부했습니다. 시장은 대체로 연내, 대략 10월경 25bp 인상 한 차례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인상을 시사하면 무이자 자산인 금을 보유하는 기회 비용이 오릅니다.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금의 상대적 매력은 하락하고, 자금은 금에서 이자가 붙는 채권과 예금으로 이동합니다. 금값이 1월 29일 고점(온스당 5598.75달러) 대비 27%가량 하락한 배경에는 바로 이 '인상에 대한 기대'가 자리합니다.

중국, 금 값 하락을 '구조적 매수 기회'로 활용

중국 인민은행의 월별 매입 데이터는 이 논리를 입증합니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1월과 2월, 월간 매입량은 각각 약 1.2톤과 0.9톤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금값이 하락 국면에 접어든 3월부터 매입량은 약 5.0톤, 4월 약 8.1톤, 5월 약 10.0톤, 6월 약 14.9톤으로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6월 단독 매입량은 2024년 11월 이후 최대치입니다. 금값이 고점 대비 크게 할인된 4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될 때 중국은 오히려 매입 속도를 높였습니다. 금은 주권 신용 리스크가 없는 유일한 초국가적 안전자산이자,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채 매도와 금 매입: 자본시장의 구조적 조정

중국의 금 매입은 단순한 투자 결정이 아니라, 외환보유액의 안전성·유동성·수익성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구조적 전환의 일환입니다. 미국 재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26년 4월 기준 6511억 달러로,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3년 11월 사상 최고치였던 1조 3167억 달러에서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입니다.

결정적 전환점은 2022년 러시아의 해외 자산 동결 사태였습니다. 막대한 달러 자산 보유가 수반하는 정치적 리스크를 목격한 중국은 미국 국채 매각과 금 매입을 본격화했습니다. '미국 국채를 판돈으로 금을 사 모은다'라는 국가 전략은 단기 트레이딩이 아니라 준비자산의 안전성과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 재평가의 결과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입니다.

글로벌 탈달러화, 금이 세계 1위 준비자산으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홍콩거래소(HKEX)와 CIPS(중국국제은행간지급청산시스템) MOU 체결. 실물 금 결제와 '위안화의 자금 결제'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다.
ⓒ 자료사진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2026년 6월 30일 공공투자자 포럼(OMFIF) 조사에서, 글로벌 공공투자자들 사이에 사상 처음으로 '탈달러화' 추세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향후 10년 내 달러 비중을 줄이려는 중앙은행 수가 처음으로 늘리려는 수를 추월했고, 약 79%가 글로벌 통화체제의 다극화 전환을 전망했습니다. 82%의 중앙은행이 금을 보유하며(2024년 71%에서 상승), 금은 각국이 단기적으로 가장 늘리고 싶어 하는 자산으로 꼽혔습니다.

결과는 상징적입니다. 2026년 6월 2일 유럽중앙은행(ECB)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금은 글로벌 공식 준비자산의 27%(전년 20%)를 차지하며, 미국 국채(25%→22%)를 제치고 시장가치 기준 세계 1위 준비자산이 되었습니다. 다만, ECB는 이 역전이 대규모 재배분보다 2025년 금값 약 60% 급등이라는 가격 효과에 크게 기인한다고 설명합니다.

달러 표시 자산은 전체 42%로 여전히 압도적 1위입니다. 그럼에도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2025년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863톤으로 역대 4위였고, 3년 연속 1000톤 안팎의 매입세가 이어졌습니다. 이는 2010~2021년 연평균 473톤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홍콩 금 중앙 결재 시스템 가동, 자본시장 독립의 교두보

2026년 7월 7일, 이 흐름을 가속하는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홍콩 금 중앙청산·결제 시스템이 공식 시범 운영을 시작한 것입니다.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 리자차오는 "만약 금이 글로벌 자금의 안전한 피난처라면, 홍콩은 그 안전한 항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합니다.

첫째, 중앙청산 인프라를 통해 그간 홍콩 귀금속 시장에 없던 통일된 청산 메커니즘을 제공합니다. 홍콩은 오랫동안 런던, 뉴욕과 함께 세계 3대 금 거래 중심지로 불려 왔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금을 대량으로 사고팔 때는 중앙에서 정리해 주는 시스템이 없어, 거래하는 양측이 서로 신용을 확인하고 직접 돈을 보내고 금을 창고에서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둘째, 'HAU(홍콩금)' 가격 코드를 도입해 아시아 거래 시간대의 시장 수요를 최초로 공식 가격에 반영합니다. 뉴욕 폐장과 런던 개장 사이의 '시간의 공백'을 메우는 것입니다.

셋째, 상하이금거래소와의 '실물 연동'을 통해 내륙의 막대한 실물 금 공급과 국제 자금을 체계적으로 연결합니다. 시범 운영 첫날 41개 기관이 참여했고, 교통은행(交通銀行) 등이 총 약 2.36톤(약 3.15억 달러) 규모의 첫 거래를 완료했으며, 건설은행(建設銀行) 아시아법인은 16건의 거래·청산을 마쳤습니다.

이 시스템이 자본시장 독립의 관점에서 갖는 의미는, 실물 금이라는 초국가적 자산을 역외위안화와 연결해 인민폐에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저장의 앵커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홍콩은 세계 최대 역외위안화 허브로서 글로벌 역외위안화 지급액의 70% 이상을 처리하며, 2026년 5월 말 예금 잔액은 1조 1300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치입니다.

그러나 역외위안화에는 신뢰할 앵커, 즉 실물 자산의 뒷받침이 부족했습니다. 인민폐 표시 금 상품과 역내외 청산, 역외 헤지 도구를 개발함으로써, 인민폐는 처음으로 국제 대량 상품의 가격 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통화가 될 수 있습니다.

AI 패권 경쟁과 자본시장 독립의 교차점

이 모든 논리는 AI 패권 경쟁이라는 더 큰 그림과 맞닿습니다. 우리는 AI 경쟁을 반도체와 연산 장치의 숫자로만 읽는 데 익숙합니다. 그러나 미·중 경쟁이 심화될수록 각국은 자국 AI 산업을 뒷받침할 자본시장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합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보다 무서운 것은 금융 제재입니다. 자본과 결제의 통로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다면 상대는 칩 한 장 막지 않고도 AI 산업의 자금줄을 조일 수 있습니다. AI 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이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금값을 눌러 내리고, 중국은 그 틈을 타 매입을 가속하며, 홍콩은 역외위안화 기반 금 거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 모든 흐름은 탈달러화라는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됩니다. 단기 투자 전략이 아니라, 달러 중심 통화체제에서 다극화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구조적 조정입니다.

이런 흐름에서 미국 국채가 더 이상 안전 자산이 아니라는 판단은 미국의 채권시장 스스로가 실시간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2026년 7월 9일 미국 재무부의 30년 국채 입찰은 5.058%의 금리로 낙찰되며 2007년 이후 약 2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앞서 5월에는 유통 금리가 5.197%까지 치솟았습니다.

30년물 금리가 5%를 상회한 기간은 2007년 이래 가장 길게 이어졌습니다. 국채 발행 급증과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린 결과입니다. 장기 금리 상승은 곧 기존 국채 보유분의 평가손을 의미합니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를 '안전자산'이 아닌 '변동성 위험자산'으로 재분류하는 논리를, 세계 최대 국채시장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국의 금 매입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그것은 자산운용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입니다. AI 패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승부는 GPU와 반도체의 숫자가 아니라 그 건설을 떠받칠 자본시장의 독립성에서 갈립니다. 자금 조달과 결제의 통로가 달러 시스템에 묶여 있는 한, 상대는 칩 한 장 막지 않고도 AI의 자금줄을 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금 그 통로를 미국 금융 시스템 바깥에 새로 파고 있습니다.

그 독립의 토대에 금이 놓여 있습니다. 금은 어느 나라도 동결하거나 찍어내 희석할 수 없는, 주권 신용 리스크가 없는 유일한 초국가적 담보입니다. 미국 국채를 팔아 금을 채우는 것은 준비자산의 신뢰 기반을 달러에서 금으로 옮기는 일이며, 홍콩 금 거래소는 그 금을 역외위안화로 거래하고 결제하는 회로를 완성합니다. 비축된 금이 신뢰를 떠받치고, 역외위안화가 그 신뢰를 유통시키는 구조입니다. 중국은 AI 패권 경쟁을 위해 탈 달러 인민폐 국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축이 바로 금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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