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일상 탈출
2026. 7. 25. 03:06

휴가철 눈치 보지 않는 직장인이라면 닷새의 휴가에 앞뒤로 두 번의 주말을 붙여서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다. 제주도가 아니면 강원도라도, 아니 해외로 떠나면 빈 마음이 채워질까. 통장이 ‘텅장’되는 현실로 돌아오면 그제야 현실이 받아들여질까.
경북 구미시 해평면 일선리에는 전주 류씨 집성촌인 문화재 마을이 있다. 안동에 임하댐을 건설하면서 마을이 수몰될 때 70여호가 배산임수의 명당인 이곳으로 집단 이주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길은 꼬불꼬불하지 않고 번듯번듯하다. 살림집과 고택, 정자가 단아하게 앉았다. 성공회 성프란시스수녀회는 이 양반 마을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피정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네 번 수녀님들이 조용히 읊조리는 기도 소리에 나의 마음을 얹었다. 간소하지만 정갈하고 담백한 아침 식사는 위장에 평안을 줬고 마당에서 뛰노는 세 마리의 고양이들은 도시 생활에 찌든 정서를 부드럽게 안위했다. 한옥 처마 위에 겹쳐진 진분홍 목백일홍 꽃을 바라보는 동안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채워졌다. 예수님께서도 종종 한적한 곳을 찾으셨는데 주님의 제자들이라면야. 나만 알고 싶은 최고의 장소를 공개하는 마음도 그분이 주신 마음이겠지.
정혜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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