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건물은 국가 기준만, 대형건물은 서울시만 보는 은평구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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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생성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관련기사] 뜨거운 여름... 집과 차에서 발견한 수상한 흔적 둘 https://omn.kr/2j1c3
그중에서도 건물은 가장 큰 배출원이었다. 건물 부문 안에서는 일반 가정집의 비중이 컸고, 은평구 주택 가운데 20년 이상 된 주택도 약 81.5%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오래된 집의 단열과 창호, 냉난방설비를 함께 고치는 종합적인 대책이 중심이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존 건물·시설 제로에너지화 전략에서) 감축량의 약 87.5%가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교체에 몰려 있었다. 물론 보일러 교체도 필요하다. 하지만 벽과 창문으로 열이 새는 집에서 보일러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이것이 바로 지난 글에서 발견한 첫 번째 수상한 흔적이었다.
그런데 건물계획의 수상한 숫자는 보일러에서 끝나지 않았다. 신규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강화, 인센티브와 규제를 통한 건물 에너지 관리, 저탄소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를 넘겨보니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이름만 보면 모두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은평구는 정말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다시 한 번 추적해 보자.
새 건물은 처음부터 잘 지어지고 있을까
먼저 신규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강화 부분부터 살펴보자.
처음에 이 전략은 조금 덜 중요해 보였다. 은평구는 이미 지어진 오래된 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물 감축의 핵심도 기존 건물에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새 건물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새로 지은 건물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에너지를 쓴다. 지금 에너지 성능이 낮게 지어진다면, 앞으로도 쭉 그 배출량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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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강화 부분_연차별 온실가스 감축량-정량사업 은평구 탄소중립기본계획 69페이지 |
| ⓒ 김영준(공개 자료) |
그렇다면 은평구는 그들에게 물어야 한다. 이 건물은 앞으로 얼마나 에너지를 쓰게 되는가. 냉난방비는 얼마나 나오는가. 태양광 설치는 가능한가. 준공 후 실제 에너지 성능은 확인할 수 있는가 등.
구청은 건축 인허가, 건축심의, 정비계획 검토, 공공기여 협의 과정에서 신축건물과 계속 만난다. 법을 넘어 일방적으로 더 강한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더라도, 에너지 성능을 더 꼼꼼히 검토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녹색건축 기준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수는 있다.
대형건물은 서울시만 보면 될까
다음은 인센티브와 규제를 통한 건물 에너지 관리다.
(기본계획 인센티브·규제 기반 건물 에너지 관리 부분, 76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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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티브와 규제를 통한 건물 에너지 관리_연차별 온실가스 감축량-정량사업 은평구 탄소중립기본계획 76페이지 |
| ⓒ 김영준(공개 자료) |
이 제도는 서울시가 제도를 설계하고 기준을 정하며, 은평구는 대상 건물 관리와 현장 집행에 협력하는 구조다. 그렇기에 만일 서울시 제도의 시행이 늦어지거나 적용대상이 줄어들 경우 은평구 건물 감축목표도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서울시 제도의 추진 속도와 적용 범위에 따라 은평구 건물 감축목표 달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은평구가 독자적으로 총량을 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은평구가 손을 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은평구는 서울시 제도에 협조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관할 지역 내 관리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관내 대형건물의 에너지 사용량과 감축계획, 이행실적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주민에게 알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개별 건물의 세부자료 공개가 어렵다면, 구간별·유형별 통계나 자발적 감축협약 방식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구청, 대형건물, 주민참여위원회가 함께 감축협약을 만들 수도 있다. 적어도 매년 이행상황을 확인하고 공개하는 체계는 필요하다.
총량제는 서울시 제도이다. 하지만 그 건물이 은평구에 있다면, 은평구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권한 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청정에너지라면 다 같은 청정에너지일까
마지막은 저탄소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다.
건물에서 에너지를 많이 쓴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남은 에너지는 가능한 한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태양광 같은 정책이 떠오른다.
그런데 계획서를 보다가 다시 멈칫했다.
(기본계획 저탄소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 부분, 81쪽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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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탄소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_연차별 온실가스 감축량-정량사업 은평구 탄소중립기본계획 81페이지 |
| ⓒ 김영준(공개 자료) |
알아보니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설비다. 하지만 현재 널리 쓰이는 연료전지는 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 많아,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연료전지 자체를 무조건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별도로 검증하지 않은 채 '청정에너지'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 사업은 민간투자에 크게 기대고 있다. 민간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만큼 감축량도 불확실해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추진 가능성과 감축효과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공공태양광은 은평구가 상대적으로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다. 구청사, 동주민센터, 공영주차장, 복지시설, 학교, 공공체육시설, 대형건물 옥상 등 찾아보려면 후보지는 많다. 물론 입지와 구조, 안전, 민원, 경제성을 따져야 하겠지만, 적어도 전수조사는 해볼 수 있다.
그런데 공공태양광의 비중이 0.8%라면, 은평구가 직접 책임질 수 있는 재생에너지 기반을 너무 작게 잡은 것은 아닐까?
은평구가 해야 할 일은, 에너지 수요를 먼저 줄이고, 남는 수요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며, 공공부지 태양광 가능부지를 전수조사한 후,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을 검토하는 게 아닐까?
그러고도 모자란 감축량은 연료전지 사업을 검토하되, 감축효과, 온실가스 배출, 민간투자 가능성을 따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세 가지 전략에서 다시 보인 같은 문제
이번에 살펴본 세 가지 전략은 서로 달라 보인다. 새 건물, 대형건물, 청정에너지. 분야도 다르고 담당부서도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신규 건축물은 국가·서울시 기준에, 대형건물 관리는 서울시 총량제에, 청정에너지는 민간 연료전지에 크게 기대고 있었다.
반면 은평구가 직접 키울 수 있는 공공태양광, 대형건물 지역관리, 신축건물 성능검증 같은 수단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즉, 은평구 스스로의 능동적 정책보다는 상당 부분 외부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건물 부문에서 은평구가 직접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 수단이 충분히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와 서울시 정책을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또한 자치구로서 법령에 따라 권한에 따른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부분의 감축을 외부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탄소중립은 어려울 것이다.
국가 기준만 기다릴 것인가. 서울시 제도만 따라갈 것인가. 민간투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부지 태양광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조사했는가. 대형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은 주민에게 공개할 수 있는가. 재개발·재건축 단계에서 에너지 성능을 더 강하게 요구할 방법은 없는가. 은평구는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계획상 목표 숫자는 크다. 하지만 목표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지역의 힘이다.
은평구 건물 부문의 핵심은 분명하다. 오래된 집과 기존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새 건물은 처음부터 에너지를 적게 쓰게 만들어야 한다. 대형건물은 지역 안에서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에너지는 줄이고, 남은 수요는 공공태양광과 시민참여형 재생에너지로 바꿔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 계획은 보일러 교체, 국가·서울시 기준, 서울시 총량제, 민간 연료전지에 많이 기대고 있다. 이것이 이번 두 번째 추적에서 확인한 건물 부문의 핵심 문제다.
다음 글에서는 교통 부문으로 넘어가 보려 한다. 자동차 이용을 줄여야 하는데 왜 친환경차와 광역철도가 계획의 중심이 됐는지, 보행·자전거·마을버스·주차정책은 왜 작게 다뤄졌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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