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D현대 ‘호위함’ 한화 ‘잠수함’…K조선 라이벌 ‘윈윈’ 작전

남윤서, 고석현 2026. 7. 2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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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필리핀 해군에 인도한 3200t급 호위함.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K조선은 중동과 동남아, 유럽 등에서 잇따라 수주전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 HD현대중공업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K조선 원팀’이 글로벌 함정 수주전에서 ‘따로 또 같이’ 경쟁을 이어간다. 양사는 8조원이 넘는 규모로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 해군 현대화 사업에서 수상함과 수중함을 나눠 맡아 유럽 조선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해군 현대화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은 호위함을, 한화오션은 잠수함을 맡아 수주전에 참가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간 주력 분야를 나눠 참여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6000t급 호위함 5척(약 3조원 규모)과 잠수함 4~6척(5조원 안팎)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등 유럽 굴지의 조선사들이 사우디 수주전에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수주전도 캐나다 잠수함과 마찬가지로 선박의 성능 뿐 아니라 현지 산업 기여도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HD현대는 사우디 국영 기업 아람코 등과 합작해 ‘IMI 조선소’를 설립하며 사우디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최근엔 현지의 선박 엔진회사 ‘마킨’과 해군 함정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한화도 올해 2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 ‘WDS 2026’에 한화오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수출 패키지를 선보이는 한편 현지 에너지·국방기술 기업들과도 MOU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의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사진 한화오션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도 함정 수주 경쟁이 예고돼있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사우디처럼 규모가 큰 사업은 ‘한국 원팀’으로 출전할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에선 기업별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장 먼저 승부가 날 사업은 태국의 4000t급 차세대 호위함 초도함 도입 사업이다. 8000억원 안팎의 초도함을 도입하는 사업에 HD현대, 한화 양측이 각각 도전장을 냈다. 초도함 이후 동급 함정을 추가 도입하는 사업도 예정돼 있어 사업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태국 현지에선 이미 사업자는 결정됐고, 이달 중에 발표될 거란 보도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현지 건조율 40%를 내세웠고, 한화오션은 과거 태국 해군 함정 건조 경험을 강조했다.

그리스도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차세대 잠수함 4척을 도입할 예정이다. 유럽 방산업체의 텃밭인 그리스는 K조선에겐 도전적인 시장이다. 이번 잠수함 수주전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독일 TKMS, 스웨덴 사브 등이 유력한 경쟁자로 거론된다. 그리스도 자국 내 건조를 수주의 주요 조건으로 내세운 가운데, HD현대와 한화오션 모두 그리스 현지 조선소와 MOU를 맺으며 수주 준비에 돌입했다. 필리핀, 이집트 등에서도 잠수함 도입 사업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K조선의 해외 수주전은 계속된다.

예비역 해군 대령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해외에서 각 사가 가진 수상함(HD현대), 잠수함(한화오션)의 강점을 살려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캐나다 잠수함은 탈락했지만, 한국 조선 기술력은 인정받았다. 수주 적체에 빠진 유럽 기업을 제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남윤서·고석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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