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품어야 산다”… 낡은 진보의 자성

천양우 2026. 7. 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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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소비자로만 여겨졌던 2030 청년층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독자적인 하나의 정치 주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2030 표심이 격전지 당락을 가른 캐스팅보트로 부각받은 데 이어 8·17 전당대회 국면에선 청년 후보와 청년 대표성 문제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청년층이 민주 진영에서 보수를 넘어 극우로까지 넘어가고 있다는 건 이제 명백한 사실"이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등 주요 격전지 패배를 통해 2030 민심 이반을 직접 확인한 이상 청년층을 내버려 뒀다간 다음 총선도 패할 수 있다는 민주당 내부의 위기감이 당권 주자 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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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與전대 화두 떠오른 청년


정치 소비자로만 여겨졌던 2030 청년층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독자적인 하나의 정치 주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2030 표심이 격전지 당락을 가른 캐스팅보트로 부각받은 데 이어 8·17 전당대회 국면에선 청년 후보와 청년 대표성 문제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일부 청년 주자의 반짝 개인기만으론 2030 민심을 회복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확실한 노선 변경과 인식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년 주자, 전대 핵심 이슈로

이번 전당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청년 후보들은 기존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언행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36세 평당원인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은 중앙 정치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586 퇴진’을 요구했다. 김 전 의장은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LDC) 당대표 후보 정견 발표에서 정청래 전 대표, 김민석 전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를 향해 “686을 지나 786, 886까지 갈 것이 아니라 이제는 멋진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 아니겠냐”고 직격했다.

주요 당권 주자가 청년 문제를 거론하는 빈도 자체도 늘었다. 송 전 대표는 ‘2030 없이 2030 대선도 없다’를 메인 슬로건으로 내걸며 청년을 중점에 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김 전 총리도 “청년 친화적 정당으로 면모일신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며 당대표 직속 1030 정책단 구성, 청년 당정협의·청년 관계장관회의 정례화, 장관급 청년정책위 신설 등을 공약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청년층이 민주 진영에서 보수를 넘어 극우로까지 넘어가고 있다는 건 이제 명백한 사실”이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등 주요 격전지 패배를 통해 2030 민심 이반을 직접 확인한 이상 청년층을 내버려 뒀다간 다음 총선도 패할 수 있다는 민주당 내부의 위기감이 당권 주자 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선 각각 20대·30대인 정민철 정책위원회 부의장과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총장이 두각을 나타냈다. 정 부의장은 민주당의 소셜미디어 대응 전략 부재를 지적하며 민주당이 ‘문화전쟁’에 적극 투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김 전 사무총장은 당시 ‘서울 너무 비싸’라는 민생 중심 메시지를 앞세우며 미국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과 유사한 전략을 펼쳐 주목받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엑스(X)에 “5·18을 폭동이라 운운하는 자들은 전부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정 부의장의 글을 공유했다. 김 전 의장이 X 계정을 개설한 이튿날엔 해당 계정을 팔로하며 힘을 실어줬다.

청년최고도 불발…‘말로만 청년’


이들의 등판을 바라보는 진보 진영 내부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유시민 작가는 정 부의장을 비롯한 친명 청년 평론가들에 대해 “천하고 상스럽다”고 비난하며 ‘촉법 평론가’ 딱지를 붙였다.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기성 정치인 밥그릇 싸움에 청년 주자가 뒷전으로 밀리는 듯한 그림도 연출됐다. 민주당은 청년층 포섭을 위해 청년최고위원제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반대에 부딪혀 무위로 돌아갔다. 고액 기탁금 논란까지 연이어 터진 탓에 민주당은 말로만 청년을 외친다는 ‘위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국 예비경선 단계에서 청년 출마자들이 전원 탈락하며 본선에서 거물 정치인과 경쟁하는 청년 주자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청년최고위원제 도입 불발에 반발하며 선관위원직을 사퇴한 봉건우 전국대학생위원장은 국민일보에 “청년최고위원제 도입 불발 그 자체만큼이나 심각한 건 당이 청년에게 ‘줬다 뺏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한 청년층의 ‘이유 없는 반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이 청년을 배척하는 듯한 행태를 보인 탓에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을 싫어할 명분을 제공해준 셈이라는 것이다. 봉 위원장은 “2030은 모름지기 정책 자체에 관한 관심은 다소 부족해도 사안의 옳고 그름만큼은 명확하게 따지는 세대”라며 “청년최고위원을 통해 당에 대한 청년층의 신뢰를 제고하려던 시도가 무산되면서 2030세대에게 되레 실망감을 배로 안겨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 노선에 청년 목소리 반영해야

4050 당원이 주류인 민주당에서 청년 후보 역시 당선을 위해선 2030세대보다 중장년층에게 소구해야 한다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30이 당내 요직을 통해 정치 무대에 진입해도 자리를 잡기 위해선 결국 기성 정치인과 똑같이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부상한 청년 인사를 통해 실제 2030세대의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건 민주당에 남겨진 과제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청년층 민심을 되돌리려면 청년층이 당 정책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2030 목소리를 당 노선에 반영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청년층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청년층 정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정책으로 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 위원장은 “당의 중장년 출마자들도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청년 목소리를 반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2030을 전략 세대로 지정해 가중치를 주거나 지도부와 정기적으로 당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청년회의체를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양우 기자 yah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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