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송희구 부동산’ 수강 30대들, 끝나도 안 가는 이유

이강민 2026. 7. 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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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쟁 : 30대 리포트] ④전장의 최전선을 가다
유명 부동산 특강 현장 취재
2026년 대한민국의 30대는 곳곳에서 ‘부동산 전쟁’중이다. 부동산 시장 진입을 고민하는 이들은 강의를 듣기 위해 양도표를 구하고, 바쁜 직장을 다니다가도 휴일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임장을 다닌다. 이미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이들도 매수를 앞두고 공인중개사와 머리를 싸매며 자금 조달 계획을 수정하며, 집값의 등락에 따라 잔금처리 전까지 불안감과 안도감 사이에서 끝까지 방황한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은 2주 동안 부동산 강의, 임장 현장, 공인중개사사무소 등에서 만난 30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송희구 작가의 부동산 강의 현장. 오후 6시 강의가 끝난 뒤 30대 수강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특강이 끝난 뒤 개별 질문에 답을 주는 '진짜 수업'이 시작된다. 이강민 기자

요즘 부동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꼽히는 30대들 사이에서는 송희구 작가의 부동산 강의가 단연 인기다. 송 작가는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원작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송 작가는 거의 매주 수도권 일대의 백화점 문화센터를 돌며 부동산 강연을 한다. 강연은 매번 빠르게 매진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유명 강사나 유튜버들이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를 자극해 결과적으로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인중개사들은 유명 강사와 유튜버들의 이른바 ‘단지 찍어주기’ 때문에 30대들 사이에서 과도한 매수 문의가 온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평가가 엇갈리는 이런 부동산 특강을 찾아오는 30대들은 누구일까. 어떤 고민을 안고 왔을까. 과연 해답을 가져갈 수 있을까. 뒤늦게 서울의 한 문화센터에서 열린 6월 강좌를 신청해봤지만, 이미 매진이었다. 그래도 강의실에 오는 사람들은 만날 수 있었다.

강의는 지난달 28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수강료는 단돈 3만5000원. 강좌의 부제는 ‘1주택자 갈아타기 또는 향후 부동산 방향성 안내’. 강의가 진행된 백화점 문화센터 앞에는 1시간 전부터 3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은 이날 강의실을 찾은 사람들과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표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5000세대 넘는 대단지에 살고 있는데 전세 매물이 5개도 안 돼요. 집값은 실시간으로 3000∼4000만원씩 올라요.” 1996년생 신혼부부 A가 전세 만기를 앞두고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에 떠밀리듯 강의실에 찾아왔다. 당초 A는 수강신청에 실패해 대기 200번을 받아들고 사실상 포기 상태였다. 하지만 운 좋게 지인의 양도표를 받아 강의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A는 40명 남짓한 줄을 서며 언제 들어갈지 긴장되는 표정으로 앞쪽을 기웃거렸다.

소박한 목표에 비해 A의 걱정은 태산이다. “상급지야 가면 좋겠지만 투자 목적이 아니라 그냥 저랑 남편 두 명 몸 둘 그런 공간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목표가 크진 않은 것 같은데, 왜 이리 걱정이 될까요?” A는 만기 때까지 집을 구하지 못하면 당분간 월세로라도 들어가 부동산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다.

강의를 들으러 온 30대들은 이미 부동산 공부에 익숙한 듯했다. 2년 전부터 부동산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는 1993년생 직장인 B는 임장만 20번을 넘게 다녔다. “강의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에요. 임장도 주말은 당연하고 평일에는 퇴근하고도 가요. 언젠간 제 집을 마련해야 하긴 하는데 지금 부동산 시장은 너무 예측 불가능해서 기회가 되면 바로 액션할 수 있게끔 지식을 계속 쌓아두고 있는 거죠.”

이미 자가가 있다고 해도 부동산 공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강의 시작 전 줄을 서고 있던 1987년생 C는 지난 3월 서울 강동구의 14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했지만 부동산 강의를 더 열심히 들으러 다닌다. “두렵고 힘들었지만 최근 집을 마련했어요. 그래도 상급지로 또 갈아타고 싶으니 강의를 들으러 다니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려고 해요. 10년 뒤를 보는 거죠. 저보다 공부 많이 하는 지인들은 10배 이상은 더 열심히 해요.”

강의 중간 쉬는 시간에 만난 30대 중반 공무원 D는 ‘파이어족’을 목표로 ‘갈아타기’를 통해 25억 이상 실거주 아파트 진입을 꿈꾼다. “자가가 있기에 포모가 오지는 않았지만 저희 집보다 강남 아파트가 훨씬 많이 올랐어요. 이런 걸 보면 빠른 시일 내에 주택 사다리를 갈아타야겠다는 생각뿐이죠.” ‘영끌’로 마포에 자가를 마련한 30대 중반 대기업 직장인 E도 지금을 기회라고 보고 잠실, 강남쪽으로 갈아타기를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이 청년들의 대화 주제를 잠식해버린 현실에서 ‘부동산 공부’는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돼버렸다. 강의가 끝나고 만난 1986년생 대기업 직장인 F가 말했다. “고소득 직장인이 몇 년 모으면 무리 없이 살 수 있다고 해도 집값은 기다려주지 않아요. 명품족은 옛말이고 다들 주식 불려 부동산 갈 궁리하죠. 요즘엔 소비보다 자산을 어떻게 불릴지에 대한 고민이 저희 세대에 있는 것 같아요.” F는 이후 송 작가의 책 ‘나의 첫 번째 부동산 교과서’를 한 손에 꼭 쥐고 강의실을 떠났다.

부동산 가격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에서 결국 생존을 위해선 각개전투해야 한다. 결혼을 앞둔 1994년생 G는 예비 신부와 함께 강의를 들으러 다니며 ‘매수할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요즘 회사 가면 전부 부동산과 주식 얘기뿐이에요.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잘 된 사람들은 리스크를 지고 들어간 데 따른 보상을 받는 거죠. ‘그때 살걸...’ 부러워만 하는 사람들은 솔직히 행동은 안 하고 왜 비관만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날 강의 후 만난 G와 예비 신부는 수업이 끝났지만 복습하듯 자신들의 예산으로 갈 수 있는 단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후 6시, 특강이 끝났는데도 50명 넘는 사람들이 강의실 주변을 서성거린다. 특강이 끝나면 본격적인 ‘진짜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송 작가는 특강이 끝난 뒤 수강생들로부터 개인적 질문을 받는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고민 중인 선택지를 늘어놓고 구체적인 조언을 받는다.

1997년생 H는 이날 개별 질문을 하기 위해 2시간을 기다렸다. “제가 앞부분인데도 이런데 끝까지 받았으면 밤 10시는 족히 넘겼을걸요.” 부동산 시장에 실패 없이 진입하고 싶은 마음과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고 싶은 열망이 뒤섞인 강의실의 불빛이 밤늦은 시간까지 꺼지지 않았다.

이슈탐사팀=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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