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엔 물집, 털까지 빠져"…50도 극한 폭염에 죽고 병드는 아프리카 낙타

최영 2026. 7. 24. 10:4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0도 극한 더위에 낙타 폐사 잇따라
열 스트레스·젖 생산 감소…생계 '흔들'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더위와 가뭄에 강한 낙타마저 폐사하고 있다. 낙타가 열 스트레스로 병들고 젖 생산량까지 줄면서 낙타를 생계 수단으로 삼아온 목축민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영국 BBC는 22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북동부 아파르 지역에서 낙타를 키우는 목축민 알리 우메르가 최근 한 달 동안 극심한 더위로 새끼 낙타 8마리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우메르는 세메라 일대에서 낙타 약 500마리를 기르고 있다.

우메르는 "낙타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눈물까지 흘린다"며 "뜨거운 모래에 앉으면 피부가 화상을 입고 배 쪽 털도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시원한 공기를 가져오던 바람마저 이제는 뜨거운 열기를 몰고 온다"고 했다.

세계 단봉낙타의 약 80%는 북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북동부의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사육된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케냐 등이 포함된 이 지역에서는 폭염과 물 부족으로 소 사육이 어려워지자, 더위와 가뭄에 강한 낙타로 사육 가축을 바꾸는 목축민도 늘어났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50도 폭염에 무너진 '사막의 배'…2년 새 폐사 15% 늘어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북아프리카의 평균기온은 1991년부터 2025년까지 10년마다 0.43도씩 상승해 아프리카 6개 권역 가운데 가장 빠른 온난화 속도를 기록했다.

낙타는 외부 기온이 약 40도까지 올라가도 낮 동안 체온이 몇도 오르고 밤에 다시 내려가는 특성 덕분에 땀을 적게 흘린다. 농축된 소변과 마른 변을 배출해 물 손실을 줄이고, 두꺼운 털로 강한 햇볕을 막는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낙타 전문가 모하메드 벵구미 박사는 "사하라 일부 지역의 여름 기온이 50도를 넘는 날이 잦아지면서 심각한 열 스트레스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알제리 가르다이아대의 압델마지드 체마 교수도 "41~45도에 이르는 고온이 낮과 밤 내내 이어지면 낙타의 백혈구를 비롯한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열 스트레스를 받은 낙타는 몸속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이기 위해 신진대사를 늦춘다. 이 때문에 사료 섭취량이 줄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체중과 젖 생산량도 감소한다.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번식 능력도 떨어진다.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맞댄 케냐 북동부 마르사비트 지역의 수의사 하산 누야 구요는 과체온 증상을 보이는 낙타를 진료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지역에서 지난 2년 동안 극심한 더위로 죽은 낙타 수가 15%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폭염에 이어 가뭄까지…남쪽으로 떠나는 목축민들

가뭄으로 물과 먹이가 부족해지고 그늘마저 줄면서 낙타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2021~2022년 아프리카의 뿔을 덮친 가뭄은 강수 부족에 높은 기온으로 인한 수분 증발 증가가 겹치면서 더욱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더위와 가뭄을 피해 낙타 떼를 이끌고 에티오피아 북부에서 물과 초지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남부로 이주하는 목축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니엘 겔란 에티오피아 비전대학 교수는 "계절에 따른 이동이 아니라 북부에서는 더 이상 낙타를 기를 수 없어 아예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 인턴기자 zero02@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