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때리던 송영길의 변신…강성 버리고 ‘뉴DJ’ 띄우는 이유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선 송영길 의원의 행보가 최근 크게 달라졌다. 출마 초기만 해도 송 의원은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 참석도 못 했다”(지난달 19일)며 정청래 전 대표 비판에 주력했다. 해당 발언으로 사과까지 했지만, 공세는 이어갔다. 송 의원은 “2022년 대선 패배 당시 이재명 후보의 만류가 있었지만 바로 다음날 책임을 지고 당 대표를 사임했다”(지난달 25일)거나 “당청 갈등,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 정말 진압을 해야 될 상황”(지난 15일)고 정 전 대표를 맹폭했다.
하지만 송 의원의 최근 행보는 반대다. 중도·통합 지향의 온건 메시지에 주력하고 있다. 송 의원은 23일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더 이상의 당청 불협화음이 들리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하나가 되겠다”며 통합을 외쳤다. 21일엔 국민의힘 출신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게 여야 갈등 문제 해법에 대한 의견을 듣기도 했다. 지난 8일 출마선언 때 밝힌 “청년과 중도·스윙보터의 마음을 포용하겠다”는 말도 반복하고 있다.
송 후보는 예비경선 투표 마지막 날인 23일에도 “부동산 문제로 이를 세금으로 접근하면 안 되고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징어게임 주인공 성기훈은 ‘게임을 해봤어요’라고 호소한다”며 인천시장·민주당 대표 경험을 강조하는 빈도도 늘었다. “부동산 문제 닥치고 공급하겠다”(20일) “레버리지 ETF에 신속한 보완 필요하다”(21일) 등 경제·정책 이슈도 부각 중이다.

송 의원이 메시지가 급변한 분기점은 지난 14일 민주당 최고위가 선호투표제를 의결한 뒤부터다. 선호투표제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하위 득표자를 탈락시킨 뒤 그가 얻은 2순위 표를 1·2위 후보에게 합산해 최종 당선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이에 송 의원 캠프 안팎에선 “2순위 표가 최종 득표에 반영되기 때문에 중도 온건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재선 의원)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2위 안에만 들어가면 비호감도를 낮춰 2순위 표를 대량 확보해 최종 1위를 하는 전략도 가능하다는 이유다. 실제 정봉주 전 의원은 2004년 총선(서울 노원갑) 당내 1차 경선에선 8명 중 4위에 그쳤지만, 4명이 선호투표 방식으로 겨룬 2차 경선에선 “다른 후보와 다 친하다. 2등은 나를 찍어달라”고 호소하며 최종 1위로 공천을 받기도 했다.
친송계 핵심 인사는 “선호투표제 체제에서 2위면 승산이 있다”며 “이젠 통합과 정책으로 진짜 여당이 무엇인지를 보여야 2위에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공세를 벌인 측면이 있지만, 과할 경우 송 후보에게 ‘우리를 더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후보의 전략은 실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디어토마토가 20~21일까지 진행한 ARS 무선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2순위로 지지하는 후보로 송 의원(22.2%)이 가장 많이 꼽혔다. 같은 질문에 진보층은 28.6%, 호남권은 35.4%로 1위였다. 윤왕희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선호투표제에선 상대를 포용하고 확장성이 있는 후보일수록 유리하다”며 “송 후보 결과가 극단으로 치우친 한국 정치의 큰 실험대”라고 말했다. 공희준 정치컨설턴트도 “승점 3점이 아니라 승점 1점씩 갖자는 무승부 전략에서 나온 결과”라며 “선호투표를 한다면 친명은 정 후보가, 친청은 김 후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안으로 송 후보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송 후보는 본경선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통합, 실용을 강조하기 위한 뉴DJ 선언을 준비 중”이라며 “DJ는 자기를 괴롭혔던 전두환조차 용서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극단으로 나뉘어 있는 민주당도, 사회도 통합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도 “김민석, 정청래가 보여줄 수 없는 정책통의 모습을 부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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