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190조 순매도한 외국인…하반기에도 짐 쌀까
단기 매도 압력은 완화될 전망
“하반기 경기·환율이 추가 매도 가를 것”

21일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의 거래 자료를 합산한 결과 외국인은 연초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90조4006억원을 순매도했다.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인, 삼전·닉스 중심 대규모 차익실현
종목별로는 삼성전자를 87조8238억원 순매도해 가장 많이 팔아치웠고, SK하이닉스가 72조669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종목의 순매도액은 총 160조4932억원으로, 전체 순매도액의 약 84.3%를 차지했다.
현대차(12조6531억원), SK스퀘어(10조2514억원), 현대모비스(4조5622억원), 삼성전자우(2조9860억원), LG전자(2조6613억원)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는 올 초 이후 지난달 고점까지 주가가 각각 212%, 359%, 164% 오르며 외국인의 차익실현 대상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외국인 매도세를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비관론보다는 차익실현 성격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오르자 외국인이 높은 수익을 거둔 종목을 중심으로 비중 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2년간 국내 대형주 상승률은 213%에 달해 닷컴버블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단기 추가 매도 압력 적지만…중장기적으로는 ‘신중’
단기적으로는 추가 매도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이미 금융위기 수준까지 확대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매도 강도가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중장기적인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단기 시세보다 향후 경기 흐름을 선반영해 투자하는 만큼, 하반기 이후에도 매도 우위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통과한 데다 수출 증가율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여건이 이전보다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은행도 최근 경제 상황 평가에서 중동 정세와 글로벌 AI 투자, 물가 흐름 등을 주요 불확실성으로 지목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올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국제유가 상승과 비용 충격으로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증가 속도는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7월 1~20일 수출액은 54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증가했다. 다만 일평균 수출액은 37억9000만 달러로 지난달보다 8.2% 감소했다.
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더라도 기저효과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수출 동력이 약해질 경우 외국인 수급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도 변수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중반까지 다시 오르자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이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의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은 상반기처럼 달러지수와 원·달러 환율의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증시 반등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외국인 수급과 거시경제 변화를 함께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도 강도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원·달러 환율 등 거시경제 여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코스피 6000대에서는 매수 전략으로, 8000대에서는 외국인의 재매도 여부를 관찰하면서 점진적인 매도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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