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제발 좀, 보기 괴로워요"…공무원 '반바지 출근' 허용에 논란인 日
공무원에 반바지·스니커즈 허용
직장 내 불쾌감·젠더 형평성 논란 확산
기록적인 폭염과 급증하는 냉방비 부담 속에서 일본 도쿄도가 직장인 복장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예상치 못한 논쟁이 벌어졌다. 반바지 출근 허용이라는 파격적 조치가 업무 효율성과 에너지 절감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는 동시에, 직장 내 불쾌감과 성별 간 복장 기준의 형평성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촉발한 것이다. 특히 '다리털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신조어로까지 번지며 논쟁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22일 BBC,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도쿄도는 올여름 '도쿄 쿨비즈(Tokyo Cool Biz)' 정책을 통해 직장 내 복장 자율화를 크게 확대했다. 기존 재킷과 넥타이 착용을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티셔츠와 운동화, 청바지뿐 아니라 반바지까지 허용 범위에 포함했다. 이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005년 환경성 장관 시절 도입한 '쿨비즈(Cool Biz)' 정책의 확장판으로, 냉방 사용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려는 취지다.
실제로 최근 일본은 35~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 동안 열사병으로 병원에 이송된 인원은 4580명에 달하며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도쿄도 환경국 관계자 와타나베 노보루는 "혹독한 더위 속에서 직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범위라면 복장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책 효과를 체감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일부 공무원들은 "출퇴근 시 체감 온도가 확연히 낮아지고 업무 환경도 쾌적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부 직원들은 "청결해 보이지 않는다"라거나 "동료의 맨다리를 계속 봐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상에서는 '스네하라(sune-hara)'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정강이를 뜻하는 일본어 '스네(sune)'와 괴롭힘을 의미하는 '하라스먼트(harassment)'의 합성어로, 이른바 '다리털 괴롭힘'을 의미한다.
한 현지 누리꾼은 관련 기사 댓글창을 통해 "아저씨는 반바지를 입지 말아 주세요. 기분 나쁘기 때문입니다. 아저씨는 정강이를 드러내지 말아 주세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라며 "아저씨는 제가 불쾌해지지 않는 상식 있는 복장을 해달라. 기분 나쁘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복장 자율화 논쟁은 젠더 이슈로도 확장되고 있다. 제도상으로는 남녀 모두 반바지 착용이 가능하지만, 실제 직장 문화에서는 여성에게 여전히 스타킹이나 긴 치마 착용이 암묵적으로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이저 제모 업체 고릴라 클리닉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3.5%가 반바지 착용에 반대했으며 특히 여성 응답자의 반대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체형 노출 부담과 체모 관리 문제가 주요하게 꼽혔다.

일본 주부대학 다마다 아쓰코 교수는 "여성은 이미 외모 관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사회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남성에게 반바지를 권장한다면 동일한 수준의 외모 관리 기준도 함께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도의 이번 실험은 기후 위기 대응과 노동 환경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정책 도입 이후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제 반바지 착용 비율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도쿄도청 사무실에서 남성 직원 70명 중 11명만 반바지를 착용했다고 전했다.
이는 제도 변화가 곧바로 문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복장 자율화는 제도로만 완성되지 않으며 조직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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