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멀어지는 ‘삼천스닥’…코스닥, 석 달 만에 38% 급락
반도체 쏠림·바이오 부진·우량기업 이전 등 구조적 취약성 노출
상장유지 기준 강화까지 ‘겹악재’

2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0.3%(2.25포인트) 내린 751.09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피가 0.74% 오른 것과 대조적으로 코스닥은 약세로 마감했다. 전날에도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상승 폭이 제한되는 등 상대적 부진이 이어졌다.
고점 대비 38.9% 급락…시총 260조원 증발
코스닥은 올해 1월26일 1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4월27일에는 장중 1229.42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시가총액은 680조원까지 불어났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삼천스닥’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대거 몰린 덕분이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내리 하락세를 탄 지수는 석 달 만에 750선까지 밀려나며 장중 고점 대비 약 38.9% 급락했다. 이날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은 418조원으로, 지난 4월 고점과 비교해 약 260조원이 증발했다.
시장 변동성도 극에 달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 12회, 매도 사이드카 8회 등 총 20차례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의 연간 발동 횟수인 19회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주가 급변에 따른 서킷브레이커 역시 두 차례 발동됐다.
코스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도 큰 폭의 조정을 겪었지만, 올해처럼 단기간에 30% 후반대의 낙폭을 기록한 사례는 드물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이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코스닥의 취약한 시장 구조가 드러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 쏠림…코스닥 수급 공백 확대
최근 하락세를 가속한 주요 요인으로는 반도체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이 꼽힌다. 펀드 평가사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약 7조383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반면 코스닥 거래대금은 지난 5월 하루 10조~15조원 수준에서 최근 4조 원대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자체가 코스닥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거래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자금의 반도체주 이동이 빨라지며 코스닥 시장의 수급 공백을 한층 키운 요인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임상 불확실성…업종 전반 투자심리 위축
코스닥 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바이오 업종의 투자심리 악화도 지수 부진을 키웠다. 알테오젠 등 주요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이전과 임상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진 가운데,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시장 기대가 컸던 기업들의 임상과 기술이전 관련 불확실성이 잇달아 부각되면서 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믿었던 코오롱티슈진마저 임상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시장이 받은 충격이 상당했다”며 “당분간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우량기업 코스피 이전·상장유지 기준 강화 ‘겹악재’
코스닥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와 제도 변화 역시 지수를 짓눌렀다. 성장성을 검증받은 우량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면서 코스닥의 장기 성장을 저해해 왔다는 지적이다. NAVER와 카카오, 셀트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은 약 18%, 상위 150개 종목의 비중은 62% 수준이다. 종목별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분산된 가운데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코스피로 이전하면서 코스닥을 대표할 대형 기업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가 지수를 견인하는 반면 코스닥은 새로운 성장기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해야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우량기업의 코스피 이전이 반복될수록 시장을 이끌 대표기업이 부족해져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코스닥 신뢰 제고’를 위한 상장유지 기준 강화 정책도 단기적으로 시장 부담을 가중시켰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유지 시가총액 요건을 지난해 40억원에서 올해 150억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이달부터 200억원으로 높였다. 내년에는 300억원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실기업 정리는 필요한 수순이지만 시기적으로 반도체 쏠림 장세와 맞물렸다”며 “상장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코스닥 소형주를 정리하고 상승세가 가파른 반도체주로 자금을 옮기는 현상이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낙폭 과대에 따른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은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도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량 성장기업이 코스닥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유인책과 함께 바이오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삼천스닥’에 대한 기대를 되살리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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