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앤트로픽 ‘AI 동맹’…삼전·닉스 HBM 판 커진다

엔비디아가 독주해온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AMD의 추격전이 빨라지고 있다. 오픈AI와 메타에 이어 앤트로픽과도 손잡는 등 대형 계약을 잇달아 따내고 있다. 두 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생성AI 기업 앤트로픽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AMD는 앤트로픽에 최대 50억 달러(약 7조4000억원)를 투자한다. 투자 규모는 앤트로픽의 AMD 장비 구축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 앤트로픽은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인스팅트 MI450 시리즈’를 탑재한 랙 시스템 ‘헬리오스’를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로 도입한다. 첫 1GW는 내년 상반기부터 구축할 예정이다. 1GW는 미국 약 7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두 회사는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AMD 칩에서 더 잘 돌아가도록 기술도 함께 개발한다.
AI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같이 투자와 칩 공급을 묶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AI 기업은 돈과 칩을 구하고, 반도체 업체는 대형 고객을 미리 잡는 구조다. AMD는 오픈AI·메타와도 공급 계약을 맺고 조건부 주식 매입 권리를 줬다. 앤트로픽까지 세 회사와 계약한 규모는 최대 14GW다. 엔비디아도 지난 2월 오픈AI에 300억 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와 AMD의 경쟁이 HBM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HBM 고객이 엔비디아에서 AMD로 넓어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 기회와 협상력도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AI 가속기에는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HBM이 필수다. 가속기가 많이 팔리면 HBM 주문도 함께 늘어난다. 최근에는 AI 가속기 수십 개를 하나로 묶은 ‘랙’이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장비 한 대에 들어가는 HBM 양이 늘고 있다.
앤트로픽이 도입할 헬리오스 한 대에는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MI455X’ 72개가 들어간다. MI455X 한 개당 HBM4 탑재량은 432기가바이트(GB)로, 랙 전체로는 31.1테라바이트(TB)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AMD와 손잡고 MI455X용 HBM4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엔비디아 루빈용 HBM4도 품질 검증을 마치고 양산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 제품 ‘베라 루빈 NVL72’에는 루빈 GPU 72개와 HBM4 20.7TB가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루빈용 HBM4의 주요 공급사다. 엔비디아가 루빈 출하를 늘리면 SK하이닉스 물량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AMD가 HBM4 조달처를 넓힐 경우 SK하이닉스에도 추가 공급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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