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표절 의혹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줄거리 전혀 달라”

이다연 2026. 7. 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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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쇼박스 제공


장항준 감독의 1700만 흥행작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드라마 ‘엄흥도’ 작가의 시나리오를 표절했다며 상영과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신명희 부장판사)는 23일 드라마 ‘엄흥도’의 시나리오 작가 유족이 왕사남 공동 제작사인 온다웍스와 주식회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쇼박스 등을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제작사는 영화를 항공기와 선박에서 상영하거나 OTT·DVD 등 2차 콘텐츠로 제공하고 해외에 수출하는 데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게 됐다.

재판부는 유족 측이 제출한 시나리오와 영화 사이의 실질적인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엄흥도’ 시나리오는 유교적 충의 서사를 핵심 정서로 삼고, 엄흥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단종에게 충성과 헌신을 바치는 인물로 그려진다”며 “반면 ‘왕사남’은 단종과 엄흥도, 마을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며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핵심 주제로, 작품의 주제와 서사 구조, 인물 설정이 전혀 다르다”고 판단했다.

이어 “두 작품 모두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만큼 일부 유사한 요소가 발견될 수 있다”면서도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 전체적인 줄거리, 주요 주제는 물론 유족 측 시나리오만의 독창적인 표현에서도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 시나리오를 수정한 장항준 감독이 유족 측 시나리오를 접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할 자료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작사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정의 신일수 대표 변호사는 “재판부가 영화의 독자적 창작 경위와 두 작품의 본질적 차이를 명확히 확인해 준 당연한 결정”이라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 활동이 위축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영화 ‘왕사남’이 지난 2000년대 방영된 드라마 '엄흥도'의 각본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월 개봉한 ‘왕사남’은 누적 관객수 1691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개봉작 가운데 ‘명량’(2014·1761만여명)에 이어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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