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상시험에 '절반의 성공'은 없다
목표 미달 인정해야 시장 신뢰 회복

"저는 임상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반의 성공입니다."
지난 21일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공동대표는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의 어려움은 성장통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14만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두 달 만에 2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성장통으로 포장하기에는 투자자들의 손실과 무너진 기대라는 대가가 너무 크다.
회사는 TG-C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통증과 관절 기능 개선 폭이 과거 임상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았다는 점을 근거로 '절반의 성공'이라는 자평을 내렸다. TG-C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위약 반응으로 약물군과의 차이가 희석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TG-C의 개발 가능성과 임상시험의 성공 여부는 구분해야 한다. 임상시험은 환자가 투약 전보다 얼마나 좋아졌는지만을 보는 시험이 아니다. 시험약이 위약보다 우월한 효과를 내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번 임상에서는 위약군의 개선 폭도 크게 나타나 TG-C 투여군과 위약군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사전에 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시험이다.
신약 개발은 수많은 좌절을 거치는 과정이다. 한 차례의 임상 실패만으로 기업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그래도 반은 성공했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었다. 위약 반응이 왜 높았는지를 분석하는 일은 분명 필요하지만 이는 실패 원인을 규명하고 다음 전략을 세우는 과정이지 이미 나온 결과를 다시 정의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간담회가 위약군의 이례적인 반응을 강조하는 데 치우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상장 바이오기업의 기업가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매출과 허가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형성된다. 경영진의 말이 단순한 의견에 그치지 않고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되는 이유다. 성공 가능성을 설명할 때는 가장 낙관적인 해석을 내놓고 정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결과에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한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TG-C는 이미 성분 기재 논란과 국내 품목허가 취소를 거치며 한 차례 신뢰를 잃었던 치료제다. 이후 미국 임상을 재개해 다시 개발에 나선 만큼 회사가 결과를 설명할 때 져야 할 책임은 더 무겁다. 과거의 논란을 딛고 신뢰를 되찾으려면 유리한 데이터뿐 아니라 불리한 결과와 불확실성까지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언어는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모르는 옆사람과 '허벅지 밀착' 너무 싫어"…이제 팔걸이 신경전 안해도 됩니다
- "은퇴 후 유흥업소 접대부로 근무"…올림픽 2번 나간 前국가대표 충격 근황에 日 '발칵'
- "퇴사하지 마세요, 5000만원 보너스 드릴게요"…인재 붙잡기 초강수 둔 '이 회사'
- "주식 '이때'만 기다리는 중, 지금은 목에 칼 들어와도 안 사"…투자 전문가 된 황현희 조언
- "대체 누구 여자친구길래"…그라운드 나타난 '350만 여신' 정체
- 한참 고민하다 결국 "아아 주세요"…선택지가 많을 때 벌어지는 일
- "버릇없는 놈!" 대통령 불호령도 떨어져…'벌금 218억' 쏟아진 튀르키예 금연 단속
- "월드컵 트로피 든 저 미녀 누구야?"…선수들 사이 포착된 왕세녀 자매 화제
- 3000원 과자 때문에…'3억 연봉자' 해고, 무슨 일
- 눈물 흘리던 승객에 "뭐라도 사먹어요" 5000원 '슥'…지친 청춘 위로한 택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