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서 롯데로…발행 큰손 바뀐 회사채 시장, 반도체 활황이 바꾼 지형도

피혜림 기자 2026. 7. 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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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전병훈 기자 = 반도체 활황 속에서 SK그룹의 채권시장 내 위상이 달라졌다.

그동안 적극적인 차입 기조로 회사채 발행 '큰손'으로 자리했던 것과 달리, 그룹 리밸런싱 행보에 반도체 활황에 따른 현금창출력까지 더해지면서 채권을 찍기보단 도리어 매수 주체로서의 역량이 부각되고 있다.

빈자리를 차지한 건 롯데다. 롯데그룹이 가장 많은 회사채를 찍는 그룹으로 등극한 가운데 당분간 이러한 그룹 조달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대 발행' 내려놓은 SK…반도체 호황 효과 톡톡

23일 연합인포맥스 '그룹사별 발행종목'(화면번호 847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일까지 발행된 회사채 발행 물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롯데였다.

롯데는 3조4천254억원의 채권을 발행해 전체 물량(37조6천652억원)의 9.09% 비중을 차지했다.

계열별로는 호텔롯데가 5천950억원으로 가장 발행액이 많았고 뒤를 이어 롯데쇼핑(5천100억원), 롯데케미칼(4천600억원), 롯데지주(3천750억원), 롯데건설(3천500억원) 등이었다.

그동안 회사채 시장의 발행 큰손이 SK그룹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SK는 2조6천470억원을 찍어 전체 물량의 7.0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롯데는 물론 삼성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SK는 지난 2018년부터 회사채 시장에서 매년 가장 많은 물량을 발행해온 그룹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그룹 리밸런싱 움직임에 최근 반도체 활황에 현금창출력 개선이 더해지면서 조달 물량이 급감했다.

도리어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인 대규모 현금으로 채권 매수에 나서면서 투자시장의 큰손으로 위상을 달리하고 있다.

반도체 훈풍은 SK하이닉스 이외의 계열사에도 불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만 9천314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한동안 SK그룹의 뒤를 이어 상당한 물량을 찍어냈던 한화 역시 조달량이 주춤해지면서 발행시장 선두 지위는 롯데가 차지하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 등으로 전반적인 회사채 발행 물량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롯데그룹의 발행량이 특별히 늘었다기보단 다른 그룹사들의 조달이 줄면서 상대적인 비중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롯데 자금 여건으로 향하는 시선…삼성도 존재감

롯데그룹의 경우 당분간 채권시장 활용도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무안정성 확보 수단 중 하나였던 롯데렌탈 매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으로 표류 중인 데다 주력 계열사였던 롯데케미칼의 실적 전망도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리밸런싱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롯데건설의 홈플러스 PF 사업장 등 굵직한 개발 사업에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이 나오는 곳은 음식료 부문이지만 롯데웰푸드나 롯데칠성의 연간 매출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그룹 전반적으로 자금 여건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신규 사업인 바이오 부문에도 자금이 계속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이 순위를 높인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은 전일까지 2조8천650억원을 발행해 롯데의 뒤를 이었다.

앞서 삼성은 주요 계열사가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이어가면서 채권 발행시장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삼성증권과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HDC신라면세점 정도만이 꾸준히 조달을 이어가는 수준이었다.

반면 올해는 지난 4월 삼성SDS의 1조2천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조달량이 급증했다.

삼성증권이 전일까지 1조2천억원을 찍으면서 그룹 물량을 더욱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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