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뉴스'도 넘은 IFCN 문턱... 기성 언론사에겐 '높은 벽'

김시연 2026. 7. 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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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근절법' 계기로 팩트체크 매체 인증 신청 증가... 소속 언론사 정파성, 투명성 등 보완해야

[김시연 기자]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에 실린 <단비뉴스> 인증 페이지
ⓒ IFCN
국내 두 번째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아래 IFCN) 인증기관이 탄생했다. 지난 18일 IFCN 인증기관으로 공식 승인된 <단비뉴스>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독립 언론으로, 국내에선 JTBC와 '뉴스톱'(현재 미갱신 상태)에 이은 3번째 인증기관이면서, 비영리기관으로는 최초다.

언론계에서도 IFCN 인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7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아래 정보통신망법)' 때문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아래 방미통위)에서 이 법(제44조의16)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구글 같은 국내외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플랫폼)가 허위정보에 대한 사실확인(팩트체크) 활동 활성화를 위해 협약을 맺을 수 있는 '국제적인 사실확인 절차에 관한 규범을 준수하는 사실확인 단체'로 'IFCN 인증기관'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법 시행 당시만 해도 국내 IFCN 인증기관은 JTBC 단 한 곳뿐이어서 논란이 됐지만, 그 사이 <단비뉴스>까지 두 곳으로 늘었다. 또 'TV조선'('따져보니')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시민팩트체크) 등도 지난 4월 인증 심사를 신청했고, 이밖에 다수 언론사가 인증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IFCN 이사이자 SNU팩트체크센터장을 지낸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와 국내 팩트체크 저널리즘 개척자인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 인터뷰를 통해 <단비뉴스> IFCN 인증 의미와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 국내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미친 영향을 짚어봤다.

<단비뉴스>, 3개월 만에 인증... "언론사 규모나 명성보다 IFCN 원칙강령 준수 중요"

<단비뉴스> 인증이 더 눈길을 끄는 건 빠른 속도였다. IFCN 인증기관이 되려면 팩트체크 담당자의 비당파성과 불편부당성, 출처와 기준 제시, 재원과 조직 투명성 등 5가지 원칙강령에 부합해야 하고, 그에 걸맞는 팩트체크 보도를 6개월 이상 꾸준히 해야 한다. 인증 심사를 신청하면 엄격한 내부 심사와 이사회 투표 과정 등을 거치기 때문에 인증까지 보통 6개월에서 18개월까지 걸린다.

<단비뉴스>는 지난해 3월 대학원생 기자 중심으로 팩트체크 활동을 시작한 '신생' 매체임에도, 사전 준비 단계부터 IFCN 원칙에 맞춰 1차 출처 원문 링크 연동, 명확한 판정 등급 체계, 자발적 정정 방침 등을 구축해 신청 단 3개월 만에 인증을 받았다. 반면 지난 2017년 팩트체크 활동을 시작한 'TV조선'의 경우 비슷한 시기 인증을 신청했지만 아직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은령 교수는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IFCN 인증 평가 기준은 언론사의 규모나 명성도 아니고 과연 원칙과 강령을 준수하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재 전 세계 145개에 이르는 IFCN 인증기관 가운데는 AP나 AFP, 로이터 같은 유력 언론사도 있지만, <단비뉴스>와 같은 작은 독립 언론이나 비영리기관 비중이 더 높다.

IFCN 인증을 신청하는 국내 언론사가 늘고 있지만, <단비뉴스>가 그 문턱을 높이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팩트체크'란 제목을 달았을 뿐, 취재원 실명이나 근거자료 공개 등에 인색하고 해설 기사와 다를 게 없었던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단비뉴스>는 IFCN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검증 방법부터 검증 기준, 당사자와 전문가 의견, 판정 등급, 근거 자료까지 낱낱이 공개해 한 편의 소논문을 연상시킨다.
▲ 개회사 중인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 정은령 당시 SNU팩트체크센터장(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가 지난 2023년 6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글로벌 팩트 10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Poynter&IFCN
정은령 교수는 "<단비뉴스> 기자들은 출입처가 없고 지명도도 낮기 때문에 취재원을 접촉할 때마다 어떤 매체인지 설명해야 하고, 기성 언론 출입처 기자라면 단번에 얻을 수 있는 자료도 10번을 연락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취재 과정에서 이렇게 노력했기 때문에 이번 심사 과정에서도 팩트체크 기사 품질과 검증의 철저함 측면에서 단연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단비뉴스> 팩트체크 활동 기간은 짧지만, 지난해 5월 이미 IFCN 기금 지원 프로그램인 '빌드 그랜트(Build Grant)' 대상으로 선정된 것도 빠른 인증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매체 인증 신청 몰리면 진입장벽 높아질 것... 팩트체크 품질 높이는 계기돼야"

정재철 기자도 21일 <오마이뉴스>에 "<단비뉴스>가 IFCN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건, 그동안 노력하고 공들인 걸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다른 언론도 그 성과만 보지 말고 대학원생 기자들이 품질 좋은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들여다보고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기자는 "국내 매체들이 한꺼번에 인증을 신청하면 IFCN에서도 기준을 엄밀하게 따질 수밖에 없어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국내 언론사도 인증 과정을 단순히 요식 행위로 봐선 안 되고 이걸 계기로 팩트체크 인력과 지원을 늘려 기사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심사 과정에서 낙심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지난 2017년 네이버 지원을 받은 'SNU팩트체크센터'와 정부 예산을 지원 받은 '사단법인 팩트체크넷' 활동에 힘입어 팩트체크에 참여하는 언론사가 한때 30여 곳에 달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단체가 재정 문제로 연이어 운영을 중단하면서 팩트체크 매체도 크게 줄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허위조작정보 위험성이 강조되면서 지상파와 종편, 보도전문채널 등을 중심으로 팩트체크를 다시 시작한 매체가 늘고 있지만, 정보통신망법 개정과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등 외부 요인이 커 앞으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정재철 기자는 "지난 2023년 서울에서 열린 IFCN '글로벌팩트10' 행사를 정점으로 국내외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쇠퇴한 분위기에서 언론사 관심이 커지는 건 저변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 경영에 도움을 주는 수단이나 정치적 돌파구로 본다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통해 매체의 사회적 신뢰를 쌓는 투자 가치를 보고 긴 안목에서 전문가를 길러내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6년 6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10' 첫날 한국 팩트체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와 SNU팩트체크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75개 국에서 550여 명의 팩트체커와 언론인, 학자 등이 참여했다.
ⓒ IFCN 제공
정은령 교수도 "지금 무조건 IFCN 인증 심사를 신청할 게 아니라 일단 원칙강령의 정신인 불편부당성이나 투명성이 왜 중요한지, 우리가 매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팩트체크가 이 원칙강령을 준수하고 있는지 기초적인 이해부터 해야 한다"라면서 "회사가 보수거나 진보 성향이라고 해도 팩트체크 부서는 독립적인 편집권을 갖고 불편부당성을 지향하고 실천해야 IFCN 인증기관이 될 수 있는데, 회사의 정치적인 지향성에 맞춘 팩트체크를 한다면 첫 번째 원칙인 불편부당성 위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우리가 한국에서 유력한 매체니까, 또는 우리가 매일 취재 보도하는 게 팩트체크라는 권위 의식이나 타성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해야만 IFCN 인증기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언론계가 이해한다면, 불편부당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좋은 저널리즘 기풍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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