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이야 겉옷이야? 요즘 길거리 점령한 ‘아찔 패션’ 정체 [더 하이엔드]
레이스와 코르셋, 슬립 드레스 등 란제리의 요소가 일상복으로 들어왔다. 올여름 패션으로 겉옷과 속옷의 경계를 허무는 ‘란제리 코어(Lingerie Core)’가 다시 떠올랐다. 란제리 코어란 여성의 속옷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을 일상복에 활용하는 스타일을 뜻한다. 레이스와 새틴 소재, 몸을 따라 흐르는 실루엣이 대표적이다.

겉옷이 된 란제리
란제리 코어의 뿌리는 1990년대에서 찾을 수 있다. 어깨 패드와 화려한 장식, 강렬한 색상이 강조됐던 1980년대 스타일을 뒤로 하고 군더더기를 덜어낸 미니멀리즘이 주류로 떠오르던 시기다. 겉옷과 속옷의 경계도 서서히 흐려졌다. 1990년 마돈나는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한 원뿔형 브라를 결합한 ‘콘 브라(Cone Bra)’ 코르셋을 입고 월드 투어 무대에 올랐다. 이 무대에서 마돈나는 감춰야 할 속옷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으로 끌어냈다.
슬립 드레스 역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패션이 더 절제된 방향으로 이동하며, 슬립 드레스의 얇고 흐르는 듯한 실루엣이 시대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다. 1993년 런던에서 열린 엘리트 모델 에이전시 파티에서 케이트 모스가 입은 속이 비치는 슬립 드레스는 미니멀하면서도 관능적인 당시 패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미우미우부터 샤넬까지, 란제리 스타일 선보여
최근 다시 돌아온 란제리 코어 트렌드는 여러 럭셔리 브랜드가 레이스, 실크 슬립 드레스 등 디테일을 잇달아 런웨이에 올리면서 흐름이 선명해졌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미우미우를 꼽을 수 있다. 2020년대 초부터 로우라이즈와 마이크로 실루엣을 강조한 미우미우는 2023 봄·여름 컬렉션에서 속이 비치는 시스루 룩과 브라 형태의 톱을 선보였다. 같은 해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브리프와 타이즈를 조합한 ‘팬츠리스’ 룩을 내세웠다. 이런 시도는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으며 란제리 코어 확산의 계기가 됐다.


올해 봄·여름 시즌에서는 한층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란제리 스타일이 등장했다. 샤넬은 오트 쿠튀르 쇼에서 얇은 모슬린 원단을 활용해 속이 비치는 룩을 선보였다. 돌체앤가바나는 남성복에서 가져온 하늘색 파자마와 레이스 브라, 코르셋, 보디수트 등 여성 란제리를 컬렉션의 중심에 놨다. 샤넬 관계자는 “우리는 여성의 자유·해방에 대해 매 컬렉션마다 고민한다”면서 “란제리 코어는 실내·실외의 경계를 허무는 스타일, 이를 입는 사람의 자유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는다”고 말했다.

런웨이에서 제시된 란제리 스타일은 여러 셀럽의 옷차림을 통해 대중적인 트렌드로 확산됐다. 샤넬의 2026 봄·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 쇼에 참석한 블랙핑크 제니는 란제리를 연상시키는 하늘색 캐미솔(얇은 끈 상의)과 스커트를 입어 이목을 끌었다. 로제 역시 생로랑의 2026 여름 컬렉션 쇼에서 실크 소재의 롬퍼 수트를 선택하며 란제리 코어를 보여줬다.
숨겼던 속옷 레이스, 이젠 드러내야
일상에서는 란제리 디테일을 일부 차용하거나 다른 옷과 겹쳐 입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슬립 드레스 안에 와이드 팬츠나 청바지를 입고, 새틴 스커트에는 티셔츠를 조합하는 식이다. 과거 레이스가 속옷 장식으로 주로 쓰였다면, 최근에는 얇은 톱의 네크라인이나 밑단을 장식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이런 스타일은 서로 다른 소재와 실루엣의 조합을 통해 란제리 특유의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노출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는 “마돈나의 콘 브라로 대표되는 1990년대 란제리 룩이 관능적인 이미지를 내세웠다면, 최근의 란제리 코어는 일상의 편안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자기 표현의 수단”이라며 “여성스러운 란제리를 남성적인 느낌의 재킷과 매치하는 등 다양한 요소를 섞어 레이어드한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힙합 문화에서 시작된 새깅(sagging) 패션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새깅 패션은 바지를 원래 허리선보다 낮게 내려 입어 속옷이 보이게 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남성 언더웨어를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다면, 최근에는 레이스 등 란제리 디테일을 활용해 여성적인 무드로 확장되고 있다.
한편에선 란제리 코어가 올해 초 유행했던 ‘발레 코어(Ballet Core)’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발레 코어란 발레복을 일상복에 접목한 스타일이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과 몸에 밀착되는 실루엣, 가벼운 플랫 슈즈가 대표적이다.

발레 코어가 리본과 타이츠 등 발레 의상의 요소를 차용했다면, 란제리 코어는 더 나아가 레이스와 새틴으로 여성성을 강조한다. 이선영 세종사이버대 패션뷰티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유행하는 란제리 코어의 다른 점은 다른 이에게 섹시하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즐기는 여성성으로 표현되는 발레 코어 등 하이퍼 페미닌(Hyper Feminine) 무드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란제리 코어 트렌드는 올해 가을·겨울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생로랑은 2026 겨울 컬렉션 쇼에서 레이스 드레스와 스커트는 물론 슬립 드레스 등 란제리에서 영감 받은 룩을 다수 선보였다. 펜디 역시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레이스 디테일을 더한 실크 드레스와 탈부착 가능한 슬립을 적용한 레이스 드레스 등을 공개했다.
서지우 기자 seo.jiw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친구 살해한 정재환…“롤렉스는?” 모친의 기막힌 전화 | 중앙일보
- 뇌 쌩쌩한 96세 할머니…“손만 움직인다” 놀라운 뇌 단련법 | 중앙일보
- “단백질 20g? 이 숫자에 속지 마라” 보충제 치명적 함정 | 중앙일보
- 입대 전 미성년자와 성관계한 군인…“성적 만족 위해 관계” 결국 | 중앙일보
- “성적 수치심 느꼈다” 여자 프로배구 회식 악몽…전 코치 결국 | 중앙일보
- “남편은 지루, 내연남은 조루” 바람난 아내가 몰랐던 1가지 | 중앙일보
- 남녀 3명과 숨졌다…“오빠야~♥” 포르쉐 사준 아내 충격 유서 | 중앙일보
- 노무현은 감싸고 이재명은 때렸다…유시민의 이중잣대 왜? | 중앙일보
- ‘이적료 671억’ 이강인 “많은 고민 했다”…PSG 떠나며 올린 인사 | 중앙일보
- 황정민 “무조건 견뎌”…해병대 입대한 아들 눈물 전화에 한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