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때마다 교량·발전소 하나씩 폭격” 최후통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선박 공격이 이뤄질 때마다 기간시설 한 곳을 파괴하겠다는 구체적인 보복 방침을 내놨다. 전날(21일)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를 봉쇄할 경우 직접 타격하고, 이란의 지하 핵시설로 알려진 ‘곡괭이산’도 곧 폭격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경고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전쟁 예산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방부는 지금까지 전쟁 비용으로 55조 5000억원을 썼다며 추가 예산 100조원을 의회에 긴급 요청했다.

“이란 공격 때마다 다리·발전소 하나씩 파괴”…홍해로도 전선 확대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지금 이 순간부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미사일·로켓·드론 등 어떤 수단으로든 선박을 향해 공격할 때마다 미국은 교량이나 발전소 한 곳을 폭격해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도 테헤란 내부나 인근에 있는 시설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해상 도발 시 즉각 전선을 넓혀 즉각 응징하겠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의 회담 중 후티 반군의 홍해 항로 봉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서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처리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를 선언한 이후 지난 24시간 동안 홍해를 통과하려던 선박 6척이 회항했다. 이들은 운항을 잠시 중단하거나 4주일이 더 걸리는 수에즈 운하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해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이후 대체 수송로로 활용돼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봉쇄될 경우 세계 원유 공급량의 25%가 영향을 받을 거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까지 러시아 흑해 항구인 노보로시스크 인근을 공격하며 악재가 추가됐다. 이곳에 위치한 카스피해 송유관 컨소시엄(CPC)의 파이프라인은 세계 원유 공급의 2%를 담당한다.
‘곡괭이산’ 타격 임박…핵공격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란의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곡괭이산을 “조만간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그들이 핵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우리는 매우,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곡괭이산은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 단지에서 서남쪽 2㎞ 거리에 있다. 화강암 지반의 곡괭이산 80~100m 아래엔 이란의 방대한 핵시설이 구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B-2 스텔스 폭격기로 벙커버스터를 투하했던 나탄즈·포르도의 지하 핵시설보다 더 깊다.

이 때문에 곡괭이산 시설 불능화를 위해선 전력을 끊어 원심분리기를 무력화하거나, 대규모 인적 피해를 감수하고 지상군을 진입시켜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특히 “지난해 폭격으로 나탄즈 시설조차 파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곡괭이산 지하를 파괴할 유일한 방법은 핵무기뿐”이라고 지적했다.
방공망 뚫린 美…무기 떨어져도 쉬쉬?
아라비아반도 동쪽 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집중한 미군이 반도 서쪽 홍해까지 전선을 확대하거나, 곡괭이산을 타격하는 것은 이란의 대대적 반격을 감수한 전면전 돌입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미 국방부가 무기 재고 부족에도 이를 백악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확전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수 있단 의혹을 제기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 매체에 “나쁜 소식이나 현실적 보고를 하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맞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국방부에) 침묵의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전쟁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 수뇌부를 잇달아 경질하면서 불리한 정보를 보고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취지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현재 추세라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재고는 2031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2029년에야 기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라이언 브로브스트 연구원은 “방공 미사일 재고가 줄어들면 같은 위협에 대해 요격 미사일 2발이 아닌 1발만 발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당연히 요격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7일 요르단에 위치한 미 공군기지의 방공망은 이란의 미사일 3발에 뚫렸고, 이로 인해 미군 장병 2명이 사망했다.
55조원 쏟아부은 미군…“100조원 더 달라”
헤그세스 장관은 21일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과의 전쟁으로 현재까지 375억 달러(55조 5000억원)가 투입됐다”며 “군인 급여와 운영 및 유지비, 기타 비용은 9월 30일(회계연도 말)까지 예상되는 비용을 포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비용이 바닥나고 있다는 의미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추가 예산 876억 달러의 처리를 요청했다. 이중 670억 달러(약 100조원)가 국방 예산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해당 예산이 전쟁 수행이 아닌 “군 현대화”를 위한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산 요청의 이유가 “바이든 행정부의 심각한 직무유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군의 현대화 사업은 긴급 예산이 아닌 정규 예산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긴급 예산 통과가 전쟁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대체하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란과의 전쟁 개시를 공식화했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쟁 기간은 60일이고,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선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11일째 공습…“이란 지도부 노리는 듯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은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이란을 또다시 공습했다. 11일째다. 호르무즈해협에 산재한 이란의 군사시설에 집중했던 지금까지의 공습과 달리 이란 전역을 동시에 공격했다.

독일 dpa 통신은 특히 이란의 수도 테헤란 상공에 방공망이 가동됐으며 테헤란 북동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미군이 테헤란 주변의 군사 기지, 미사일 관련 시설은 물론 고위 관리들을 공격 목표로 삼았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핵시설과 여타 중요한 시설을 공습한다면 미국의 모든 자산을 비롯해 그 동맹국, 배후 세력의 자산이 이란의 단호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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