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른 옷을 헐값에 입은 꼴…보유세, 제값 치를 때 됐나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비정상적인 수요·공급으로 (주택) 가격이 잘못 형성되는 걸 막는 정상화가 목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밝힌 정책 방향의 큰 틀이다.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겨 3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 이 대통령은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수요 억제에 쓰는 건 예외적"이라면서도 세제를 '필요악'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세제 방향을 제시했다. 통상적인 1주택에 기준선을 정한 뒤 거주·지방과 초고가·다주택∙투기용으로 구분해 차등과세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 들어가 산다는 뜻의 '실거주' 대신 불가피하게 실거주하지 못하는 '거주용'이라는 용어를 꺼내며 실거주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뜻도 비쳤다. 이번에 만든 제도가 쉽게 바뀌지 않도록 최대한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자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주로 세제에 대해 말했다. 세제를 포함해 금융∙주택공급 정책 방향을 2회에 걸쳐 제안한다.
"가액∙주택 수 기준은 편의주의적 발상"
토론에 들어가기 전 발제자인 강성훈 한양대 교수는 발표에서 "30억원 한 채를 가진 쪽의 세율이 10억원 세 채보다 낮다"며 주택 수 대신 가액 기준 논의를 제안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발표한 사전 수렴 의견 결과에서도 가액 합산 과세에 찬성이 대체로 많았다. 자유토론에선 "오피스텔 같은 비주택이 주택 수에 잡혀 팔지 못하는 매물이 많다"는 형평성 지적이 나왔다. 다른 참석자도 “'다주택자'라는 낙인 자체가 비주택 임대공급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채를 돈 벌기 위해 가진 경우와 살림을 위해 가진 경우는 당연히 차등을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30억원 한 채엔 한 가구가 살지만 10억원 세 채엔 세 가구가 산다. 주인은 정작 작은 집에 산다. 가액이냐 주택 수냐만 따지는 건 편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발상이다. 주택 수 잣대는 집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던 시절의 논리다. 2004년 다주택자 중과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자가보유율은 2005년 60.3%에서 2024년 56.9%로 되레 낮아졌다. 유주택자 중 2주택 이상 다주택자 비율이 2005년 13.56%에서 2024년 14.85%로 역시 올라갔다. 집을 어떻게 쓰느냐를 보자. 거주냐, 임대냐, 별장이냐, 빈집이냐다. 용도에 따라 차등과세한다면 주택의 사용 효율도 높일 것이다.
어른 옷 싸게 입은 어린아이
보유세를 놓고 이 대통령은 속내를 비쳤다. "선진국 수준이 되려면 3배는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과거에 정상화했더라면 집값이 이렇게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터진다.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토론에선 "보유세는 몸에 좋은 쓴 약이다. 거주 여부를 가리지 말고 보편적으로 강화하자"는 찬성론과 "20년 전 5억원에 산 집이 50억원이 된 은퇴자는 현금이 없다. 보유세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게 옳으냐"는 반론이 맞섰다.
보유세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4년 부동산 세금이 국내총생산(GDP)의 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을 웃돌지만, 집값(주택 시가총액) 대비 재산세·종부세 비율인 실효세율은 0.1% 선으로 OECD 평균(0.33%)의 3분의 1 수준이다. 어린아이가 어른 옷을 싸게 사 입은 격이다. 아이 형편(경제력)엔 부담이지만 옷(집값)에 비하면 헐값이다. 이 ‘미스매치’를 조정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보유세 강화를 얘기하면 1주택자 기준으로 공시가격 12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의 종부세를 주로 얘기하는데 종부세 대상만이 아니다. 모든 주택에 해당하는 재산세도 볼 필요가 있다. 2021년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 도입한 재산세 0.05%포인트 인하 특례의 일몰기한이 올해 말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대폭 낮아져 세 부담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에 도입 취지가 없어졌다. 보유세 강화 때 부각될 이슈로 생각된다.
보유세 강화와 동전의 양면인 게 거래세 인하다. 새의 좌우 날개와 같다. 거래세가 인하돼야 부동산세 균형을 찾으며 보유세 강화 의미가 있다. 거래세인 취득세를 낮춰야 한다. 취득세가 10~20년 보유세와 맞먹는다.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가 실현된 게 노무현 정부 때였다. 2005년 8∙31대책 발표 후 정부는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와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거래세인 취득세 세율을 인하했다. 하지만 취득세 기준 가격이 2006년 실거래가로 올라가면서 실제 취득세 인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이번에 보유세가 강화된다면 제대로 된 취득세 인하를 기대한다.
취득세와 함께 거래세로 분류되는 다른 세금이 양도세다. 소득세와 거래세라는 이중성격을 갖고 있다. 거래세 완화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늘어난 보유세를 필요경비 등으로 양도세에서 공제해주는 방법으로 양도세 완화를 생각할 수 있다. 보유세가 평가금액이긴 하지만 매년 오른 집값을 반영해 늘어나게 되는데 양도세를 매년 내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공시가 30억 초과면 전체 주택 0.3%
초고가주택엔 더 무거운 과세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대세가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 초고가주택은 집값 상승을 이끌고, 희소가치에 과시효과까지 얹힌 과잉 주택 소비다. 대개 큰 집이어서 자원 낭비와 기후위기 관점에서도 맞지 않는다.
초고가주택 기준으로 이날 토론회의 사전 의견수렴 보고에선 30억~50억원 의견이 제시됐다. 토론회 참석자는 전국 평균 아파트값(5억원)의 2배, 약 10억원을 초고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실효세율은 1%를 말했다. 토론회 온라인 댓글에는 "고가주택은 전국 평균 가격의 5배, 초고가주택은 10배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과세를 강화하는 초고가주택 대상을 가능한 줄일 필요가 있다. 고가주택에 종부세가 있는 마당에 고가주택 중에서도 비싼 주택을 대상으로 과세를 강화하려면 극히 일부의 고가주택이어야 한다. 종부세 대상 공시가 12억원 초과 공동주택이 전국의 3%, 서울에서 14.9%다. 30억원 초과이면 종부세 대상의 10%이고 전국의 0.3%(약 5만 가구)다. 서울에선 1.8%다. 20억원 초과이면 전국적으로 1%가량이다.
초고가주택 과세 강화는 조세 저항보다 명예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세금은 국가에 대한 기부와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초고가주택은) 사회적 비용이 많이 수반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하는 걸 당연하게 수용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초고가주택 과세 강화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최근 서울 집값을 밀어 올리는 건 15억원 이하 중저가인데 초고가를 누른다고 안정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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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거래세로 낮추고 소득세는 강화
발제자는 양도세와 관련해 매도를 미루는 동결효과 최소화와 보유세와의 연계를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중과 부활을 유지하되 "판 사람보다 유리하지 않은 선에서 퇴로를 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자유토론에선 "택지가 없는 서울 도심에선 양도세가 완화돼야 기존 주택 매물이 나온다"는 완화론과 "10년간 양도차익 10억원의 양도세가 평균 1000만원인데 같은 근로소득엔 2억5000만원을 낸다"는 강화론이 부딪혔다.
주택 수가 아닌 용도 기준의 과세라는 점에서 볼 때 주택 수에 따른 다주택자 중과는 맞지 않는다. 앞서 보유세 증가분의 양도세 공제를 제안했다.
반면 소득세 측면에서 볼 때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45%가 최고인 세율에 15억원이나 2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는 것이다. 30억원 넘게 판 주택 가운데 과표 10억원 초과가 5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2020년 양도가액 30억원 초과 중 과세표준이 10억원 초과 건수가 85건이었는데 지난해엔 234건이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줄여야 한다. 장기근속했다고 근로소득세를 깎아주지 않는다.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제해 줄 필요가 있을까. 1주택 비과세도 횟수 등을 제한할 필요가 토론회에서 나왔다. 생애 1회나 5억원 한도로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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